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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삶이란 무엇인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6-05 05:00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West Virginia

미국의 웬만한 state에는 한인들이 제법 모여 산다. 거의 25년전 Utah주를 방문했다가 거기 깊숙한 곳에도 한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정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민들레처럼 흩어져 이 세상 여기 저기 살지 않은 데가 없다. 나는 West Virginia에 사는 큰 누나 방문을 위해 일년 한 차례정도는 그곳을 찾아간다.

뉴저지에서 turn pike를 타고 내려가서, 78번 고속 도로로 들어가서 2시간 반을 달리면, 남서쪽으로 향하는 81번 고속도로를 만나고, 거기서 또 2시간 정도 달리면, West Virginia 누나 집에 도착한다.  쉬지 않고 달리면, 4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그 가는 도중 보이는 풍경들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Pennsylvania 주는 정말 크고 넓다. 2시간 가는 내내 길 양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농사 짓는 들판이다. 그 넓은 들판에서 밀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 들판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저기서 나오는 곡식을 도시 사람들이 먹는 것 같다. 

먼 거리를 지나 들어서는 West Virginia는 고산 지대 위치한 것이 틀림없다. 길 양편에 수목이 가득하다. 가는 길 내내 그 나무들에서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달려갔다. 공기가 맑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 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 한다. 거리에서, 상점에서 주로 백인들을 만나게 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어서 그럴까, 만나는 백인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친절했다. 소박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거리 양편에는 오래 전에 지은 집들이 그대로 있다. 집을 찾기 힘들 정도로 길 양편에는 밭과 들이 펼쳐진다. 누나는 조용한 곳을 찾아 은퇴 후에 Virginia에서 그곳으로 이주하였다. 거기서는 한인을 만날 일도, 물론 한인 가게도 없다.

사람이 어디 사는가, 하는 일은 그 자신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나는 매일 멀리 창밖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차량들의 이동을 보면서 생동감을 느낀다. 이른 아침부터 Washington Bridge를 오고 가는 차량들을 보면서, 삶의 열정을 느끼게 된다. 나이 들어서는 이런 생동적인 풍경을 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West Virginia에서 만나는 사람들, 주로 백인들은, 소박하고 친절한 모습이 원래 백인들이 저런 모습으로 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다리가 불편해서 바깥 출입을 못하는 누나가 Pizza를 먹고 싶다고 해서, Pizza집에 갔는데 거기 serve하는 백인 청년이 어쩌면 그렇게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하는지, 내심 놀랐다. 거기서도 히스패닉 젊은 처녀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누나는 그런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동정하고자 한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걸음으로 그 아가씨를 찾아가, 10불을 주고 왔다. 

나는 누나 곁에 가면 생돈을 얻게 된다. 굳이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지갑을 열어 돈을 준다. 50년 전 미국에 와서 RN(registered nurse)으로 일하다 은퇴한 누나는 아직까지 credit card도 computer도 없이 산다. 몇 달전 처음으로 cellular phone을 사고는 지금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전화를 받지 못한다. 이번에 가서 Katok, 전화 사용법, google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문명의 이기 없이도 혼자 성경 읽고 기도하며 살아 왔다. 

78세된 누나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생각나는 것은, 아, 사람은 결국 늙고 쇠패해 가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다. 고운 것도 헛되고 아름다운 것도 거짓되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마음이 숙연해 져서 돌아 왔다. 삶이란 무엇인가? 잠시 왔다 가는 나그네, 들에 핀 풀이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욕심 없이 살고, 베풀며 사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결국 기억을 남기고 떠나가는 존재이니까...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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