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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 '껍데기를 까지 말고'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6-21 05:00

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껍데기를 까지 말고 남근을 잘라라 >

“껍데기를 까라고 주장할 거면 차라리 남근을 잘라버려라.” 할례에 대해 바울은 이렇게 얘기했다. 할례 가지고 신앙의 근본을 흔들며 교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은 차라가 거세를 해버리라는 것이다. 갈라디아 교회 안에 유대인들이 할례를 강요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의미를 훼손하려는 데 대한 바울의 과격한 반응이었다. 엉뚱한 일로 복음과 교회의 질서가 훼손되는 데 대한 분노였다. 

복음의 정신을 자유에서 찾은 바울은 할례같은 민족종교의 전통에 얽매인 유대인들의 율법적 신념에 대해 과격하게 비난하고 조롱했다. 그런데 기독교가 콘스탄틴에 의해 교리적 집단으로 변질되면서 사소한 견해 차이들로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들이 더 심해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wag the god ㅋㅋㅋ)’는 경제 용어처럼 사소한 관점 차이로 복음을 훼손하고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을 더 많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형식이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나는 목회를 하면서부터 외부인과 거의 만나지 않는다. 교회와 내 생활 패턴 안에 은둔하며 살고 있다. 페이스북이 내가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이다. 사람들, 특히 개신교인들이나 목회자를 만나는 일을 될 수 있으면 멀리 하려고 한다. 교리에 중독되어 그것을 믿음이 좋은 양 하는 자들이 주변에 지뢰처럼 깔려있기 때문이다. 

교리 중독자들은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확증편향에 빠져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무지한 자가 교리적 확신을 갖게 되면 매우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시끄럽고 피곤하다. 확증편향에 찬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하나의 고문이다. 특히 자기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배제하고 혐오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은 보수든 진보든 마찬가지다. 

할례를 강요하는 갈라디아 교회의 유대인들처럼 확신에 차서 주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일들이 지금도 교회에서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전도라는 이름으로 내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교회에 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있어달라는 말을 일체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할례를 주장하는 갈라디아 교회의 유대인처럼 자기주장을 너무 거칠게 하는 사람이 교회에 들어온다. 나는 그냥 침묵한다. 혼자 떠들다 나가버게 두는 게 상책이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갈라디아서 5장 12절을 읽으라고 권면한다.

--- “너희를 어지럽게 하는 자들은 스스로 베어 버리기를 원하노라.” (개정개역)

---“할례를 주장하여 여러분을 선동하는 자들은 그 지체를 아예 잘라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동번역) 

---“여러분을 선동하는 자들은 차라리 스스로 거세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가톨릭성서 10주년본)

---“할례에 집착하여 여러분을 선동하는 자들은 아예 끝까지 가서 거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메시지)

---“할례를 주장하면서 혼란만 일으키는 사람들은 할례의 대상이 되는 그 지체를 아주 잘라 버리기를 바랍니다.” (현대인의성경)

형편이 되면 목회를 그만두고 산 깊은 곳에 작은 수도원 하나 만들고 싶다. ‘침묵의사원’이라고... 침묵으로 노동과 독서, 명상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 

교회가 너무 시끄럽고 번잡하다. 그리고 경박하다. 개신교회는 좋은 수도원 전통을 다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면 이제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할 거 같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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