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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사람의 언어'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7-30 05:00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사람의 언어

사람마다 언어 사용이 다르다. 오래 전 프린스턴에서 목회할 때, 고등학교 10년 선배 집사님이 계셨다. 서울공대 전자 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GE에서 이사로 근무하신 분이었다. 그분 하신 말, "목사님들은 그들의 (학문의) 깊이에 따라 언어가 다릅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 말이 종종 기억된다. 사람의 깊이가 그 언어에 배어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그런 목회자로 나를 알게 모르게 이끌어 갔던 것 같다. 

예전 한국에서 모셨던 담임 목사님의 언어가 그러하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생각하면서 말씀하셨다. 설교 속의 언어도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셨다. 그래서 참 깔끔하고,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런 언어 사용은 또한 목회자의 권위의 한 축을 이루었다. 거기에 목소리도 좋고, 찬송가도 잘 부르셨다. 그 목사님 밑에서 평신도로, 집사로, 전도사로, 부목사로 일하다가 미국에 왔다.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으면, 그분의 성장 과정, 학문의 배경이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설교 한편 속에는 그 목사님의 모든 것이 들어 있음을 알까? 가치관, 성품, 됨됨이, 성경에 대한 이해의 정도, 학문의 깊이 등등이 들어 있다.

어떤 설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듣고 공감할 수 있다. 어떤 설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야 따라갈 수 있는 설교가 있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프린스턴 지역에서 목회할 때, 사람들은 그런 설교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차 속에 틀어놓고 여러번 듣는다는 교인들도 있었다. 모두 서울의 알려진 대학을 나온 분들이었다. 

학교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목회를 그만 두고, 그 일이 끝나고 뉴저지 북쪽,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옮겨 목회를 하게 되었다.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네일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었다. 설교를 하다 보면, 어떤 교인들은 졸고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설교 내용이 그들의 정서와 맞지 않고,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교란 우선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인들이 알기 쉬운 내용과 언어로 전달하려고 애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50년 살아온 삶의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언어 사용이 쉽게 고쳐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 결과, 그때의 교인들이 떠나고, 설교를 들을 수  있는 분들이 들어왔다. 그후 설교하는 일이 한결 쉬워졌다. 

그당시 어느 장로님 하는 말, 우리 교회는 대학원 설교를 듣는다고 하였다. 이 말은 칭찬의 말같지만, 목회자에게 좋은 말은 아니다. 큰 교회 목사님들의 특징은 설교를 쉽게, 알아듣기 쉽게 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책을 읽고 공부해온 목사의 설교는 언어 선택이나, 주제가 교인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성공한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한편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 속에서,  언어 사용이란 자기 삶의 배경이 배어있기 때문에 쉽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되내이게 된다. 팔자랄까, 운명이랄까...한편 위로가 되는 것은 로이드 존스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모든 설교는 교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전하는 설교에는 항상 기독교 교리가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의 타락성, 연약함, 무가치함, 그런 인간을 구원코자 하시는 하나님의 긍휼의 역사를 강조하고 전한다. 그런 설교 속에는 사람이 나서고 내세울 자리가 없다. 사람은 무언가 자기 자리를 찾고 그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원하는데, 이런 설교 속에는 사람은 가만히 듣고 배워야 한다. 마치 십자가 밑에서 숨죽이고 거기 달리신 주님을 바라 보아야 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설교는 목회자의 신학과 영성이 깔린 메시지이다. 사람이 작아진 그곳에 하나님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 작은 자로 살기 원하는 목회자의 마음도 담겨져 있다. 목회도 설교도  자기 팔자인 것 같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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