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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 '우산은 젖어도 행복하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10-15 04:00

열린벧엘교회 담임 손희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우산은 젖어도 행복하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비가 왔습니다. 우산을 썼습니다. 하지만 비를 맞았습니다. 왜 비를 맞았을까요?

1. 우산이 작았습니다.
어린 아이 한 명 정도는 커버할 수 있었겠지만 다 큰 어른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저희 교회에 비를 피하기 위해 옵니다. 여기서 맞고, 저기서 맞아 홀딱 젖은 채 옵니다. 품어 드리고 싶습니다. 넉넉히 씌워 드리고 싶습니다. 문제는 제 품의 용량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 우산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 아쉬움이 깊습니다.

2. 우산에 구멍이 있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자꾸 어디선가 빗물이 새는 것 같았습니다. 올려다보니 우산에 구멍이 두세 개 정도 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멍이 송송 뚫린 우산을 썼으니 비에 젖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살면서 구멍 하나 날 일이 없을까요? 저는 구멍투성입니다. 허점투성입니다. 그 구멍 때문에 혹여 성도들이 비를 피하러 왔다가 여전히 비에 몸이 젖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깊습니다.

3. 방향이 틀렸습니다.
비가 내릴 때 수직으로만 내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바람과 함게 정면에서 내리기도 하며, 또는 뒤에서 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비가 내리는 방향에 따라 우산의 방향을 바꿔줘야 합니다. 똑바로만 우산을 쓸 수 없습니다. 바울은 성령이 이끄는 바람에 민감했습니다. 아시아로 가려던 방향을 틀어 유럽 쪽으로 행했습니다. 우산을 한 방향으로만 쓰려고 했다면 바울이 전한 복음이 오늘 나에게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4.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걸어갑니다. 그런데 우산은 하나입니다. 이쪽도 다 씌울 수 없고, 저쪽도 충분히 씌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양쪽 다 비에 젖어야 할 것 같은데 거의 일방적으로 한쪽만 비에 젖어 있습니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자켓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가방도 다 젖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행복해 합니다. 비를 맞아도 행복해 합니다. 내리는 비도 문제가 안 되며, 비에 몸이 젖는 것도 문제가 안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우산을 씌워주며 내 몸이 좀 더 젖더라도 상대방이 더 뽀송뽀송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5.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산 밑에서 비를 피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우산 아래 비를 피하러 온 사람들이 눈에 보입니다. 내리는 비에 몸도 젖었는데 가만히 보니 그들의 눈가도 젖어 있습니다. 우산 밑에서 충분히 비를 피했다고 생각한 나는 이제 그들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우산 밑에서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시작합니다. 시나브로 나는 다시 발목이, 허리가, 어깨가 젖어 갑니다. 행복도 여물어 갑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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