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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감리교회 김진구 목사, '설교자로서의 자존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10-23 05:00

신동감리교회 김진구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설교자로서의 자존감>

예전에 제 고향 일동감리교회의 고 리승수목사님에 대한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그 분의 설교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분의 발음에 적응이 안 되어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어머니를 비롯해서 그 당시 일동감리교회의 성도들은 리승수목사님을 '대한민국 최고의 설교자'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리승수목사님의 설교가 제게도 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설교자는 리승수 목사님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기가 목회하는 성도들에게 그렇게 인정을 받는 리승수목사님의 삶이 너무도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설교 잘하는 목사가 되고 싶은 소망' 

그것은 매주 강단에 서야만 하는 저를 비롯해서 모든 목회자들의 소망입니다.  하지만 저는 매주 좌절을 합니다. "나는 왜 이 귀한 메시지를 그 정도로 전달할 수 밖에 없었을까?" 설교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가끔씩은 성령의 기름부으심 속에서 충만함으로 말씀을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진액을 짜내듯이 고통스럽게 끙끙거리다가 간신히 말도 안 돼는 엉터리 설교 원고를 준비해 가지고 강단에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또 제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고는 했었는 지... 

저도 설교자로서의 자존감이 대단합니다. 

"내 설교를 현장에서 직접 듣는 이들은 복이 있는 자들이로다!"

이것은 제가 설교를 잘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참으로 부족하고 어눌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내가 주님의 임재와 영광이 가득한 그 거룩한 강단에 설 수 있다는 사실때문입니다. 또 내가 매주 그렇게 그 거룩한 강단에 설 수 있도록 주님에게 그렇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감리교신학대학에 다닐 때입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탁월하신 선배님이 오셔서 채플 시간에 설교를 하셨습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분의 설교메시지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사야서 6장 1절부터 13절까지의 내용이었는데 저는 마치 포효하는 선지자 이사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와~ 어떻게 저렇게 설교를 할 수 있지?" "나도 저런 설교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그 분께서는 설교 중에 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소위 '모가주 사건'으로 인해 목회지에서 쫓겨나서 한 참을 강단에 서지 못하다가 철원의 어느 조그만 교회에 부임을 하고 너무나도 감사하고 감격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생각했습니다.

 "아하, 설교를 저렇게 잘 해도 한국교회의 강단에서는 쫓겨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나는 어찌할 것인가?"

그때 가졌던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설교를 잘하는 설교자가 될 것인가? 목회를 잘 하는 목회자가 될 것인가?" 물론 둘 다 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둘 다 못하는 제 모습에 늘 자괴감에 빠지고는 합니다.

여주에서 목회를 할 때입니다. 

새벽예배에 2000명교회의 중직이었던 모 교회의 장로님 부부가 당시 목회하던 여주 삼동교회의 새벽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한참 동안 주일 저녁예배와 수요예배에도 참석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와 제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진구 목사님의 설교는 2000명 교인들이 들어야 하는 설교인데...."

그때 제 안에 바람(風)이 들어갔습니다.

"맞아. 드디어 나를 인정해주는 이가 있네..." 이런 어리석은 생각이 내 안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또 제 마음에 오만한 불평과 불만도 쌓여만 갔습니다. 

제일 먼저, 매주 이런 설교를 들으면서도 전혀 감동도 못받고, 은혜도 못 받는 것 같은 여주삼동교회 성도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만 갔습니다. "도대체 나하고 수준이 안맞는구만!"

두번째로 하나님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쌓여만 갔습니다. "하나님은 도대체 뭐하는 것이지?" "왜 나를 이렇게 작은 교회에 찌그러트려 놓고...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낭비하려는 것이지?" 그리고 그렇게 내 안에 불평과 불만이 쌓여만 갈 때 나의 여건은 더욱 더 비참해지고 처참해져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주님이 제게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내가 네게 맡긴 20명의 양들이 네가 바라보는 2000명의 교인들만 못하다는 말이냐?" 

저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회개했습니다. "주님... 죄송해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이 탐심이 가득한 종을 용서해 주세요."

이곳 정선에서 목회를 할 때 주님은 저를 2000명의 성도들이 모여있는 교회의 강단에 세워주셨습니다. 담임목사님에게 초청을 받은 것은 아니고 그 교회의 수석장로님의 초청을 받게 된 것인데 그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담임목사님께서는 목양실에서 예배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예배당에 올라갈 생각을 안하고 저를 붙들고 자기 목회 이야기만 하는 것입니다.

저녁 예배 시간이 7시 30분인데 7시 35분까지 저를 붙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제가 "이제, 예배당에 올라가야 하지 않나요?"라고 하니 "준비찬양중이니 조금 늦게 올라가도 돼." 그러면서 그제서야 일어서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당에 올라갔는데 찬양  인도자가 찬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찬양이 몇 곡 더 불리어질 줄로 알고 앉아서 조용히 그 예배당에 함께하시는 주님을 기대하며 기도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대로 기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제, 김진구목사님이 나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시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허겁지겁 일어나 2000명의 성도들 앞에 섰습니다. 앞이 깜깜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조명은 얼마나 찬란한지 마치 무슨 연극공연장의 무대에 올라온 배우  삐에로처럼 객석도 어두컴컴했습니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 도와주세요."라고 짧게 기도했는데 의자 뒷 쪽에 딱 두명의 성도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만 보고 설교를 했습니다. 다행히 그들이 제 버벅거리는 설교에도 은헤를 받는 모습이 보여 안도하며 무사히 설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힘들게 설교를 했는지 설교가 끝나고 차를 타고 정선으로 돌아오는데도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이렇게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 2명이라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주님... 저 2000명 중에도 제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자들은 단 2명 밖에 없군요." 그리고 이곳 신동교회 강단에 섰을 때 매주 내 눈에 확연하게 들어오는 2~30여명의 성도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역시 탁월한 설교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원고를 아주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 설교원고에 의해서 변하지 않는 성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speech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 설교를 녹음해서 들어보며 speech의 문제들을 고쳐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도 성도들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설교하는 제 표정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동영상을 찍어 제 스스로 보며 제 표정과 어투를 바꾸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성도들은 쉽게 변하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점점점 지쳐가며 매주가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주님이 또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너를 강단에 세우는 것은 너의 설교를 통해 내 양들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통해서 그들에게 나의 말을 전하기 위한 것이니라."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저는 내가 설교를 못해서 교인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대답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성도들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설교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주님이 일할 통로가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이 또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제물이 되어라. 설교를 하려고 하지 말고 매주 제물이 되어 그 강단에 올라 가거라. 너 자신이 내가 기뻐할 만한 그런 제물이 된다면 나는 너를 통하여 충분히 내 일을 할 수 있단다."

그 날, 이후 저는 매주 주님의 제단에 올라가는 '제물'이 되기로 작심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주에도 올라갔고, 그렇게 이번 주에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2,000명의 성도들이 매주 들어야 할 설교라는 평가를 받던 저도 주님은 여전히 매주일 20여명 앞에서만 설교를 하게 하십니다. 2,000명은 고사하고 200명의 교회에서도 목회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선하신 주님이 언제나 선한 곳으로 나를 인도하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30여명의 성도들을 진심으로 사랑해내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참목자이신 주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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