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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청 심벌마크./아시아뉴스통신DB |
서울 양천구청에서 발생한 '매관매직(賣官賣職)' 사건이 재판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을 낳고 있다.
특히 재판장도 변호인단의 변론과 피고인의 반론 과정에서 각종 의구점을 제기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양천구청 비서실장의 재판 결과와 별개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법원, 검찰도 궁금해 하는 '몸통'
"3000만원이 추재엽 양천구청장에게로 간 것 아닙니까?"
20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 제406호 법정.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6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천구청 비서실장 홍모씨(41.여.구속)에 대한 2차공판에서 전병주 서울남부지검 공판검사는 이같이 추궁했고, 피고인 홍씨는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훈동 양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집중 거론됐다.
김 이사장은 범행이 일어났던 지난 2008년 당시 양천구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가, 지난해 10·26재보선에서 추재엽 청장이 당선된 후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은 2008년 당시 홍씨의 범행을 김훈동 이사장이 인지했으나 범행을 숨기는 데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인사권자(구청장)가 깊숙히 개입됐다고 판단해 최근 의욕적으로 수사를 펼쳤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6월 당시 추재엽 양천구청장의 비서였던 홍씨는 6급에서 5급으로 승진을 앞둔 6급 H씨(퇴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여성공무원이 승진 할 수 있겠느냐. 돈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33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4년 가까이 흐른 올해 2월 결국 구속됐다.
돈을 건넨 이후 H씨는 같은해 8월 말 실제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H씨가 돈을 주고 승진했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퍼졌고, 급기야 양천경찰서가 이 사실을 인지해 수사를 벌였다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종결됐던 사건.
이처럼 '매관매직' 소문이 퍼지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김훈동 이사장이 당시 적극 개입해 '돈세탁'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실제 H씨가 건넨 3300만원은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는 H씨의 외삼촌에게 '빌려준 돈을 H씨가 돌려받는 것'처럼 꾸며져 H씨 통장으로 입금됐고, 이 과정에서 김훈동 이사장이 속초까지 가서 H씨 외삼촌을 만나서 처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병주 검사는 "김훈동이 나서서 마치 (H씨가 외삼촌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형식을 갖췄는데, 3000만원은 추재엽 청장에게 간 것 아니냐"며 "그래서 김훈동이 나서서 범죄은닉을 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검찰 구형 직전 재판장인 김용관 부장판사도 고개를 갸웃하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4년 전 경찰 수사를 받았던 홍씨의 전력을 거론하며 "뇌물 받을 가능성이 큰 사람을 어떻게 (추재엽 청장이) 비서실장을 시키느냐"며 "(그리고) 돈을 받지 않은 김훈동이 적극 나서서 개입한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청석에 있던 김훈동 이사장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당시 상황설명을 하려다가 변론권이 없는 관계로 재판관에 의해 제지를 당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피고 vs 증인' 상반된 입장
이날 공판에는 돈을 건넨 당사자인 H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뇌물공여죄로 벌금 700만원 형을 선고받은 H씨는 "본인은 승진 가능성이 높았고, 구청 직원들도 그렇게 말을 했다"며 "하지만 피고 홍씨가 '여성 승진' 관련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서 돈을 요구했다"고 증인석에서 주장했다.
H씨는 또 홍씨가 2008년 5월 하순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해서 만난 자리에서 돈 얘기가 나왔고, 결국 5급 승진에 필요한 3000만원과 홍씨에 대한 성의 차원에서 300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해 같은해 6월 홍씨 거주 아파트 주차장에서 쇼핑백에 담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김훈동 당시 비서실장과 홍씨가 H씨를 비서실로 불러 돈을 돌려주는 대신 속초에 있는 H씨 외삼촌에게 H씨가 빌려준 돈을 받는 형식을 취했다.
H씨는 "김훈동 실장이 이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고, 홍씨는 '그러면 차용증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당시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H씨는 김훈동 이사장이 당시 개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추재엽 청장의 개입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홍씨의 변호인단은 피고 홍씨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H씨가 먼저 식사를 요구했고, 식사자리에서 H씨가 '구청장께 말 좀 잘 해 달라'고 말했다"고 변론했다.
이어 H씨가 돈을 준비해 홍씨 거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와서 홍씨를 불러낸 뒤 극부 거절하는 홍씨에게 억지로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는 것이 변호인단과 홍씨의 주장이다.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산적
결국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됐지만 검찰은 피고 홍씨가 건네받은 현금 3000만원이 추재엽 청장에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떨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재판장도 뇌물액수에 대해 "3000만원, 5000만원도 아니고 3300만원이라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은 상태.
또 뇌물을 받은 부하직원(홍씨)의 행실을 눈감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돈세탁에 앞장선 김훈동 이사장의 행동도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향후 홍씨에 대한 재판결과와 상관 없이 사법기관이 '몸통' 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천구청 직원 A씨는 "양천구 내에서 5급 승진 대상자로부터 비서실이 돈을 받는 관례는 4~5년 동안 묵인됐던 사안"이라며 "이번 기회에 모든 사실을 털어내고 몸통의 실체를 검찰이 밝혀내야 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홍씨에 대해 징역 5년에 추징금 3300만원을 추징했으며, 결심공판은 내달 4일 오후 2시 내려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