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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창]충북 옥천의 ‘뿔난 농심’에 귀 기울여라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5-11-07 09:40

6일 기자회견 이어 14일 전국농민대회 동참 '상경 투쟁'

 
 지난 9월10일 충북 옥천군농민회가 주축이 된 ‘밥쌀수입저지! 옥천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농협옥천군지부 앞에서 범군민대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밥쌀용 쌀수입ㆍ판매를 중단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출처=카페 e좋은세상)

 쌀값 폭락이 현실화 하면서 충북 옥천의 뿔난 농심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밥쌀수입저지! 옥천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범군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유원균. 이하 대책위)’는 6일 지역구(보은·옥천·영동) 국회의원인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옥천읍 중앙로 10)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원에게 밥쌀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옥천군민 2500여명의 서명부를 전달한 뒤 국회 차원의 쌀 근본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옥천군과 옥천군의회를 향해서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특히 군과 군의회에 오는 14일 오전까지 ‘쌀과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입장과 대책’을 답변하라고 못 박았다.


 답변 시한을 굳이 ‘14일 오전까지’로 한 것은 이날이 바로 서울에서 10만명의 농민이 모여 밥쌀 수입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는 14일 옥천지역 농민들이 서울로 이동해 옥천민심을 전하기로 계획돼 있어 이날 오전 출발 전까지 군과 군의회의 입장과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옥천지역 농민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을 하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지난 8월부터 성난 민심을 표출했는데도 어느 한 곳 귀 담아 듣는 곳이 없어 서명 운동에 농민대회 참여 등 집단행동을 하게 됐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농민들이 뿔난 이유는 쌀값 폭락 때문이다. 그것도 정부의 무분별한 쌀 수입에 따라 쌀값 폭락이 현실화 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햅쌀 80kg 한 가마의 가격은 13만원대로 20년 전의 쌀값 수준으로 폭락했으며 이 같은 쌀값 폭락의 원인은 무분별한 쌀 수입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해 농민들은 국영무역으로 수입되는 쌀에 대해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쌀값 폭락을 부채질 하는 ‘밥쌀용 쌀’ 수입만큼은 즉각 중단할 것을 지난봄부터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 말을 듣지 않았다. 국내산 쌀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밥쌀용 쌀 수입을 강행했고 더군다나 떡과 막걸리 제조 등에 사용되는 가공용 수입쌀을 20% 할인해 방출함으로써 농민들로부터 ‘어처구니 없는 쌀 정책’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대책위의 표현에 따르면 그야말로 쌀값 폭락에 기름을 붓는 정책을 불사함으로써 국내 농민들은 죽거나 말거나 미국 농민들의 이익만 지켜주는 꼴이 됐단다.


 이런 상황에서 옥천 농민들은 지난 8월 초 한 자리에 모여 쌀 문제가 단순한 쌀 생산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농가와 모든 농산물의 가격 안정과 직결된 문제임을 공감하기 시작했다.


 쌀값 폭락은 쌀 농가 소득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연이은 생산면적 감소를 가져와 다른 작물의 가격폭락과 식량주권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옥천지역 농민들은 지난 8월5일부터 ‘밥쌀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한편 대책위를 구성하고 9월10일에는 ‘밥쌀수입저지! 옥천농산물소비촉진을 위한 범군민대회’를 열어 지역민들의 마음을 모았다.


 대책위에는 옥천지역의 복숭아연합회, 포도연합회, 청석미드미작목반, 농촌지도자회, 공공비정규직 노조, 옥천군쌀협회, 옥천군농민회, 한살림생산자회 충북남부권역, 옥천군농민단체협의회, 대청호 주민연대, 옥천농협 등 30개 단체가 참여했다.


 아울러 옥천 장날마다 서명활동을 펼치고 군민체육대회 등 옥천의 다양한 모임과 장소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받은 서명이 지난 5일까지 모두 2500여명에 이르게 돼 이번에 지역정치권을 대표해 박덕흠 의원에게 전달했다.


 대책위는 박 의원에게 서명부를 전달하면서 “2500여명이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은 옥천주민의 뜻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나아가 옥천주민들이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준엄한 요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정치권을 향해 “이처럼 준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옥천지역의 정치에서 쌀과 농업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지적도 잊지 않았다.


 포도가격 폭락과 고추 파동에 이어 결국 쌀마저 대란이 나도 군과 군의회, 지역 정치인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퍼붰다.


 전국적으로 지방과 광역의회에서 ‘밥쌀 수입중단과 대북 쌀보내기’ 결의문이 채택되고 심지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밥쌀 수입중단’ 결의문이 채택됐는데도 지역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의원에게는 “민심은 천심”이라며 “민심을 헤아려 지역민들이 바라는  밥쌀수입 중단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마련과 함께  FTA·TPP 가입 중단에 나서줄 것도 요구했다.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주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대책위는 또 옥천군과 군의회를 향해서도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쇄적인 농산물 가격폭락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 최저가격 보장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대책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했다.


 지역의 민·관·농 단체와 생산자 단체, 농협 등이 함께하는 옥천 쌀 산업대책 논의의 자리를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특히 옥천군의회 의원들에 대해서는 “군의원들이 주민의 대표임을 자임한다면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 당의 입장과 정부의 눈치만 본다면 지역민들은 이제부터 철저하게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책위는 오는 연말까지 밥쌀 수입 저지와 옥천지역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을 간담회를 열어 홍보에 나서는 한편 민·관 논의 등 대책 마련에도 적극 관여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오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농민들은 “밥쌀용 쌀의 수입은 한국농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쌀 관세화 조처로 밥쌀 수입의무가 사라진 밥쌀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민들은 “현재 국내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만큼 각 지자체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를 제정하고 정부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반드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이젠 못 참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전국의 뿔난 농심을 잠재울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대책위가 말했듯이 ‘민심은 천심’임을 다시금 명심했으면 한다. 추수기에 뿌듯함을 느끼기보다는 되레 허탈감에 빠져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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