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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 기자./아시아뉴스통신DB |
충북의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비 분담과 관련한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결국 충북도의회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돼 지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무상급식비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수장인 도지사와 교육감이 정면에 나서지 않고 뒤로 물러서 있다가 급기야 도의회 정례회에서 싸잡아 비난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비난 수준도 보통이 아니라 ‘망신 수준’이란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제344회 도의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윤홍창 교육위원장(제천1)은 대집행부 질문을 통해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을 싸잡아 몰아세웠다.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둘러싸고 실무자 간 협의마저 고착 상태에 빠져 오리무중인 상황임에도 두 수장이 만나 해결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도지사와 교육감이 갈등 초기부터 적극 나서서 소통하고 도민의 걱정거리를 덜어줬어야 했는데 시기를 잃었다”며 “이는 직무유기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두 수장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부분까지 언급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어 표심을 다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 무상급식의 재정분담 갈등으로 인해 두 기관의 골은 깊어지고 도민의 걱정거리만 늘었다”고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작심한 듯 “이렇게 아이들의 먹는 문제에 대해 예산전쟁을 벌이고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파행으로 갈 사항이었으면 처음부터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아 표를 얻지 말았어야 했다”고 맹비난 했다.
비난의 수위가 그간에 제기됐던 그 어떤 비난보다도 높은 대목이다. 특히 윤 위원장의 이날 지적은 충북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그것도 차기년도 예산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교육위원장의 대집행부 질문을 통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예사 지적과는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윤 위원장이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인 반면 이 지사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김 교육감 또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란 점을 의식한 어느 정도의 ‘정치성 발언’임을 감안하더라도 가슴에 있는 속내를 작정하고 드러낸 발언으로 이해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전날(11일) 양측이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 때문이다. 이 예산안에 양측 모두 ‘50대50 분담원칙’을 깨고 2016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함으로써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도의회가 내놓은 권유나 경고를 무시했다.
도의회를 비롯해 학부모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행이 뻔한' 다음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도의회로 넘긴 것이다.
2016년도 도내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964억원 가량이다. 식품비 501억원, 인건비 393억원, 운영비 7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는 이 가운데 식품비의 75.7%인 379억원만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다. 시·군 부담액 약 227억원을 제외하고 152억원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이에 질세라 도교육청도 ‘모자라는’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 무상급식비 전출금이 줄어들어 자체 예산으로 부담할 수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 중 91억원을 삭감한 상태로 2016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로 넘겼다. 91억원이 모자라는 무상급식 예산을 짜 넘긴 것이다.
예산 심의권을 가진 도의회로선 예상했던 불이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발등의 불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 번 중재에 나섰다 실패했을 때 내비쳤던 강제적 권한 행사 엄포(?)도 말처럼 쉽지 않을 성 싶다.
예산 심의 거부 등 칼자루를 쥐었다고는 하나 섣불리 칼자루를 휘둘렀다간 역풍을 맞아 그동안 도와 도교육청에 쏠려있던 비난을 송두리째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빚어진 도와 도교육청 간 무상급식 갈등의 최대 관건이자 해결의 열쇠는 근본적으로 ‘돈(예산)’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두 기관 모두 예산이 풍족한 상황이면 당초부터 이 같은 갈등이 발생하지도 또 지금과 같이 심화됐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에 예산과 관련된 도의회의 심의 여부는 그만큼 예민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도세 등 지역 살림살이의 태생적 여건과 정부 정책의 여파로 더욱 쪼그라든 곳간 형편을 십분 알고 있는 도의회 입장이기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예산 심의 거부 등 강제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기엔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결과 역시 심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있는 작금의 무상급식 갈등 국면을 생각할 때 양측 스스로의 합의에 따른 해결점 찾기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거나 논의되지 않은 대안 제시는 자칫 과잉간섭 내지 불필요한 간섭으로 비춰져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충북참여연대)가 13일 성명을 내어 목소리를 높인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윤 위원장이 전날 대집행부 질문에서 선택적 무상급식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충북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주민의 뜻을 왜곡하며 선별적 급식을 주장하는 윤홍창 교육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위원장이 전날 도의회 본회의에서 교육재정이 어렵다면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펼쳤다”며 “무상급식 분담률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도와 도교육청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해결책이 선별적 무상급식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무상급식이 원만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도와 교육청, 도의회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전면) 무상급식을 철회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민의를 왜곡하는 윤 위원장은 도 교육을 함께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명분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지난 12일 대집행부 질문에서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이른 시기에) 만나되 그 자리에서도 도민 걱정거리를 덜어줄 현명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도교육청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고소득 최상위 계층에게는 유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선택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하거나 중학교만 유상으로 전환하는 선택적 무상급식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되레 역공을 받았다.
이렇듯 도와 도교육청 간의 무상급식 갈등이 첨예하게 얽히고설키게 되면서 지역에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충북도의 갑질’ 얘기다. 갑(甲)이 아니면서 갑인 양 행정행위를 함으로써 매번 도교육청이 끌려 다니게 돼 마치 갑과 을(乙)의 관계처럼 굳어져 가는 형국이 됐다는 내용이다.
충북의 무상급식 시행 초기 도와 도교육청이 합의한 정신은 ‘50대50 분담원칙’이었음을 감안하면 양측의 그 어느 쪽도 무상급식과 관련해 갑의 입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때부턴가 도가 이런저런 빌미를 들어 50대50 분담원칙에 문제가 있다며 논의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해서 묻고 싶다. 항간의 얘기처럼 충북의 무상급식에 있어 정말로 도는 갑이고 도교육청은 을인지.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양측은 갑과 을로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갑과 을의 관계처럼 보이고 행정행위를 한 데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실타래처럼 엉키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분명하지 않은 양측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답이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