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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보이스피싱+불법 도박사이트' 신종 사기 수법 기승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임정빈기자 송고시간 2017-05-31 13:44

알바·투잡·부업 구직자들 두번 울리는 부업사기
지난 2013년 3월 부산 동래경찰서는 스포츠토토에 대리 베팅해 입금한 베팅금액을 2배로 벌게 해주겠다며 인터넷 카페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광고해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2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돈을 떼이고도 현행법상 공식 스포츠토토 사이트 외에 대리베팅은 불법이기 때문에 신고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5년 5월 충북지방경찰청은 쉬운 재테크·고수익 알바를 구한다는 인터넷 홍보를 통해 모집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춰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가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이용해 수십억원대 판돈 등을 가로챈 신종 사기 일당을 붙잡아 11명을 구속 및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공범 16명을 추적해 지난 2016년 9월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중국 청도 6곳의 사무실과 국내에서도 부본사, 총판을 두고 회장, 사장, 팀장, 직원 등으로 역활을 세분화해 기업형 사기 조직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실제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스포츠 경기 결과를 모두 맞힌 것처럼 사이트를 조작해 베팅을 유도하고 수익이 쌓여 회원들이 환전을 요구하면 해킹과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한 뒤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아이디 자체를 삭제하여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모두 1만 3000여명으로부터 76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지난 2016년 6월에는 인천 부평경찰서가 인터넷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높은 투자 수익을 보장한다는 글을 올려 10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 총 2억 44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A씨(29)를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이처럼 알바·투잡·부업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로 현혹해 보이스피싱과 불법 스포츠토토가 결합한 신종 사기 수법이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스포츠토토 등 사행성 게임 경험이 없는 주부나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취약한 경제상황에서 기대심리를 부풀리고 자극하여 속수무책으로 피해자가 양산되고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데 있다.

지난주에는 한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결론이 나오자 본 기자가 직접 그 사기수법을 해부하기로 했다.

이와 유사한 광고가 많이 올라온다는 한 SNS에 로그인하고 창업·부업 관련된 게시글을 둘러보자 어렵지 않게 아래와 같은 광고글을 볼 수 있었다.

 
네이버밴드에 게제된 부업사기 광고 게시글./사진=네이버밴드 캡쳐

그래서 본 기자는 카톡으로 연락을 취해 어떤일인가를 물어봤다.

사기업체는 " 저희는 네임드사다리 유출픽으로 30분만에 5배 수익을 내드리고 있습니다. 환전후에 환전금액의 20%만 저희쪽에 입금시켜 주시면 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해외 베팅업체에 유출픽베팅하여 5배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저희는 연락처도 보유중인 업체입니다. 한사람당 5000만원 이상 수익이 불가능하여 이렇게 수수료로 회원들이랑 같이 수익보고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안내를 받은 본 기자도 내용으로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그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도 있고 유출픽으로 완벽한 승리에 수익금에 2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내가 80%를 가져간다고 하니 상식적으로도 '괜찮다'라는 생각까지 하였다. 

이어 많이 할것 같은 여러가지 질문을 하였고 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업체와 상담하며 주고 받은 카카오톡 내용 갈무리./사진=카카오톡 캡쳐

업체는 ▲ 안전한 사이트 ▲ 유출픽이라 잃을수가 없다 ▲ 모든 사람이 유출하는게 아니라 사이트는 괜찮다 ▲ 충전은 자유롭게 ▲ 먹튀해도 충전금은 보장한다 ▲ 안전하고 편하게 업체가 베팅 해준다 ▲ 의심되면 안해도 된다 등 모든 걱정스런 질문에 안심시키려는 답변에 노력을 보였다.

업체에서 말하는 유출픽이란 사전에 미리 승패 결과를 받아 게임에서 수익 내는걸 말한다. 이에 대해서 게임제공업체 측에서 정보를 받았거나 해킹에 의해 알게 되었다거나 기타 다른 방법에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말자. 왜냐면 유출픽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일반 의류 쇼핑몰처럼 디자인되어있다. (아래) 로그인하니 불법 스포츠토토와 다양한 사행성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사진=해당 웹사이트 캡쳐

우선 안내하는 인터넷주소로 들어가 보았다. 일반 의류 쇼핑몰처럼 디자인하여 누가봐도 불법 스토츠토토 사이트라는걸 알 수가 없다.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 신청을 하고 로그인을 하니 네임드사다리, 달팽이, 네임드 다리다리, 알라딘사다리, 파워볼, 스포츠토토 등 버젓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처음 충전은 30만원이 적당하다고 안내하여 거금 30만원을 충전했다. 먹튀하면 충전금은 보장한다고 안심시키길래 본 기자도 그 말을 순간 믿었다.

충전이 완료되니 편하고 안전하게 업체에서 베팅을 해준다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물어보았다. 로그인 정보를 알려주고 로그아웃한 뒤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업체와 환불 관련하여 주고 받은 카카오톡 내용 갈무리./사진=카카오톡 캡쳐

얼마 지나지 않아 업체로부터 끝났으니 환전신청 하라는 연락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그인을 해보니 정말 충전금 30만원에 게임 수익금 150만원을 합쳐 180만원이 있었다. 순간 본 기자도 "어? 여긴 사기가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환전신청을 하니 사이트로부터 쪽지가 도착했다.

쪽지 내용을 요약해보면 "첫 환전시 이벤트 코드값 50만원 입금해서 코드값 해제 후 50만원 + 보유금액 전액 환전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어 "코드값이란 고객님 전용 가상계좌 개설비용이며 추후 안전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양해를 부탁했다.

그 쪽지를 업체에 보여주니 안전조치 때문이라고 입금하고 전액 환불신청하면 된다고 사이트 편을 든다. 이것은 아마 초등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정책이다. 고객이 가상계좌 서비스를 신청한것도 아니고 단 1번이라도 환불이 되었다면 안전 때문이라는 명목이 신뢰라도 될테지만 처음부터 돈을 입금하라는 정책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마 본 기자도 우연히 알게되어 지금까지 이르렀다면 고심을 하고 있을 지 모른다. 눈앞에 180만원이 있는데 이 돈을 가지려면 50만원 주고 다시 50만원을 포함해 230만원을 환전요청 하라고 하는데 해탈하지 않고서야 욕심이 안생길 수 있을까.

피해자들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미 충전금도 투자가 되어 있으니 분명 본전 생각이 날 것이다. 그냥 충전금 30만원과 수익금 150만원을 버리느냐, 아님 한번 더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50만원을 더 입금하느냐. 더구나 충전금이 몇십만원이 아닌 몇 백만원이었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보를 한 피해자 김모씨(38)도 이와 같은 수법으로 처음 300만원을 충전하고 코드값 400만원을 입금하니 잠적해 버렸다고 한다. 같은 수법이지만 같은 업체일수도 있다. 김모씨는 두시간만에 700만원을 사기 당했다. 그런데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도 불법에 가담해 불리해질까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사기에 이용한 사다리 게임 화면과 찾을 수 없는 보유금액 180만원./사진=해당 웹사이트 캡쳐

배당이 높고 단순하고 빠른 회전율로 인해 사기 조직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다리 게임 화면이다. 물론 단순한 만큼 중독성도 매우 강하니 처음부터 가까이 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지난 사건들의 경찰 조사 결과 사기 일당은 외국인 등의 명의로 된 대포통장과 대포폰은 물론 해킹한 인터넷 사이트 계정을 범행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에 이용한 가짜 스포츠토토 인터넷 사이트의 도매인 주소를 2주 간격으로 바꿔 경찰과 피해자들의 추적을 피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심지어 "불법 도박에 참여했으니 처벌을 받는다"고 피해자를 협박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도록 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주영규 경감은 "실제 도박이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피해자들이 처벌받을 일은 없는데도 지난 사건에서는 400명의 피해자 가운데 신고자는 2~3명에 불과했다"며 "사기 일당이 스포츠토토를 접해보지 못한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피해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이진형 경장은 "피의자들의 수법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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