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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제주 2017, 제주작가의 발견 고용석] 백토로 만든 ‘요람’, 세 개의 알은 생명 존중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6-27 00:31

고요한 도자기, 구멍을 통해 돋아난 어린 싹을 보았다
알과 씨앗을 통해 생명이자 떠남의 아이콘을 표현한 작가 고용석.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작가 고용석의 특별한 조형성> ‘딱 한 송이 꽃’만 꽃을 수 있는 화병, 작가가 만든 화병은 입구가 몹시 좁다. ‘순애보’를 형상화화 작가는 스스로를 가뒀다. 사랑은 원래 그렇게 힘이 드나보다. 덕분에 필자는 작가적 재능을 살피는 첫 번째 조형적 단서를 순애보에 두었다. 사실 필자는 청자상감보다 순애보적인 고요한 도자기가 더 좋다.
 
자신의 조형성은 그때그때 외형적으로 달라질 수 있지만 색깔과 질감은 지키면서 풀어가려 노력중이란다. 타이밍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작품이 본질적이고 보수적이라는데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알과 씨앗, 생명이자 떠남의 아이콘> 작가에게 ‘알’은 생명의 근원이고 알집인 둥지는 태생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을 의미한다고 한다.
 
요람이라는 것, 둥지로 빌어 요람을 형상화한 작가는 새 생명이 자라면서 가장 먼저 버리는, 떠나게 되는 공간을 요람으로 우회했다.
 
비밀스런 느낌의 공간을 통해 모성애를 표현한다고도 했다. 곧 떠날 수 있는 새 생명들의 에너지를 담으려 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느낀 건 오히려 ‘부성애’이다.
 
작가는 받침돌 세 개로 세월을 지탱했고 알 세 개를 균형의 추로 봤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딸의 연대기, 부화하고 성장하기> 환경을 딛고 서지 않으면 성장은 힘들다. 어린 생명력이 찬란한 생명력이 되기까지 지켜보는 부모가 있고 요람이 존재한다.
 
냉장고 속 감자에 싹이 튼 모습도 그랬다. 순간 작가는 요람도 버리고 떠날 아이를 생각했다. 환경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날은 또 이것저것 복잡한 일상으로 그의 마음이 몹시 탁해진 날이었다. 부화하고 성장하는 데 애 어른이 없나보다.
 
<완벽한 균형, 삼(3)>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함의 상징으로 쓰여 지는 숫자 삼(3), 받침돌 세 개로 세월을 지탱했고 작가는 알 세 개를 균형의 추로 삼았다. 작품에 철학이 있어야 기술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작가는 사명감까지 더해 고향 제주의 완고함을 작품 속에 녹여 낸다. 녹여 내는 질료에는 학교 제자들도 안고 산다.
 
도자기가 오랫동안 생활도구로 사용되어 온 이유에 눈길을 주는 작가의 우직함이 고맙다.
 
한 송이 꽃을 위한 화병은 순애보를 먹고 자란다. 작가 고용석.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사랑의 균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대에, 사랑하던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이 세상에 작가는 백토와 물레로 마음을 다독이는지 모르겠다.
 
화병도 소설 쓰듯이 잘 쓰면 이쁘고 화려하지만 기능적인 면으로 보자면 기형이라 단언하는 작가의 심미계를 아직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양면을 다 담아 내려고 시도한다는 작가의 퉁명함에 믿음이 간다.
 
2012년 문예회관 전시부터 구매해 주는 콜렉터들이 있다. 늘 출발은 인연에서 시작되고 구매나 전시도 그 연장에 서 있는지 모른다. 젊어서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고용석 작가는 1979년생이다.
 
작가의 전시를 궁금해 하고 기다려 주는 콜렉터들이 당신은 몇이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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