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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작은 결혼식, 하면 된다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이시경기자 송고시간 2017-07-18 14:05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DB

한 결혼정보카페에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결혼식 한 달 뒤, 어떤 것을 후회하십니까? 란 질문에, 예단과 예물 비용을 더 아끼지 못한 점을 가장 많이 꼽았고, 예식 및 신혼여행 비용을 더 줄이지 못한 점을 그다음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예식을 의지대로 진행하지 못한 점을 5위로 택했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선택한 문항들 사이엔 연결고리가 있다. 결혼과 관련해 막대하게 쓴 비용에 대해 후회했는데, 그것조차 스스로 의지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부모님의 의견과 주변에 대한 시선들이 한몫했을 것이다.
 
올가을 결혼을 앞둔 주변 지인들은, 예물과 예단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다고 토로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해야는 하는데, 비용을 생각하자니 여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예비부부는 양가 균형이 맞지 않는 예물과 예단으로 한쪽에서 기분 상하거나 토라지는 경우들이 제법 많다고 했다. 심지어는 예단을 포장하는 포장지와 방법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단위라는 것을 듣고는 필자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예물 예단이 누구나 다 하는 과정이라고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은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사실 이 예물과 예단에 관한 부분이 고민이라면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도 각자의 부모님 즉, 신랑은 신랑의 부모님, 신부는 신부의 부모님을 책임지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품앗이 문화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결혼식을 올리는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대견한 모습으로 부모님께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변에 먼저 결혼한 부부에게 실제 경험담을 듣고 조언을 얻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는 결혼식의 하객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그런 만큼, 결혼식을 앞둔 몇 달 사이에는, 연락처를 하나하나 살펴보거나 각종 SNS를 총망라하면서 연락하기 바빠진다. 그리고 평소 가지 않던 동창회나 모임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마련이다. 우리는 몇 년간 연락하지 않던 주변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이 친구 결혼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연락이 되더라도, 청첩장마저 문자나 SNS를 통해 온라인 청첩장을 대부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을 방문한 사람 중 몇몇은 축하보다는 으레 치르는 일로 생각한다. 특히 신랑 신부의 얼굴조차 모르는 부모의 지인들이 눈도장만 찍고 피로연장으로 걸음을 바삐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 DB
 
하지만 작은 결혼식으로 정말 나를 축하해줄 소중한 지인들만 모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객 수가 많지 않기에, 온라인 청첩장보다는 직접 쓴 손편지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 정말 나를 축하해줄 가까운 친인척과 친구 몇 명만 있다면, 오히려 눈치 보지 않으면서 더 편하고 자유롭게 결혼식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결혼식을 올린 커플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93%가 만족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오히려 남들과 다른 개성, 합리적 결혼 비용이 주를 차지했다. 또한, 공공예식 식장 비용이 평균 240만 원이라고 한다. 일반 결혼식(2,400만 원)과 비교하면 10%밖에 되지 않는 비용이다. 어느 부부들은 작은 결혼식을 통해 아낀 돈으로 결혼식을 함께한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도 하였고, 주택자금을 더 모아 월세를 줄이거나 전세를 구하는 등 집값 마련에 스트레스까지 덜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어려웠던 점으로는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하는 과정과 공공시설의 여건 등이었다.
 
여행에 비유하면, 순서대로 정해진 패키지여행은 결제만 하면 알아서 준비해주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내가 정한 자유 여행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지라도 만족도는 훨씬 높다. 작은 결혼식이 그렇다. 대신 스스로 준비하는 동안에는 신랑 신부가 준비할 부분을 분담하고 서로 도와야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다.
 
하루는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서 결혼식 사회를 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메뉴가 있는 뷔페 음식은 없고, 갈비탕과 같은 한 가지 메뉴가 전부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하객에 대한 성의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뜻밖의 즐거운 광경을 보았다. 피로연을 마치면서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정성껏 포장한 선물을 주었는데, 선물을 받는 하객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사회자로서 참석한 나에게도 선물을 주었는데, 나 역시 왠지 더 기분이 좋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며칠 전 한 예능 프로에서 가수 이효리 씨는 자신의 결혼식을 스몰 웨딩이 아닌 초호화 결혼식이라고 표현했다. 제주에서 올린 결혼식은 넓은 집에서, 하객들의 비행깃값을 부담했으며 숙소도 대신 결제하니 오히려 돈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요즘 스몰웨딩이라는 이름으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결혼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을 덜어도 좋다. 실제 정부에서는 진정한 작은 결혼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작은결혼정보센터(http://smallwedding.or.kr)를 참고하면 된다. 이곳에 따르면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로 서울에서는 서울 시민청, 국립중앙도서관, 청와대 사랑채 등이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약 220개소가 있다. 이러한 결혼식장을 찾아볼 수 있고, 결혼 관련 사회적 기업 등의 업체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사회 인사들의 주례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로 주례를 지원하고 있다. 작은 결혼을 올릴 수 있는 전반적인 컨설팅 요청도 가능하니, 활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망설이거나 고민하고 있다면, 작은 결혼식, 하면 된다.
 
 
◆ 아시아뉴스통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권경근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우로 데뷔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홈쇼핑 쇼호스트, MC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K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로, 연세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대학에서 스피치, 소통 강의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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