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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다’ 현진영, 공황장애와 파산까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를 지켜 준 아내 오서운…그리고 아버지 故 허병찬은 여전히 든든한 지원군

[서울=아시아뉴스통신] 디지털뉴스팀기자 송고시간 2017-12-17 07:30

예고 캡처

17일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가수 현진영을 만나본다.

▶ 아픔을 딛고, 힙합의 전설이 된 소년  

90년대 한국에 힙합 열풍을 몰고 온 ‘레전드’ 가수 현진영! 후드 티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파격 자체였고, 젊은이들은 그의 춤과 패션을 따라하며 ‘현진영 Go 진영 Go’를 외쳤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실력을 겨루던 이태원에서 불과 열여섯에 이수만에게 발탁되어 스무 살에 가요계의 최정상에 올랐지만, 사실 그가 일찍부터 프로 댄서의 길을 선택한 것은 생계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 어머니가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건강마저 악화되면서 가장 아닌 가장이 된 그는, 낮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밤에는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추었다. 일찍부터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십대 때 두 번이나 차가운 한강에 뛰어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고통은 그를 성장하게 했고, 삶의 경험들은 그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에게 가장 큰 인기를 가져다준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역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서 만들어진 노래였다.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일찍부터 겪으며 굽이굽이 헤쳐 온 가수 현진영의 이야기를 ‘사람이 좋다’에서 만난다. 

“되게 프로다웠어요. 제가 살면서 춤을, 내 눈앞에서 턴을 열 세 바퀴를 파박 도는 걸 처음 봤어요. 그래서 와 이 친구 춤을 진짜 잘 춘다 했죠. 무지 열심히 했어요. 진짜 독하게 하긴 했죠. 가정이 어려워서라기보다 자기가 너무 좋아하니까. 자기가 너무 좋아하고, 춤추는 거랑, 그리고 춤만 잘 추고 싶지 않고 노래도 잘하고 싶어서 노래 연습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되게 좋게 봤어요.” ― 가수 구준엽 인터뷰 中  

“‘흐린 기억 속에 그대’를 만들고, 그게 사실 너무 운이 좋았는지 나오자마자 1등을 했어요. 2주 만에 1등을 하면서, 삶 자체가 망각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예전에 힘들고 고생했던 것도 다 잊어버리고 그냥 눈 감고 뜨니까 신데렐라가 돼 있었다고 해야 될까? 너무 교만했어요. 나중에 3집 앨범 나와서 그것도 히트를 치고 있는데 또 사고가 난 거죠. 앨범 내고 한 달 만에. 그리고 모든 걸 잃었죠. 돈, 명예,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아버지와 여동생 빼고 다 잃었던 거죠. 사람도 다 떠나고, 설 무대도 다 없어지고, 방송은 아예 아무 데도 못 나가고. 심지어는 밤업소도 저를 쓰는 데가 없었어요.” ― 현진영 인터뷰 中  

▶ 공황장애와 파산까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를 지켜 준 아내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이십 대 초반에 수차례의 약물 파문으로 현진영의 인기는 물거품이 됐다. 혹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그는 불면증과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앓았다. 그렇게 그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만난 사람이 지금의 아내 오서운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는 아내는 18년째 한결같이 현진영의 곁을 지켜 주었다. 거듭된 위기에도 아내의 변함없는 지지와 보살핌 속에 현진영은 차츰 안정을 찾았고, 재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과 별개로 사업 수완은 부족했는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획사를 설립했던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는 또다시 파산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13년의 만남 끝에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바로 이듬해였다. 인생의 힘든 고비들을 함께 건너온 현진영, 오서운 부부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사람이 좋다’에서 공개된다. 

“처음 만날 때 남편이 되게 안쓰럽고 그랬어요. 모든 사람이 안쓰럽다고 그 사람을 다 그렇게 챙겨 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희 남편 같은 경우는 어느 날 만나고 나서 헤어지고 남편 혼자 걸어가고 있는데, 세상에 남편 혼자 덩그러니 딱 떨어져 있는 느낌, 그 느낌을 딱 받았어요. 그래서 내가 챙겨 줘야 되겠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던 것 같아요.” ― 아내 오서운 인터뷰 中  

“그런데 저희 와이프가 제 악기만 나중에 사줬어요. 압류가 붙은 상황에서 경매가 붙었을 때 돈을 구해서 다시 본인이 경매를 받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악기는 안 빼앗겼죠. 저한테는 소중한 악기죠. 악기가 없으면 음악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물론 가수니까 노래를 해도 되는데, 작곡가이기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 하면 곡을 만들어야 음악을 하는 거라고 와이프도 생각을 하니까, 저게 없으면 이 사람은 양 팔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악기는 찾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 현진영 인터뷰 中  

▶ 재즈 뮤지션으로 변신한 힙합 전사의 멈추지 않는 도전  

후회되는 일들도 아픔도 많았던 삶이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고마운 아내와 함 께하는 지금이 현진영에겐 더욱 소중하다.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 경제적으로도 재기하기 위해 방송 출연, 작은 공연과 강연, 인터넷 라이브 방송 등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마흔 일곱이 된 ‘힙합 전사’ 현진영은 요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재즈힙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앨범을 발표하고, 그가 십대 때 힙합 댄스를 추던 이태원에서 재즈 공연을 한다. 대중음악에 비해 수입은 적어도 재즈 클럽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영예로운 일이라는 그의 음악적 자부심은 역시 뮤지션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그의 아버지는 1세대 재즈피아니스트 故 허병찬이다.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무대에 서고 싶다는 현진영에게 아버지라는 큰 산은 여전히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바닥을 딛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가수 현진영의 음악적 열정과 인생 이야기, 사랑하는 아내와 알콩달콩 다투는 귀여운 일상 속 매력까지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 본다. 

“제일 행복할 때죠. 무대에서 노래할 때가. 제가 좋아하는 '숨'을 최고로 극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무대는. 무대는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 쉬는 숨으로는 안 되는 데잖아요. 힘껏 들이마시고 힘껏 내뱉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 장소가 무대잖아요. 그때 저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죠. 나는 살아 있어. 비록 내가 바닥까지 갔을지라도 여기 위에서만큼은 나는 최고야. 내가 살아 있는 곳이야. 그런 생각이 들어요.” ― 현진영 인터뷰 中  

“다시 예전의 정상의 인기를 찾을 수 있는 길이 꼭 있을 거예요. 그 기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것뿐이지. 그만큼 예술적인 가치가 있으니까. 지금 시대에 코드가 조금 안 맞아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그런 것뿐이지 언더그라운드 재즈 클럽에서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같이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잖아요. 그게 대중적인 인기를 다시 갑자기 확 끌어내지 못해서 그런 것뿐이지. 그러니까 언젠가는 또 기회가 오면 다시 크게 부각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가수 박남정 인터뷰 中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현진영 편은 17일 오전 8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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