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 금요일
뉴스홈 인터뷰
국내 최초 대변은행장 김석진 소장 만나 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은 대변이식을 묻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황태영기자 송고시간 2018-07-19 11:15

(사진제공=김석진좋은균연구소)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연구소인 김석진좋은균연구소의 김석진 소장은 일명 ‘똥 박사’로 불리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대변 연구에서 꾸준히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대변은행’, 골드바이옴을 설립하기도 했다. 골드바이옴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장내 미생물을 추출해 저장해뒀다가 대변 이식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하는 곳이다. 

이처럼 몸 속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해 각종 질병 및 진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장(腸)은 인체에서 가장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며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의 소화, 흡수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건강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건강한 대변을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해 질환을 치료하는 ‘대변 이식술’이 주목 받고 있다.

김석진 소장은 “대변 이식술(FMT)은 난치성 대장질환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장기간 항생제 치료로 장내 미생물 균형이 망가져 고통 받는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대변이식을 할 경우 비교적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소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Q. 대변 이식술의 원리는?
A.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균을 추출한 뒤 대장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장에 분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대변이 나온 지 4시간 안에 신선한 상태로 이식하는 것이 좋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냉동 보관한 것을 쓴다. 대변이식술 주 대상은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아 체내 세균 균형이 무너진 위막성 대장염 환자들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대변이식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균에만 사용하도록 범위를 정했기 때문에 현재는 치료 범위가 한정돼 있다. 앞으로 성과가 쌓이면 적용 가능한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Q. 대변 이식 사례가 많은가?
A. 각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 공인 후 30명 가량이 골드바이옴을 통해 이식을 받았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몇 대학 병원 소화기내과를 통해 시술되고 있다. 대변 이식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의학계에서 시술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Q. 감염 우려는 없나?
A. 학계에 아직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기증자의 대변에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변이식술은 마지막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물론 건강한 대변을 이식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며 혈액검사를 비롯해 대변 자체에 해로운 균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사한다. 

Q. ‘좋은 대변’을 가진 기증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건강한 장 생태계는 유익균이 85%, 유해균이 15% 정도인 상태이다. 장내 미생물 구성이 좋더라도 흡연이나 음주를 해선 안 되고 병력이 있어서도 안 된다. 비만,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이나 변비가 있어도 곤란하다. 따라서 100명 중 서너 명 정도에 불과해 기증자를 찾는 과정이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Q. 치과의사에서 ‘똥 박사’가 된 계기는?
A. 처음부터 대변과 균에 대해 연구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구강 세균 감염과 관련해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나도 의사지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큰 거부감이 없었고 그때만 해도 항생제는 그저 나쁜 균을 없애 증상을 완화한다고만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항생제가 나쁜 균은 물론 좋은 균까지 죽이는 탓에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아토피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그때부터 증상이 아닌 원인을 치료하기 위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Q. 원인 치료가 대변을 이용한 치료인가?
A. 동일한 약이나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유전이나 체질로 해명하려니 설명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이를 세균으로 풀면 분명한 답이 나온다. 대변에 사는 세균이 약 100조 마리이다. 의사 입장에서 대변은 매우 좋은 활용체라고 할 수 있다.

Q. 외국과 비교해 우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국내에서는 대변 이식이 초기 수준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연구 규모도 크고 관심도 더 많다. 미국에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대변은행 오픈바이옴이 문을 열었고 독일에서는 대변을 통해 인간 수명을 늘리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13년 좋은균연구소를 세운 후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국인 수천 명의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데, 모인 대변이 부족하면 쌓이는 자료가 부족하고 그만큼 연구도 늦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서울 성모병원과 MOU를 체결하고 대변 이식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사업에 선정돼 세브란스 병원과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하는 임상을 하고 있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연구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김석진 소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디애나대학교 치주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2009년 인디애나대학교 치과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는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현재는 바이오일레븐 기업부설 김석진좋은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정보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