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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한수 조류학 박사..“AI 바이러스, 친구찾기로 추적”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기종기자 송고시간 2018-11-27 10:19

- 2015년 이후 야생 조류 1,500여 마리, 100여 종 관찰 중
- 현재 ‘AI 바이러스 감염 예방’ 에서 ‘희귀종 등 자연생태계 보호’로 사용 확대
이한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박사가 조류 위치 추적기를 통해 분석된 야생 조류의 추적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이기종 기자

최근 충남 천수만 간척지를 포함한 서해안 일대의 습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 바이러스’가 지속 검출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비상상태이다. 아직까지는 ‘저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인됐지만, 겨울철에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항시 남아 있다.

매년 이맘때면 ‘AI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방역당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야생 조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예방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야생 조류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이후로 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를 만나 야생 조류 추적의 연구배경, 추적기 개발과정과 성능, 연구개발 방향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연구 배경은?

▷ 2003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야생 조류를 추적과 검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때 관련 정부부처의 의뢰를 받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겨울철새인 야생 오리류를 대상으로 AI 감염 여부를 조사하게 됐다.

이 야생 오리류를 검사한 결과 가을에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철새에 의해 고병원성 AI가 유입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때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 위치 추적기 개발 배경은?

▷ 야생 동물 위치 추적기를 개발하계 된 배경은 그 당시에 사용하던 외국 추적기의 비용이나 운영에서 있어서 제한점이 많아 자체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때는 이동 조류를 추적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개발한 인공위성 기반의 위치 추적기를 사용했다.

이 인공위성 기반 추적기는 198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었고, 지상에서 내는 신호를 인공위성에서 받아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적기는 막대한 인공위성 사용료 때문에 과다한 비용이 부담이 돼서 흔히 사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자체의 위치 추적기를 개발하기로 생각하고 연구개발을 시작했는데, 특히 추적기를 개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형 야생조류에 적용하기 위해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도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핸드폰과 그와 연계되어 있는 ‘친구찾기 기능’이 추적기를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2015년에 처음으로 외국제품과 비교되는 상용화 제품을 개발하여 현재 다양한 야생동물의 위치 추적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 국내외 추적기 성능 비교는?

▷ 국내외 추적기의 성능을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용도별로 비교할 수 있다.

외국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는 초소형이며,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에 해양이나 시베리아와 같은 오지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장거리 추적에 적합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질병 전파나 행동연구에 필요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위치 정보의 정밀도가 높아야 하고 많은 수의 위치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조류의 이동연구를 위해 정밀도가 높은 위치 추적기가 필요하였고, 현재 우리가 개발한 추적기(WT-300)가 다양한 조류의 행동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추적기는 핸드폰을 소형화한 방식으로 상용통신망을 이용하여 위치정보를 전송받기 때문에 기기 사용 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기능면에서 인공위성 추적장치에 비해 위치정보의 정밀성이 높고, 위치 수신 횟수가 많기 때문에 질병 전파와 같은 첨단 행동연구에 적합하다.

우리는 현재 최소 22g의 소형 장비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15g 정도의 무게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가 조류 위치 추적기를 오리에 부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이기종 기자

- 추적기 활용도와 성과는?

▷ 2015년 이후 철새를 대상으로 추적기를 부착한 것이 총 3000여 대가 된다. 현재 위치 추적이 되고 있는 것은 1500여 대가 되고, 조류는 100여 종이 된다.

부착된 사례를 말씀드리면, 물새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쇠기러기가 여름에 북극해 인근 습지에 가서 번식하고 가을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장거리의 이동 경로를 관찰했다.
 
또한 동해안에 서식하는 재갈매기는 주로 북극해로 가서 여름을 보내고, 서해안의 재갈매기는 몽골 등지의 내륙으로 이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 몸집이 가장 큰 독수리의 경우, 우리나라와 몽골에서 같이 부착했는데 대부분이 한국과 몽골 사이를 왕래하고 일부는 중앙아시아로 이동해 가는 것도 확인했다.

다년간의 철새 위치추적을 한 결과로 현재는 오리, 기러기 등 야생 오리류의 장거리 이동 경로가 밝혀졌으며, 매년 가을에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시기와 장소 등을 예측해AI 전파 방지 등 방역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AI가 자주 발생하는 천안과 김제지역 등으로 야생 오리류가 이동하면 더욱 세심하게 행동특성을 관찰하게 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조류 추적 연구를 위한 국내외적 여건 조성이 더 필요하다.

국내적으로 AI 전파경로를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적기를 15g 정도로 소형화해서 소형의 오리류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고, 현재 개발한 제품은 국내 연구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외국 연구기관에 판매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추적기의 활용은 AI 전파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쓰고 있는데, 앞으로 멸종 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의 서식지 보전과 종 보호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사용이 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우리가 가지 못하는 북한이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서식하는 조류들의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국제적인 야생동물 보호활동에 다양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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