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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베지진이 남긴 교훈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종선기자 송고시간 2019-04-22 16:27

아시아뉴스통신 이종선 국장

22일 오전 5시 45분,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38㎞ 해역에서 규모 3.8의 지진이 일어났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어 다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난이 끊이질 않는 나라, 지진에 익숙해진 일본이지만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의 불안은 멈출 수가 없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일본이 매년 1cm씩 가라앉고 있다고 하는데,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지역이고 또 우리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이라서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그러나 때론 재난을 이겨내는 일본인들처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난다.

얼마 전 지진으로 이름이 알려진 효고현 남부 고베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본 최초의 항구도시인 고베는 풍부한 관광자원과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국제도시로, 인구 150여만 명중 외국인이 4만5000여명 살고 있으며 그 절반이 한국인이다.
고베시에 그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던 것은 일본 최대 재난으로 기록됐던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10년이 된 1995년 1월 17일이었다.
오전 5시46분 지하 14km에서 용트림으로 시작된 진도 6∼7도의 초대형 직하형 강진은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나 한꺼번에 6434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우리 교민 500여명도 남의 나라 땅에 묻혔다.

당시 피해액은 무려 6조9000억엔(한화 약55조2000억원). 전파가옥이 6만7421동, 전소가옥 6965동, 반파.반소가옥 7045동이며 이재민이 29만여명이나 발생한 실로 엄청난 재난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주민들의 협동과 노력으로 고베시는 불과 2년여만에 완전히 부서진 도시를 복구했으며, 당시의 지진 흔적을 일부러 보존시킨 고베항을 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 도시로 변모됐다.
“여기가 정말 지진이 발생한 게 맞아?” 할 정도다.

200∼300년을 주기로 찾아온다는 일본의 대지진 피해, 그래서 일본 정부나 국민은 항시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재난을 대비하며 산다.
지진에 대한 일본의 대비는 놀라울 정도다.
당시 고베의 지진피해가 컸던 것은 신 고층건물은 내진설계로 완벽히 지어져 멀쩡했으나, 예전에 지어진 2∼3층 정도의 낡은 목조건물과 기와집은 대부분 무너져 피해가 컸다고 한다.

고베시청에서, 40층인 시청건물 옥상에 누워 진입로가 붕괴되는 모습을 볼 정도로 건물이 휘었는데도 끄떡없이 건재했다는 당시 상황을 들었다.
시청 로비에 마련된 전시실 관리 공무원이 자랑삼아 설명하는 건축 신공법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가졌으나, 안내를 받아 현장을 가본 후엔 그 말이 공감됐다.
그가 가리키는 시청 옆 부속건물은 지진발생 전 6층 건물이었는데 지진으로 중간 한 층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카터기로 잘라 1층을 줄인 5층 건물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지진으로 전기, 전화, 가스, 수돗물이 끊긴 암흑과도 같은 생지옥 속에서도 단 1건의 약탈.강도사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때 상황을 직접 체험한 이 지역 한 교민은 “재난이 닥치자 시민들이 질서와 침착성을 잃지 않고 슬기롭게 새 삶의 터전을 빠르게 되찾았다”고 시민정신을 칭찬했다.

이처럼 자연재해를 극복한 강인한 민족임에도 당시 가족을 잃은 처참했던 기억이 지울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아 이를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었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시정부가 ‘고베시민 고향 찾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은 사람들은 아직도 고향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베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잠시 불쌍하게 보인다는 생각도 이 도시에 대한 선입견일 뿐 쓰라린 과거를 딛고 근면함으로 현재를 살며, 발을 밟은 상대보다 부주의로 밟힌 자신이 더 미안 해 하는 그들만의 유별난 친절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고베역에서 곧바로 연결된 모노레일을 타고 지진피해가 가장 심했던 시내 중심가를 돌며 세세히 살펴보지만 지진 흔적은 없고 상상속의 그날만을 떠올린다.

고베지진이 터진지 9년 뒤 니키타에서 강도가 같은 지진이 일어났으나, 단 30여명의 인명피해로 그쳤다.
6400여명의 고베 사망을 계기로 그들이 철저한 대비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미 홍성(5.0)과 울진(5.2)이 지진을 체험했고, 또다시 발생한 울진 지진 소식에 가슴이 철렁이면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한다.

일본의 재난대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예기치 않는 각종 재난에 그들 못지않게 치밀한 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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