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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추장새' 후투티의 육추 및 이소 장면 '포착'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9-05-25 05:34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 충북 청주 인근 농촌마을서 촬영
전문가들도 보기 힘든 새끼 이소(둥지 떠나기) 장면 확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농촌마을 느티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 후투티 가족의 새끼 두 마리가 먹이를 물러간 어미새를 기다리며 나란히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앙증스럽게 보인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지구상에 단 한 종만 존재해 외로운 가계를 이루는 후투팃과의 후투티(학명 Upupa epops)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농촌마을 느티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육추 활동)이 본보 취재팀 카메라에 포착됐다.

본보 취재팀은 특히 후투티의 육추장면을 촬영하던 중 전문가도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후투티 새끼의 이소장면(둥지 떠나는 장면)을 촬영하는 행운을 얻었다.

본보 취재팀은 24일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청주시 상당구의 한 농촌마을 느티나무에 둥지를 튼 후투티 가족의 육추장면을 집중 취재했다.

후투티는 한반도에서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비교적 흔한 여름철새 혹은 나그네새였지만 서식환경 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어 최근엔 농촌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귀한 새'가 돼 가고 있다.

이 새는 '인디언 추장새'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머리깃이 마치 인디언 추장의 머리장식을 닮은 데다 황갈색 몸에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를 한 날개가 매우 독특하고 예뻐 사진작가들이 '꼭 찍어보고 싶어하는' 환상의 새이다. 

이 새는 땅에서 주로 먹이를 구하며 땅강아지를 비롯한 곤충과 지렁이 등을 즐겨 먹는다.

이날 취재팀의 카메라에 잡힌 육추장면에서도 대부분 땅 위에 사는 곤충류와 지렁이를 어미새가 물어다 새끼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동생과 함께 나란히 바깥을 바라보던 후투티 첫째 새끼가 답답했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혼자만 머리를 내밀고 어미새를 기다리며 "찌이 찌이" 배고프단 신호를 보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이 후투티 가족은 모두 3마리의 새끼를 까 기르고 있었다. 느티나무 가지에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을 둥지 삼아 새끼를 기르고 있었는데 둥지 입구가 비좁아 2마리까지만 동시에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두 마리가 동시에 주둥이를 내밀고 바깥을 바라보며 어미를 기다리는 장면은 '평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둥지 바깥에서 어미가 오는 기척만 나도 두 마리 중 힘센 형제가 둥지 입구를 독차지 한 채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까지 독식하는 모습에서 '약육강식의 세계'가 얼마나 냉혹한 지를 금세 느낄 수 있었다.
배고프다는 첫째 새끼의 울음소리를 듣고 서둘러 먹이를 물고 온 후투티 어미새가 둥지로 돌아오자마자 첫째에게 먹이를 물리고 있다. 마치 벌새가 쉼없이 날갯짓하며 꿀을 빨듯 후투티도 때론 '공중 급이'를 하곤 한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후투티의 육추장면을 촬영하던 중 취재팀은 어미새의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먹이를 물어와서는 곧바로 새끼들에게 주는 게 아니라 줄듯 말듯 무언가 새끼들에게 신호를 보내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미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거리가 둥지 입구에서 바깥 쪽으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이로 보아 어미는 새끼들을 둥지 바깥으로 유도하려고 하는 듯 했다.
후투티 어미새가 다 자란 새끼를 향해 자꾸만 이소(離巢 둥지 떠나기) 하라고 유도하고 있다. 먹이를 줄듯 말듯 해가며 둥지 입구에서 점점 더 멀리서 먹이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을 그러던 중 새끼 가운데 가장 힘세고 커 보였던 첫째가 순식간에 둥지 바깥으로 몸을 드러냈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둥지 바깥 세상을 향해 떠나는 '둥지 떠나기' 즉 '이소(離巢)'가 시작된 것이다.

뜻밖의 장면이 취재팀 눈앞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도 여간해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다. 
후투티 어미새의 집요한 유도에 둥지 밖으로 나온 첫째가 어미새를 향해 먹이를 달라고 조르고 있다. 어미새는 대견스럽다는 듯 기꺼이 먹이를 건네주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어미새의 집요한 유도 행동에 등 떠밀리듯 둥지 밖으로 나온 첫째의 모습은 방금 전에 이소한 새끼인지 어미새인지 모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처음 날갯짓을 했음에도 나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둥지 바로 위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첫째 새끼의 모습이 제법 의젓해 보였다.

첫째는 자신이 둥지를 떠난 뒤 졸지에 둘만 남게 된 두 동생을 향해 "너희도 얼른 나와봐. 안 무서워"라고 말하듯 연신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먹이를 물어와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며 유도하는 어미새와 첫째의 잇단 응원에 용기를 얻은 듯 얼마 후 둘째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왔다.
후투티 가족의 세 마리 새끼 중 가장 먼저 둥지를 떠난 첫째(오른쪽 위)가 둘째를 향해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니 얼른 나와봐"라며 응원하는 것 같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둘째는 나오자 마자 몸을 털 듯 흔들어대더니만 이내 조용해 졌다.

둥지 입구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둘째 곁으로 첫째가 다가왔다.

둘은 서로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쳐 다행이란 듯 부리를 서로 부비며 반가워했다.
어미새의 유도와 형의 응원에 힘입은 둘째 후투티 새끼(오른쪽)가 용기를 내 둥지 떠나기(이소)를 성공했다. 이를 본 첫째가 다가가 부리를 마주치며 잘했다고 격려해 주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그리고 또 한참 뒤 첫째가 둘째 곁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진짜 이소 행동을 하는 듯 했다. 이소 후 첫번째 과제인 첫 비행을 시도한 것이다.

어미새는 더 바빠졌다. 이소한 두 마리 새끼 보살피랴 둥지 안의 셋째 먹이 물어다 주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셋째는 둥지 밖으로 내민 부리와 머리 부위로 보아 그동안 첫째와 둘째에게 치여 먹이를 덜 먹은 듯 했다. 셋 중 가장 왜소해 보이는 게 아직은 이소할 단계가 아닌 듯 싶었다.

결국 이날 해가 저물 때까지 셋째는 둥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둘째의 이소과정을 지켜본 후투티 가족의 첫째 새끼(오른쪽)가 자신의 두번째 도전과제를 이행하려는 듯 이소 후 첫번째 날갯짓으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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