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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획) "30여년 울진지역 농토 특성 맞는 농기구 발명에 쏟은 집념"

[대구경북=아시아뉴스통신] 남효선기자 송고시간 2019-06-14 10:29

울진 고목리 남기원옹....'모종식재장치' 등 발명특허
자택 모서리 자그마한 제작소서 직접 개발, 제작
남기원씨가 평생을 바쳐 직접 발명해 제작한 '모종식재장치' 운용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30년을 직접 농사 지으며 우리 농법에 맞는 농기구 발명에 힘을 쏟았습니다"

개인택시를 운영 중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전업농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30여년 간 지역 농법에 적합한 농기구를 다수 발명하고 직접 만들어 특허까지 받은 80대 '농부 발명가'가 눈길을 끌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 울진의 남기원씨(85 울진 북면 고목1길 30, 054-782-0889).

남씨는 30여년 전 탄광촌인 강원도 태백 등지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30여년 전 고향인 울진으로 돌아와 개인택시를 운영하던 중 시력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개인택시 영업을 마감하고 농사를 지으며 울진지역의 지형과 농법에 적합한 농기구 발명과 제작에 몰두했다.

남씨는 고향 집 마당 한 쪽에 자그마한 제작소를 설치하고 직접 발명한 농기구를 현장에서 제작하는 등 고향마을의 농민들이 매번 농사철이면 전통적인 농기구를 이용해 힘들게 농사 짓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울진지역 농토의 특성에 맞는 농기구 개발과 제작에 매달렸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고추 등 농작물 모종작업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는 '모종식재장치'.

남씨가 개발.제작해 정부로부터 발명특허(특허번호:제10-1727796)까지 득한 '모종식재장치'는 겉 모습은 약간은 투박하지만 그 기능은 실로 놀랍고 기발하다.

남씨의 '모종식재장치'는 먼저 종전의 고추모종 이식과정의 반복되는 힘든 절차를 대폭 간소화 했다.

지금까지 울진지역 농민들은 고추모종을 이식하기 위해 밭이랑의 두둑에 비닐 멀칭을 한 후 고추모종을 심기 위해 적당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뒤 여기에 고추모종을 한 포기씩 넣고 이어 물을 붇고 흙을 덮는, 최소 3~4가지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남씨의 '모종식재장치'는 이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단 1회의 노력으로 모두 수행하도록 만든 것.

'모종식재장치'에 고추모종을 얹어 비닐 멀칭을 한 이랑 두둑에 한 번씩 찌르면 물이 분사되면서 고추모종이 정확하게 식재된다.

특히 식재장치에 고추모종 이식을 위한 적정 간격을 유지하도록 '자(尺)'를 부착해 일정한 간격으로 식재할 수 있도록 했다.
 
남기원씨의 자택 한 쪽에 설치돼 있는 농기구 제작소./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남기원씨의 자택 한 쪽에 설치돼 있는 농기구 제작소에 가지런하게 정돈돼 있는 '모종식재장치'. 남씨의 모종식재장치는 발명특허(특허번호;제10-1727796호)를 득한 제품이다.

남씨의 농기구에 대한 집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남씨는 고추 수확이 마무리되면 처리해야하는 '고추대'를 쉽게 제가할 수 있는 '고추대 뽑기 장치'와 고추모종 식재 후 고추포기가 바람 등에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우는 지주대를 손상시키지 않게 박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이는 '고추대 박기장치'도 고안했다.

남씨의 마당 한 쪽에 자리잡은 '농기구 제작소'는 약 3평 남짓한 자그마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롯이 남씨가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고안하고 개발한 농기구를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제작해 놓은 농기구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울진지역 농토의 특성을 반영해 직접 고안.제작한 농기구의 장점을 설명하는 남기원씨./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농촌지역이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지금 농촌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집 주변의 번듯한 논밭이 모두 묵정밭으로 변하고 있다. 더구나 자신의 집에서 소비하는 농작물을 마련하기 위해 과거의 방식에 의존해 여러 사람의 손을 모아 농사를 짓거나 이니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이 늘 안타까워 고령인들도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30여년 간 고민해 왔다"

남씨가 30여 년 간 자신의 집 마당 한 쪽에 자그마한 제작소를 치라고 농기구 발명에 매달려 온 까닭이다.

유통 방법을 묻자 남씨는 한숨을 내쉰다.

발명특허까지 내고 밤낮으로 직접 용접하고 쇠를 두드려 농기구를 제작해 왔으나 요즘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SNS 등 쇼셜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유통방식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남씨의 고민이다.
 
남기원씨가 직접 고안,제작한 농기구을 시연하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그렇다고 입소문을 통해 주민들이 간혹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농기구 제작에 들어가는 원재료 구입비에도 턱 없이 부족하다.

남씨는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일지라도 우리 지역의 농토 환경과 특성에 맞춰 수 십 년간 공을 들여 발명.제작한 농기구와 이를 만드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전승되지 못하고 자신의 대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씨는 울진군농업기술센터나 지역 농협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 하루에 10개 가량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며 30여 년 간 자신의 손때가 묻은 제작실로 들어서는 남씨의 어깨에 초여름의 황혼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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