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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노골적인 성희롱․성추행…웃으며 '고객님~' 하는 사연

[경기=아시아뉴스통신] 박신웅기자 송고시간 2019-12-19 18:25

속옷만 입고, 야동 틀어놓고…성희롱·성추행 심각
회사 차원 '고객 욕하기'뿐…동료 코디와 동행 등 스스로 해결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가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웅진코웨이 코디들이 성희롱·성추행 등 동료 코디의 힘겨운 노동실태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방문판매서비스지부)

[아시아뉴스통신=박신웅 기자] 정수기나 비데, 침대 등 가정을 직접 방문해 관리를 대행하는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개별 가구를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고객의 욕설이나 폭행, 괴롭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1인 근무가 대부분이어서 성희롱과 성추행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객 이탈로 인한 수수료 수입 감소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제도의 보호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노동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시아뉴스통신은 총 5회에 걸쳐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의 현실과 대안 등을 다룬다.〔편집자 註〕
 
① 돈 버는 회사, 한숨짓는 노동자…생활가전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실태
② 사장을 감독하는 지점장…코웨이·청호나이스·SK매직 특수고용노동자
일터가 아닌 전쟁터…마음도 몸도 온통 상처뿐
④ 노골적인 성희롱․성추행…웃으며 '고객님~' 하는 사연
⑤ '근로자 인정' 필요한 노동자…노동관계법령 개정 절실

최근 국회에서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근무실태 개선 방안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밝힌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상에서 늘 접하는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즉 코디들은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성추행, 성희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정하고 근사한 유니폼을 입고 고객들에게 '코디님'으로 불리며 서비스를 하는 직업이어서 ‘고상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크게 다른 탓이다.
 
속옷만 입고, 야동 틀어놓고…성희롱·성추행 심각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웅진코웨이 코디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하면서 실태가 드러났지만 청호나이스, SK매직서비스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측 전언이다. 고객집을 방문했을 때 코디들은 점검을 해야 하는 관계로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머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작업 환경에서 말로 성희롱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고객을 대면하는 코디들도 적지 않다.
 
이윤선 웅진코웨이 인천 옥련지국 코디의 증언은 이렇다. "속옷만 입고 문을 열어주는 남성 고객 때문에 처음에는 놀라서 못 들어가고 바닥에 주저앉은 적이 있습니다. 심장이 떨리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 고객이 쫓아 나오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벽을 잡고 계단으로 정신없이 내려온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증언은 이어진다. "점검하는 동안에 야한 농담을 툭툭 던지시는 분이나 야동을 큰소리로 틀어놓고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는 척을 하면 더 한다는 것을 알기에 무시하고 점검에 집중하기는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죠.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시도해 까무러치게 놀란 때도 있다. “정수기를 점검하는데 뒤에 다가와서 귀에다 콧바람을 불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고객 때문에 점검 가방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집에 와서는 가족들이 알까봐 내색도 못합니다.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서 오히려 오해를 받을까 걱정부터 앞서죠."
 
이처럼 현장에서 코디들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며 일하고 있는데도 사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실에 이런 사실을 얘기하면 지국장은 고작 그 고객을 욕하거나 여성 코디 대신 남성인 코닥으로 배정을 바꿔주거나 코닥이 없는 지국은 다른 코디로 배정을 변경하는 게 대응방식이다.
 
회사 차원 ‘고객 욕하기’뿐…동료 코디와 동행 등 스스로 해결

이윤선 코디는 “성희롱, 성추행 문제가 발생한 집에 갈 때 지국 차원의 대응은 없다”면서 “혼자 보내기가 안타까워 동료 코디가 자청해서 코디끼리 같이 짝을 이뤄 그 집을 찾는 식으로 일을 한다”면서 업무 중 발생한 일은 코디들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윤선 코디는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를 통한 렌탈서비스를 통해 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 정작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우리 코디&코닥들은 외면하고 있다"며 "항상 영업이 우선이고, 고객이 우선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조건 '네, 네, 죄송합니다'를 얘기해야하는 힘없는 '을'일 뿐"이라며 방문서비스노동자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성희롱·성폭력에 노출된 정수기 노동자들 일명 '코디&코닥‘. 이들은 현장에서 성희롱·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현행법에 명시된 사업장에서 지켜야 하는 규정 사항들을 기업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이중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4월 7일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고객응대근로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 장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조처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핸드북'에는 안전한 노동을 위해 필요한 2인1조로 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이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업장에서 현행법 및 규정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무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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