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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사동감리교회 홍성현 담임목사 사진 6일/(사진제공=이천사동감리교회) |
오이는 어릴 적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올라오는 고정 메뉴였다. 언젠가 여름 한철에는 여덟 식구가 오이 여덟 접을 먹어치운 적도 있었다. 지겨울 정도로 먹었던 오이인데 어느새 친숙한 여름과일이 되었다. 매일처럼 도시락 반찬의 단골 메뉴였던 오이지무침은 지금도 일미(一味)다. 성인이 된 후에도 오이지는 변함없이 맛있는 찬거리고 추억까지 담긴 음식이 되었다. 오이(黃瓜)는 박목 박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이다. 길게 자라는 이 열매는 날로 먹어도 되고 저장음식으로 만들어 먹어도 그 나름대로 특유의 맛이 있다. 널리 재배되는 주요 품종으로는 반백군, 청절성군, 청장군 등의 남지형(南至形)이 있고 사엽, 지나삼척 등의 북지형(北至形)이 있다. 인도 북부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진 오이는 우리나라에 1500년 전쯤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오이는 세 가지 변종이 있다. 첫째 변종은 열매가 매우 크며 강하다. 온실 재배나 받침대 재배에만 적응되어 있다. 둘째는 열매가 크고 밭에서 재배하는 변종인데 흰 가시가 있다. 슬라이스용과 피클용으로 많이 쓰인다. 셋째는 열매가 작고 또 많이 맺히는 변종으로 가시가 있다. 주로 피클용으로 쓰이는 게르킨오이가 여기에 해당되고 역시 밭에서 재배한다. 오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는 오이소박이, 오이지, 오이장아찌 등이 있으며 그 외 다양하게 개발하여 만들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오이냉국만큼 제격인 게 없다. 오이에는 수분 95%, 단백질 0.7%, 지방 0.1%, 탄수화물 3.4%, 섬유질 0.4%, 회분 0.4%가 있어 특별한 영양가는 없지만 대신 비타민이 풍부하다. 식푸비타민A 56I.U., 비타민C 15㎎, 비타민B1 0.06㎎, 비타민B2 0.05㎎ 등이 오이에 함유되어 있다.
요즘은 여름에만 먹던 오이를 철없이 맛볼 수 있다. 오이는 언제 먹어도 식탁을 맛나게 하며 고추장 하나만 있어도 찬거리가 될 수 있어서 참 편한 식찬이다. 주로 새빨간 고추장과 여러 양념에 버무려 놓은 오이 무침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즉석요리다. 어느 날 아주 낯선 오이 반찬 하나가 식탁에 등장했다. 칼로 일정하게 자른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툭툭 끊어진 오이가 짓이겨진 채로 허여멀겋게 상에 올라왔다. 먹기 좋은 떡은 맛도 있다는데 낯설다 보니 식감도 떨어지는 듯했다. 어찌 이런 오이를 내왔느냐고 한 소리하자 아내는 일단 맛이나 보고 말하라고 콧대 높여 더 큰 소리로 대꾸를 한다. 한입에 가득 넣고 씹었을 때 오이 속살까지 깊숙하게 배어 있는 새콤달콤한 맛과 고추장이 없어도 간이 되어 있어 이전에 느끼지 못한 맛이다. 마치 오이 반찬의 신세계에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이름 하여 ‘오이 탕탕이’다. 한 종편방송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일명 중국식 오이무침이다. 요리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식재료는 오이, 소금, 설탕, 식초, 홍고추다. 먼저 오이 껍질을 듬성듬성 벗긴다. 쌉싸름한 오이 껍질을 같이 먹어야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양쪽 꼬리를 자르고 방망이로 두드리는데 튀는 조각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퍼 팩을 이용한다. 이때 오이가 깨지면서 생기는 틈에 양념이 스며들어 맛을 낸다. 부순 오이는 먹기 좋게 손으로 뜯는다. 손질한 오이를 볼(bowl)에 담아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간을 한다. 설탕은 작은 술로 3번, 식초는 큰 술로 4번 넣는다. 홍고추를 잘게 썰어 오이와 버무려주면 비로소 오이 탕탕이 완성이다. 아삭한 오이 식감과 새콤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별미를 만들어 낸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오이 탕탕이를 담은 그릇에는 수분이 흥건하게 고인다. 오이 향과 양념들의 맛이 녹아있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오이 탕탕이의 맛의 비결은 곧 방망이로 탕탕 얻어맞는데 있다. 같은 오이라도 두들겨 맞아야 맛있는 반찬으로 거듭난다.
은이나 금은 장색(匠色)의 손에 의해 두들겨 맞아야 좋은 도구가 된다. 광야 시대 성막의 등잔대는 순금을 두들겨서 만들었다(출 25:17). 순금이라도 얻어맞지 않으면 어둠을 밝힐 도구가 될 수 없다. 광야 길의 백성들에게 각종 신호를 알려주던 나팔도 은을 두들겨서 만들었다(민 10:2). 은 나팔은 잘 두들겨 줘야 좋은 소리를 낸다. 야생마와 명마의 차이는 두들김이 있었는가의 여부다. 조련사의 채찍은 명마로 만드는 마술 회초리다. 평생 야생마처럼 제 마음대로 날뛰는 사람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예기치 않게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듯이 몸이 망가질 정도로 아픔의 시간이 있다. 그때는 이런 고통에 대해서 회의(懷疑)하고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진다. 그러나 고통이 지난 후에는 성숙해진 자신을 보면서 고난의 유익함을 새삼 깨닫는다. 어린 아기가 한 차례 아프고 나면 더욱 똘똘해지듯이 두들겨 맞음은 오히려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 할 인간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음이다. 천방지축이던 아이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부모의 이런 방망이는 필수품이다(잠언 8:18). 모든 아버지는 회초리를 드는 속성이 있다. 한자 ‘父’(아비부)는 양손에 회초리를 든 아버지의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다. 방망이를 드는 하늘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릴 때 거룩한 자녀로 변화된다. 그러나 이 방망이 탕탕 질을 꿋꿋하게 참아낸 자만이 분명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꾼이 된다. 그에게는 장차 받을 영광도 풍성하다. 오이 탕탕이를 맛보면서 세상을 맛깔나게 만들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생각한다.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잠언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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