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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외면하는 안양시외버스터미널

[=아시아뉴스통신] 김종식기자 송고시간 2011-08-30 12:25

안양시청 외면 속에 20년 가까이 컨테이너 박스가 터미널 역할
시민들 외면해 노선 줄어···기사들도 안양 오기 싫어해

 지난 28일 오전 운전기사들이 안양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종식 기자

 "다른 어떤 지역을 가도 이런 터미널은 없습니다. 16년 동안 변하지 않는 터미널은 안양시가 유일할 겁니다. 그렇다고 안 올 수도 없고..."


 17년 동안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A씨(57)는 경기도 안양으로 오기가 싫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솔직한 심정으로 "안양시로 배차가 되면 은근히 짜증이 난다"며 "3~4시간 동안 운전해서 겨우 도착하면 다리 쭉 펴고 쉴 곳도 없고 그저 벤치에 앉았다가 또 다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A씨는 손님이라도 많을라 치면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젠 상황만 탓할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 맞은편에 위치한 '(임시)안양시외버스터미널'.


 이곳은 터미널이라고 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터미널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인근 수원시와 비교는 커녕, 인구 4만~5만이 거주하는 군(郡)단위 지방의 버스정류소와 비교할 수 있는 초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거리 운전으로 운전기사들이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는 변변한 휴식공간은 고사하고, 비라도 올라치면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터미널 공간이 부족해 버스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인근 지하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문제는 운전기사들. 하루에 1000km 이상 운전하는 시외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이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또다시 장거리 운전을 할라치면 피로누적으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개연성이 항상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전기사들은 안양으로 배차되는 것 자체에 적잖은 불만이 오랫동안 누적돼 오고 있다.


 또 다른 운전기사 B씨(46)의 상황도 마찬가지. 전남 목포에서 4시간30분 가량 운전을 하고 온 B씨는 지친 몸을 임시터미널 바깥에 위치한 딱딱한 나무의자에 의지한 채 연신 부채질로 피곤한 몸을 달래고 있었다.

 안양역 맞은편에 위치한 안양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내부 모습(왼쪽)과 시민들이 대합실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오른쪽)./아시아뉴스통신=김종식 기자


 B씨는 안양시를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도대체 안양시 공무원은 뭣들하는 지 모르겠다. 시민들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은 하고 있느냐"고 되려 기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안양시에 시장(市長)은 있느냐. 이런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불쌍하다"고 혀를 찼다.


 운전기사들도 외면하고 있고 시민들도 외면하다보니 몇해 전만해도 40개 노선에 하루 500여 차례 오가던 시외버스는 현재 12개 노선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버스 역시 120여대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안양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지난 26일 오전 한 50대 여성이 매표소 직원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여성은 이날 전북 남원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을 찾았다가 노선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결국 서수원터미널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모씨(52.여.안양5동)는 자가용이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남원을 한번 다녀 오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닌데 이젠 힘들 게 수원으로 가야 하는 꼴이 됐다"며 "이필운 시장 때 터미널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언제쯤 생기는 지 궁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양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선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은 이날 하루에만도 한두명이 아니었다.


 용인 에버랜드를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았다는 대학생들 역시 마찬가지. 5~6명의 대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안양터미널을 찾았다가 매표소 직원으로부터 "용인 노선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한순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변했다.


 안양 모 대학에 다닌다는 C씨는 "뭐 이런 일이 다 있느냐"며 화를 내면서 "정말 웃기는 도시다. 두번 다시는 터미널에 오지 않을 것이다"는 말을 남긴 채 일행들과 함께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안양시외버스터미널에 부착된 화장실 이용안내문(왼쪽)과 '출차 유도자' 없이 후진하고 있는 시외버스의 모습(오른쪽)./아시아뉴스통신=김종진 기자


 상황이 이럴진대 대합실은 어떨까. 10제곱미터(3평) 남짓한 대합실에는 선풍기 1대가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고 좁은 공간 탓에 버스를 기다리던 일부 시민들은 바깥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터미널에 으레 있어야 할 화장실이 없어 고객들은 인근 지하쇼핑몰에 가서 볼일을 봐야하는 형국이었다.


 아들이 사는 광주(광역시)로 가기 위해 가끔 터미널을 찾는 한 할머니(68.안양3동)는 "가뜩이나 관절염이 있어서 계단 오르내리기 힘든데 뭔놈의 터미널에 화장실 하나 없냐"며 "그나마 10년 전에는 지하 화장실을 쓸 때 돈을 내고 썼다"고 안양시를 향해 육두문자를 퍼부어댔다.


 터미널 바깥 사정은 또 어떨까.


 버스 1대가 막 출발하기 위해 후진을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 하나 수(手)신호로 '출차(出車)'를 도와주는 이는 없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운전기사들은 행여 일어날 지 모를 사고에 신경을 곤두선 채 조심조심 후진을 하고 있었다.


 버스 주차공간도 6대가 한계여서 나머지 버스들은 임시차고지가 있는 인근 인덕원역으로 20분을 더 달려 가야하는 실정이다.


 운전기사 D씨(47)는 "주말에는 외곽순환도로를 타기 위해 안양역에서 명학역까지 이동하는데에만 많게는 40분이 소요된다"며 하소연했다.


 결국 최대호 안양시장을 비롯해 안양시청 공무원들이 현장 한번 제대로 가지 않고 탁상공론만 하는 행정을 펼쳐 애꿎은 안양시민들의 불만만 수십년째 쌓여 가고 있다.


 특히 안양시외터미널 사업은 20년 동안 끌어온 안양시민들의 숙원사업임에도 불구, 지난해 취임한 최대호 시장(민주당)이 전임 시장(이필운.한나라당)이 동안구 관양동 922번지 일대에 터미널을 지으려던 사업을 이번달 4일 '물거품(아시아뉴스통신 8월21일 보도)'으로 만들면서 안양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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