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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르포)아마존 물고기 ‘비파’ 괴산 달천서 잡혀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4-07-07 12:29


 6일 충북 괴산 달천에서 잡힌 아마존 산 물고기 ‘비파’의 모습./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남한강 수계인 충북 괴산 ‘달천’에서 아마존 강이 원산지인 민물고기가 현지 어부에게 잡혔다.


 자연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려가 현실로
 확인 결과 관상용 열대어로 밝혀지기는 했으나, 우리나라 열대어 관리의 허점과 그에 따른 하천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여서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괴산군 청천면에서 허가어업을 하는 이모씨(61)는 6일 “청천면 후평리 달천에서 ‘어부 생활 30여년만에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물고기’ 1마리를 잡았다”고 아시아뉴스통신 충북본부 취재팀에 알려왔다.


 취재팀의 확인 결과 약 20cm 크기의 이 물고기는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이 원산지인 열대어의 한 종으로 밝혀졌다.


 학명은 Hypostomus plecostomus로 메기목 로리카리드과(Loricariidae)에 속하는 일종의 메기류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비파’ 혹은 ‘히포 프레코’로 부르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관상용으로 들여와 길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파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몸 전체가 악기의 하나인 비파를 닮았기 때문이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우리나라에서 비파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몸의 전체적인 생김새가 악기의 한 종류인 비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수명은 5년 이상 살고 크기는 자연상태에서 60~100cm까지 자라는 메기류 중 가장 큰 부류에 속한다.


 시중에는 5~6cm 크기의 어린 개체가 주로 유통되나 성장 속도가 비교적 빨라 수조나 어항에서도 2~3년만에 30cm까지 자란다.


 이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입이 흡반(빨판)처럼 생겨 이 입을 이용해 돌이나 나무에 붙어 살면서 이끼류, 나무 부스러기, 죽은물고기, 작은 수생동물을 먹으며 산다.


 특히 흡반형 입으로 수조 벽면의 이끼나 바닥에 떨어진 먹이, 물고기 사체까지 먹어치워 ‘물속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청소물고기’ 즉 기능성 어류로 수입돼 판매되고 있는 어종이다.

 비파의 가장 큰 특징은 빨판처럼 생긴 입으로 이끼 등을 먹는 먹이특성이 있다. 입이 빨판처럼 생긴 모습./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유입 경로는
 그렇다면 왜 이 물고기가 돌연 충북 내륙의 달천수계에서 잡혔을까.


 이씨를 비롯한 현지 어부와 홍영표 박사(대경과기원과학관건립추진단 연구관. 어류분류학) 등 어류 전문가들과 함께 유입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일반 가정 등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지던 개체가 불법으로 버려져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물고기가 잡힌 괴산 청천지역 달천은 인근에 속리산국립공원이 위치한 데다 물이 맑고 경관이 수려해 해마다 행락·피서철만 되면 인근 청주, 대전 등지에서 수많은 행락·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한 마디로 누군가가 집에서 기르던 물고기를 이 지역에 와서 몰래 버린 것이 이씨에 의해 잡힌 것이다.


 6일 충북 괴산 달천에서 아마존 물고기 ‘비파’를 잡은 이씨가 비파를 들어보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실제로 관상용 수입 물고기가 몰래 하천에 버려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주의 한 관상어 취급업자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열대어를 기르다 덩치가 너무 크게 자란다거나 실증을 느낄 경우 하천에 몰래 갖다 버리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일러줬다.


 그는 특히 “이번에 잡힌 비파 같은 청소물고기의 경우 수조나 어항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말에 선뜻 구입했다가 기대한 만큼 효과가 없고 사료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안 뒤에는 대부분 실증을 느껴 버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덧붙였다.


 또 비파는 야행성여서 낮엔 활동을 잘 안 하고 덩치가 큰 반면 다른 종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아 더욱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연하천 적응 가능성
 문제는 우리나라 자연 하천에서의 적응여부다.


 적정수온 섭씨 20~28도에서 사는 이 물고기가 과연 남한강 상류인 달천수계에 언제 유입돼 얼마 만에 잡히게 된 것인지, 수온이 내려가 얼음이 어는 겨울철에도 살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고기는 아니지만 같은 수서생물로서 원산지가 같은 아마존 강인 왕우렁이가 수입 초기인 1980년대 초반 학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가 국내 자연생태계에 적응해 일년내내 살게 된 것처럼 이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같은 수역에 살던 왕우렁이가 우리나라에 수입돼 30여년 만에 자연에 완전 적응한 것처럼 각 종의 생존력과 환경 적응력 등에 따라 얼마든지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박사는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하천 환경도 자꾸만 변해 아프리카산 나일틸라피아(일명 역돔)가 겨울에도 적응해 사는 것 등을 감안할 때 아마존 산 물고기들도 종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나라 하천에 적응해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단 방류 엄격히 금지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관상어 등 수입산 물고기가 자연하천에 인위적으로 유입됐을 경우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다.


 바이러스  등의 유입에 따른 각종 물고기병의 확산이 우려되고 자연에서의 적응 시 생태계를 교 란시킬 수 있는 등 결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실례로 아마존 산 왕우렁이가 국내에 유입돼 자연에 적응한 뒤 곧바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낙인 찍혀 ‘골치 아픈 존재’가 된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해서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은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질병 및 국내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는 수입 민물어류는 관계기관으로부터 이식허가 승인을 받은 후 방류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홍 박사는 “법으로 규제하고 단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관상어를 기르거나 수입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국내 자연생태계를 지키고 보전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열대어 등 수입 물고기의 하천 유입에 따른 자연생태계의 위해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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