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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주 낭성지역 명물 ‘앉은부채 군락지’ 최대 위기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5-03-21 08:27

청주시 안일행정으로 자생지 한 곳 송두리째 사라질 판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지역의 명물 ‘앉은부채’의 본래 모습(왼쪽)과 최근 벌채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모습(오른쪽. 흑갈색 부분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붙은 꽃봉우리)./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충북 청주시의 안일한 산림행정으로 인해 소중한 자연자원인 ‘앉은부채’ 군락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앉은부채는 천남성과의 다년생 야생초로 꽃모양이 부처가 앉아있는 모습을 닮아 앉은부처라 이름지었으나 훗날 앉은부채로 부르게 된 보기 드문 식물이다.


 청주지역에서는 낭성면 지역이 유일한 자생지이나 이 곳에서도 단 두 곳의 자생지밖에 발견되지 않은 ‘지역의 희소종’이다.


 학자들은 이 곳 자생지의 규모를 들어 중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보기 드문 자생지’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10월 충북도와 청원군이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낭성면 이목리 자생지를 ‘생태보전 가치가 높다’며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 보호해 오고 있으며 주민들도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지역의 자랑거리로 삼아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시가 허가를 내준 뒤 입목 벌채가 이뤄져 졸지에 민둥산이 돼 버린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인경리의 앉은부채 자생지./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인경리 자생지’는 최근 청주시로부터 입목 벌채허가를 얻은 업자에 의해 자생지 주변의 나무들이 송두리째 베어지면서 졸지에 ‘전멸’될 위급 상황을 맞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이 20일 확인한 결과 청주시는 지난해 11월 모 법인에게 상당구 낭성면 인경리 산○○번지 일대에 대한 입목 벌채허가를 내줬으며 이 법인은 지난 겨울부터 최근까지 벌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취재팀은 또 이날 현장 취재에 나서 인경리에 있는 자생지 곳곳에서 꽃봉우리(일명 불염포)를 내민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앉은부채 수십 개체를 확인했다.


 이곳 자생지는 약 1650㎡에 이르는 면적에 수백 개체의 앉은부채가 곳곳에 작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아 각 개체마다 땅을 뚫고 봉우리를 한창 내밀고 있으나 ‘사라진 숲’으로 인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본래 숲 속에 자생하던 음지식물이기 때문에 갑자기 바뀐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꽃봉우리가 말라가고 있다.


 또 일부 개체는 벌목 작업을 하기 위해 중장비가 오르내면서 짓밟거나 산길을 내면서 흙에 파묻혀 꽃봉우리가 그대로 죽어가는 개체도 확인됐다.


 벌채작업 과정에서 흙과 돌무더기에 파묻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앉은부채. 보이는 부분이 꽃받침인 불염포의 모습으로 본래 색깔은 자줏빛(반점)을 띠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 박사(식물분류학)는 “음지식물이 갑자기 햇빛을 보는 등 환경이 크게 바뀔 경우 생장에 악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며 “특히 지금 당장도 문제이지만 숲이 사라진 뒤에 번성하게 될 작은 관목과 풀 등 주변 생태변화로 인해 앉은부채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또 “이곳 자생지는 규모면에서 중부지역의 가장 큰 자생지란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소중한 자연자원을 잃기 전에 일부 개체라도 원 자생지와 비슷한 지역 3~4곳을 선정해 서둘러 옮겨 심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청주시 관계 부서는 입목 벌채허가 과정에서 업자 또는 민원인에게 생태조사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벌채예정지에 어떤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또 보호해야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이목리에 있는 앉은부채 자생지 안내표지석. 지난 2001년 충북도와 청원군(청주시와 통합되기 전의 관할기관)이 "생태보전 가치가 높다"며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한 관계자는 “입목 벌채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경영)계획서에는 벌채할 수종과 수량 등을 기입하도록 돼 있을 뿐 벌채 예정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에 대해서는 조사 등의 규정이 없어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청주시의 무성의와 안일한 산림행정을 탓하고 있다. 인근에 보호 중인 군락지가 있는 만큼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이는 등 최소한의 관심만 기울였다면 어느 지역에 어느 식물이 자생하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민은 A씨는 “낭성지역의 앉은부채는 예전부터 먹으면 심한 설사를 한다고 해서 ‘호랑이배추’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내력이 있는 식물”이라며 “대대적인 벌채 작업을 하기 전에 업자 또는 공무원들이 경로당 등을 찾아 탐문조사를 벌였으면 어느 지역에 앉은부채 등 특이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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