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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정희 독립 큐레이터(3)] 노련하고도 웅장한 한국화가 현송 신동철, "중첩과 느림의 미학" 통해 선인들을 만나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5-06 00:01

함축 ․ 집약 ․ 여백의 미, 선인들의 숨결이 담긴 역사를 그려내는 작가의 고유색(色)
작가 신동철의 역사그림은 선인들의 숨결이 기록된?문헌의 다른 이름이다. (사진제공=한정희)?

“한국의 정자, 사찰, 소나무, 산수를 전통수묵화로 그리는 것 뿐 아니라 오방색을 더해서 전통의 색을 입히는 '역사그림'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아가 동시대에 경험 할 수 있는 실재의 산수를 그리는 신동철은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해주는 기쁨을 준다. 작가의 그림은 아픔과 진실을 토대로 자연스러움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오늘은 현송 신동철의 역사그림을 통해서 한국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시간을 가져보자.

환벽(環璧)이란 뜻은 푸름이 고리를 두르듯 아름다운 곳으로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에 있는 조선 중기의 문신 김윤제가 후학을 가르치던 정자이다. 그의 제자였던 송강 정철이 환벽당에 머물면서 학문을 닦았던 곳이다.

송강 정철선생 흔적을 찾아서.?1000호.?장지에 환벽당 흙과 수묵담채. 2010. 신동철 작. (사진제공=한정희)

작가는 2016년 5월 한 달 동안 '선인들의 숨결 찾아서'라는 주제로 광주 재복미술관 기획초대전을 진행 중이다.

▶ (한정희 독립큐레이터, 이하 한) 선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적인 장소를 담고 있는 작품에서 역사책을 읽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 (신동철, 이하 신) 2012년 발표한 '새벽여행 길에서 길을 묻다' 전시에서 본격적으로 역사적 장소와 문헌적 내용을 담고 있는 곳을 배경으로 그림을 발표했다. 작품을 그리기 전에 미리 문헌을 찾아서 공부하고 역사적 배경의 장소를 찾아가서 실제의 산수를 그대로 그렸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린 것들을 토대로 한 화폭 속에 담아낸다.

한국의 정자문화와 사찰문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10년 정도 되었고 다음으로 느림의 미학 슬로우시티를 그리게 되었는데 이 모든 내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역사그림'이 나오게 되었다. 역사그림 속에는 정자, 사찰, 소나무, 산수 등 지금까지 그려온 다양한 내용을 함께 담아 낼 수 있는데 실경산수를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인들이 담고 있는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사명감을 갖게 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를 교훈삼아 역사를 바로 알고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하고자 할 것이며 서정적인 한국화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묘당도.?143×75cm.?장지에 묘당도 흙과 수묵담채.? 2012. 신동철 작. (사진제공=한정희)

임진왜란 마지막 본영 이순신장군의 훈련장과 진린의 혈서비석과 80여일 묻힌 역사와 물길을 그렸다

작가는 제주도에 정착하기 전부터 소나무에 대한 특별한 사랑으로 한국의 소나무를 많이 그렸다. 작품 재료에서 주로 화선지와 먹을 사용하고 특히 소나무의 구도는 역동적이고 오래됨의 특징과 흔적들이 잘 나타난다. 소나무는 전체를 색으로 채우지 않고 일부분 갈색과 이끼가 낀 녹색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사실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전체를 상상할 수 있도록 자아낸다.

▶ (한) '제주 곰솔 웃고 울고 춤추다' 전시 제목에서 소나무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느낄 수 있는데

- (신) 2015년 전시한 '제주 곰솔 웃고 울고 춤추다'는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많은 소나무들이 사라져가는 상황을 경고하고 생명과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함이다.

소나무를 육송이라고 하고 거친 바닷가 근처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곰솔(해송)이라고 한다. 소나무는 인간이 태어나서 금줄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살아가는 동안 가구, 생필품, 다양한 목재 등으로 가까이에서 사용하다가 마지막인 관으로 갈 때까지 필요로 하는 우리와 인연이 깊은 민족의 혼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수를 그리면서 처음에는 당산나무와 버들나무를 자주 그렸는데 당산나무 근처에는 꼭 소나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도 그리게 되었다.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온 몇 백 년 이상 된 소나무를 그릴 때는 나무 아래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먼저 허락을 구한다. 허락이 떨어져야 붓을 잡을 수 있고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서예를 즐겨하시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부터 화선지와 먹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재료로 그림을 그리지만 서양화를 압도하는 화법, 기법, 재료를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는데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다보면 빛에 의해 달라지는 풍경을 어떻게 그림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전통적인 동양화에서는 빛을 표현하기가 힘든 일인지만 먹의 농담, 선의 필력과 함께 빛을 받는 부분을 채색으로 표현하는데 소나무의 몸통 색깔인 갈색으로 채워 넣거나 소나무의 몸통에 낀 이끼의 녹색으로 빛을 표현하기도 한다.

새벽여행 중 송강과 만남. 1443×740cm.?한지에 흙과 수묵담채.?2015. 신동철 작. (사진제공=한정희)

▶ (한) 모든 작품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완성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 (신) 전통적인 산수화는 자연경관을 그리는 동양화의 한 분야이다. 대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여 운치 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발달했다. 실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실경산수 전체를 아우르면서 더 깊은 감동을 주기 위해 회화적 재구성을 통하여 경관에서 받은 감흥과 정취를 감동적으로 구현하였다는데 그 특색이 있다. 또한 전통적인 양식과 서양화의 양식이 혼합되고 적절하게 섞어서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현송 신동철 화백의 초년기에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농사일은 물론 공부와 그림을 그리는 일도 병행해왔다. 생계를 위해 그림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간판 그리는 조수, 쌀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이 멈춰지지 않았는데 1990년 무렵부터 중국으로 갈 수 있었던 상황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가기 전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중앙미술학원에 입학, 중국화의 대가 가우복 스승에게 대작에 대한 열정을 배우게 된다. 여러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신념이 바뀌지 않았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매일 누드스케치를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중첩'의 기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먹과 색을 중첩하여 올리면서 그림이 더 맑아지고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기법에서도 느림의 미학이 있는 것이다. 중국 유학을 다녀오고 20년 정도가 넘어가니 이제 한국화를 제법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제주도의 역사그림과 한반도의 역사그림 전체를 완성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빛이 내가 그림에서 표현하는 오방색과 함께 조화롭게 표현되고 완성되어 가는 것 또한 느껴진다. 앞으로는 역사그림에서 인물도 함께 그려 넣을 계획이다. 더불어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법으로 화선지에 먹물을 던지거나 뿌리는 추상표현과 구상을 함께 표현한 작품도 그릴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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