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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정희 독립 큐레이터(4) - 빛의 화가 김성호] 기당미술관 '섬 불빛 바다, 그리운 제주'전 통해 제주의 빛을 품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5-18 18:41

제주 혹은 자연의 풍경과 빛, 김성호에게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기'
거칠게 반복된 파랑색과 빛의 경계에 선 작가 김성호.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지금은 나의 파랑색을 찾기 위한 시도가 싫증나지 않기 때문에 지속하고 있고 그것이 내 것이 되고 나의 색깔로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9년 정도부터 나의 파랑색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작가의 작품 속 색깔이 주는 이미지 중 파랑색은 우울하고 차가우며 어두운 느낌이다. 반면에 또 설레고 푸근하며 뜨거워지는 미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주요 색깔로 각인되는 파랑색의 힘이다. 사물을 알 수 있는 것은 물감의 면적과 형태 그리고 그 위에 거칠게 반복된 선을 통해서이다.

가까이서 보면 형상이 없고 그냥 물감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형상이 보이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다로 표현된 물감에서는 반사된 빛의 표현으로 속도와 파장이 느껴지고 불빛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김성호가 만들어 낸 빛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빛의 화가 김성호 작가를 통해 제주 혹은 자연의 풍경과 빛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캔버스에서 파랑색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 작품 속에서 주로 표현하는 파랑색의 새벽하늘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본 기억은 있지만 생각들이 많은 시기에 그런 풍경을 보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강렬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내 작업의 소재와 성향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파랑색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또 다른 시도를 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지금과 같은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가장 많은 색을 차지하는 공간을 한 가지 색으로 큰 변화 없이 비슷한 명암으로 칠하신 이유도 궁금해

- 예를 들어 하늘의 파랑 톤이 조금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달라질 것인데 그림에 맞춰서 어떤 색상을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내 작품에서 도시그림인데 사람이 없고 하늘을 그려도 태양, 달, 구름을 그리지 않고 바다인데 파도가 없다.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굳이 많은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으며 평범함을 없애기 위함이 큰 이유이다.

김성호 작.?새벽-성산일출봉, 캔버스에 유채, 97×162cm, 2016.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Q 주로 활동하셨던 대구, 서울, 제주도의 새벽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새벽의 풍경 속에 담고자 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 다양한 삶과 철학이 있는데 내 작품을 통해서 내가 느꼈던 인상의 느낌이나 감성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것이 통하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풍경을 볼 때 시각적으로 느끼는 것도 있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풍경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재현하고 표현하는 개념이 아니라 형상을 그리고 있으나 형상을 그리지 않는 터치로 표현하려고 한다. 설명을 해서 그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고 풍경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전에는 많이 그렸는데 설명이 많았던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단순해질 것이다.

Q 작품에서 '빛', '야경', '새벽'의 주제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풍경화는 대부분 밝은 빛이 있는 상황을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야경과 새벽의 풍경 속에 표현한 빛을 20년 넘게 작업을 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 야경과 새벽의 자연광은 시간대에 달라서 색깔이 다르다. 야경의 풍경을 선택한 이유는 평범함에서 탈피하고 싶은 구도, 색상, 소재를 고민하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초기에는 주로 야경을 그리다 보니까 검정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야경에서 새벽으로 가면서 검정색보다 밝은 색을 사용하게 되었다. 주제가 야경에서 새벽으로 바뀐 것은 소재의 변화보다는 생각의 변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소재의 형태를 그리는 것보다 하늘을 칠하는 것이 더 어렵다. 기법의 변화도 생각했지만 붓으로 주는 명암과 칠하는 과정에서 효과를 느끼면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칠해지는 과정마다 달라지는 변화가 흥미로운데 우연의 효과로 완성된 기법도 있다.

김성호 작. 새벽-제주항, 캔버스에 유채, 85×240cm, 2016.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Q 작품에서 주제로 빛을 강조하고 있는데

- 야경을 그리기 전에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때도 빛을 감각적으로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들이 인물화에서 야경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자연스럽게 새벽으로 이어져 왔다. 작가가 빛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이용 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형태와 모양이 달라지고 특히 구상회화에서의 빛은 일반적인 시각의 범주로서 필요한 형식을 갖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빛을 일반적인 것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Q 작품에서 표현하는 빛은 가로등, 간판, 건물, 자동차 등에서 흘러나오는 도시의 밤이 주는 힘과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고 표현했다는데

- 밤과 야경의 풍경 속에서 일체감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경험과 상황으로 인해서 매우 슬프거나 행복할 때처럼 감정이 격해지는 때인 것 같다. 일체감을 느끼는 밤 혹은 야경의 순간은 이때 각인이 된다. 야경이나 새벽은 대부분 인공의 빛이 존재하지만 대기에서 주는 자연의 빛을 함께 그렸는데, 인공의 빛을 표현하면서 자연의 빛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 주안점을 두었다.

자연의 풍경과 빛은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고 조금만 벗어나도 이상하고 어색해 보이지만?기법적인 측면에서 인공적인 빛은 무한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활용하고 있다.

김성호 작. 새벽-서귀포항, 캔버스에 유채, 80.3×116.8cm, 2016.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이전에는 열정으로 그리고 채웠다면 이제는 간결해지고 비우는 삶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결국 그림도 우리의 삶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대상을 덜 표현해서 여백을 만들고 깊어지는 것을 더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2010년 제주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016년 올 해, 두 번째로 기당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다.

기당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6월 서울 선화랑에서도 15일부터 보름간 제주풍경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또한 11월 초부터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현대미술관에서 개인 초대전으로 6개월간 50여 점을 전시하게 된다.

6월 10일까지 기당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섬 불빛 바다, 그리운 제주' 30여 점의 작품은 김성호 작가의 시각과 감각으로 표현된 제주의 빛을 볼 수 있어서 제주풍경의 변화와 모색을 발견하게 되는 변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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