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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충북發 황새복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6-10-15 00:03

“방사중단 계기로 소관부처 등 재검토해야” 여론
김성식 아시아뉴스통신 충북본부장./아시아뉴스통신DB

유난히 날개가 큰 황새가 큰 날개 때문에 ‘슬픈 새’가 돼 국민들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텃새였던 야생 황새가 마지막 서식지인 충북 진천에서 사라진 지 올해로 33년(마지막 암컷이 창경궁 동물원으로 옮겨진 1983년 기준). 이후 1994년 마지막 암컷마저 숨을 거두자 2년 뒤에 텃황새를 복원하겠다고 나선 곳이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연구센터(현 황새생태연구원. 충북 청주 소재)였다.

그 센터가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0년 만인 지난해 9월 충남 예산에서 성공적인 야생방사가 이뤄졌다. 올해 5월엔 방사한 황새 한 쌍으로부터 두 마리의 새끼도 태어났다.

이 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불상사가 발생해 복원사업이 휘청거리게 됐다. 갑자기 ‘황새 야생방사 중단’이란 뜻밖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방사 중단 이유는 지난해 방사한 황새의 잇단 감전사 때문이다. 방사지 주변에 횃대로 쓸 만한 큰 나무가 없다보니 높은 곳을 유난히 좋아하는 황새의 습성 상 어쩔 수 없이 인근 전신주를 횃대 삼아 생활하다가 그만 전기에 감전돼 죽는 일이 올 들어 두 번이나 발생했다.

황새의 키가 110cm가 넘는 데다 양쪽 날개의 편 길이가 2m나 되기 때문에 전신주에 내려앉다 양쪽 날개가 두 가닥의 전선에 동시에 닿는 순간 감전이 일어나 사망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달 1일에는 충남 예산황새공원 앞 광시면 대리마을 주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 황새 1마리가 죽었다. 그것도 예산황새공원 소속 연구원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중에 일이 벌어졌다. 당시 전신주에 먼저 앉아 있던 수컷 가까이로 암컷이 내려앉는 순간 전주의 변압기에서 ‘펑’ 소리와 함께 떨어져 죽었다.

연구원이 놀라 달려가 보니 암컷 황새의 오른쪽 날개 부분이 타고 살이 찢겨진 채 죽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이 암컷(민황)은 지난 5월 한반도에서 자연번식이 중단된 지 45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자연 번식해 기쁨과 희망을 준 바로 그 어미 황새다. 이 황새는 또 지난해 방사된 후 분단된 장벽을 넘어 북한 황해도까지 날아갔다가 되돌아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8월에도 이 지역 인근에서 비슷한 사고로 황새 한 마리가 죽었다. 불과 두 달 전이다.

왜 이런 일이 잇따라 벌어질까. 연구원 측은 우리나라의 전선 사이 간격이 너무 좁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유럽 등 선진국은 선로 간격을 1m 이상 띄워 큰 조류의 날개가 서로 닿지 않게 하거나 전류저감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류저감 장치는커녕 선로 간격이 40cm 정도에 불과한 등 황새복원 환경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황새의 추가 방사는 기대할 수 없을 듯싶다. 연구원 측이 현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방사는 할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한편으론 황새공원이 있는 예산군을 향해 전신주에 인공횃대를 설치하는 등 복원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km를 이동하는 새가 황새임을 감안하면 예산군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사실상 전국이 해당된다.

해서 이 참에 제기되는 주장이 있다.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새복원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복원사업을 주관하는 소관 부처를 이 참에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황새의 경우 문화재청 소관의 천연기념물(199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Ⅰ급)이기에 그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에 의하면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20년 전의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환경부가 국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대다수 겹치는 점을 들어 그 중 ‘야생 생물의 천연기념물’ 관리는 환경부가 하고 진돗개 같은 가축만 문화재청이 할 것을 주장하니까 문화재청이 발끈해 야생 생물인 황새 복원사업부터 재빠르게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이런 에피소드 외에 그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의 이유에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야생 생물의 원활한 복원을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전문성에는 조직내부적인 인적 전문성과 함께 인프라적 전문성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환경부의 경우 종복원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을 두고 있고 또 그에 따른 전문인력도 상당부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환경부의 방대한 조직력도 이유로 내세운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그 산하의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같은 전국적인 조직과 인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또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화된 여건 등을 면밀히 감안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한 다음 향후 복원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신주의 선로 간격을 보다 넓히고 선로를 지중화 하는 방대한 예산의 사업일수록 더욱 그럴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의 입장에선 서운한 얘기겠지만 어느 한 부처의 입장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황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선 보다 합리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북녘으로부터 겨울철새들이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올 시기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황새복원 사업이 계획대로 잘 추진돼 국내에서 복원된 개체들과 겨울이면 날아드는 개체들 간의 ‘기적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나아가 유전자 교환까지도 이뤄지는 그날이 오길 기원한다.

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가 20년 전 황새복원을 막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찾아가 황새 3마리(1996년 1마리. 1997년 2마리)를 들여온 곳이 바로 러시아이기 때문에 ‘기적적’이란 표현을 썼다.

이들 황새의 피를 가진 후손 간의 만남이 한반도에서 이뤄질 날을 기대하며, 아울러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측의 요구가 하루빨리 받아들여져 당초 계획대로 복원프로젝트가 제 궤도에 오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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