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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몬트리올한인감리교회 남기솔 전도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3-07 18:33

몬트리올한인감리교회 남기솔 전도사.(사진제공=몬트리올한인감리교회)

< 잘 못 하는 것 >

 원래 그다지 특출난 것도 없지만 생각해보니 요즘 잘못하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습니다.

 꼼꼼하지 못한 탓에 행정업무를 힘들어했는데 요새 주보, 순서지, 각종 문서를 만들면서 행정을 담당합니다. 또 사역하면서 어린이부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학생부만 맡았는데, 어린이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일 준비해야 하는 새벽예배 본문도 제대로 연구해보지 못한 레위기입니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마치 막 전입한 이등병이 된 것만 같습니다.

 이전에는 잘할 수 있는 것만 찾아서 했습니다. 딱 보면, 내 체질에 맞는 것들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밤을 새워 할 수 있었지만 하기 싫은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할 만했으니 하나님은 거드시기만 하면 됐습니다. 무엇을 준비하면 하나님은 셀럽처럼 이름만 달아 놓으시면 충분했습니다. 내가 준비한 것에 초 치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고 했습니다.

 잘 못 하는 것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감쌌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한참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러고나니 하나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없이는 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가장 못 한 것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잘난 것도 하나 없으면서 무엇이라도 아는 것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으면서 완벽하다고 말했던 말들이 얼마나 공허하고 헛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히브리어 수업 첫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바보가 되는 것을 신경 쓰지 마'

 선생님은 처음 접하는 히브리어를 처음부터 잘할 수 없으니 자신 있게 묻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님을, 어쩌면 당연함을 알려준 것입니다.

 언제나 낯섦은 저에게 무기력을 줍니다. 꽤 열심히 이것저것 했는데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드문 기억나는 몇 가지를 늘어놓고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할 바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배우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전히 잘못하는 것투성이지만 그 덕에 오늘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잘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하는 것입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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