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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이천사동감리교회 홍성현 담임목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장하준기자 송고시간 2020-04-03 07:30

이천사동감리교회 홍성현 담임목사 설교 중인 사진 30일/(사진제공=이천사동감리교회)


제목: 꼴찌에게 갈채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누리꾼들이 30만 명이나 참여했다. 한국여자 빙속(氷速) 팀 추월 경기 준준결승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답변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준준결승에 진출한 8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7위에 들어와서 상위 메달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이들의 경기 성적이 아니라 경기 운영에 대한 몰상식적인 행태 때문이었다. 빙속 팀 추월 경기(Team Pursuit Game)가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때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대회부터였다. 경기방식은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직선주로 반대편에서 동시에 레이스를 시작해 상대방을 뒤쫓는다. 남자는 8바퀴(3200m), 여자는 6바퀴(2400m)를 돌면서 어느 팀이든 앞서가는 한 명이 상대 팀의 맨 뒤 선수를 추월하면 무조건 승리한다. 간만의 차이(1000분의 1초)로 승패를 가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상대방을 추월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3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비교해 승리 팀을 가린다. 출전 선수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야 유리한 경기다. 선수들의 팀웍이 매우 중요한 경기다. 선수들은 서로 호흡을 잘 맞추어야 하고 지친 선수가 있으면 서로 힘을 보태며 함께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개인의 실력이 아무리 출중해서 상대 팀의 선수보다 앞선다고 해도 팀의 꼴찌가 처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탁월한 실력을 자랑이나 하려고 혼자의 무한질주는 금물이다. 처지고 힘들어하는 꼴찌에게 팀 운명이 달려 있어서 꼴찌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야 한다. 잘 달리는 자신 보다 못 달리는 꼴찌가 잘 들어 올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는 일은 실력만큼 중요하다. 선수나 관중들도 1등 선수보다 꼴찌 선수에 집중해야 한다. 팀 추월 경기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 여자 팀 추월 경기를 보면서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뒤처진 꼴찌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기록을 위하여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마저도 반성도 없이 꼴찌를 비웃는 것 같은 뉘앙스 남기는 인터뷰에서 결국 국민적 공분을 사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상은 1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꼴찌는 관심 밖의 인물이다. 한때 어느 개그맨이 ‘1등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로 이런 세상을 풍자했다. 그게 세상이 더러운 이유다. 1등을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도 해야 하지만 역부족일 때는 부정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에 겨울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금지된 약물을 계획적으로 10여 년 넘게 남용한 것이 담당자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만천하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연루 선수들에게는 선수자격 박탈, 러시아는 국가 자격 박탈이란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결국 이 일에 연루되지 않은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란 이름으로 출전을 했다. 러시아는 1등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적 차원으로 저지른 1등 범죄에 대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운동경기는 룰(rule)에 의해 이처럼 통제되고 징계도 가한다지만 이런 규범도 무시하는 세상은 어떨까? 1등을 손에 쥐려고 냉정함을 넘어 비정하고 비정함을 넘어 처절하다. 지옥이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행복과 기쁨이 없는 생지옥이다.

천국은 어떤 곳일까? 꼴찌에게도 더 많은 관심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특별하게 꼴찌가 없는 모두가 1등인 세상이다. 1등의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려고 혈안이 되지 않고 그 실력을 나누며 꼴찌에게 큰 사랑을 베푸는 곳이다. 오래전에 상영된 노아 홍수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서 방주를 완성하고 각종 짐승을 암수 한 쌍씩 방주에 불러들인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생명체들은 방주 안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 방주의 문을 닫아야 할 때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써도 그 문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있는데 노아는 당황했다. 그런데 바로 저쪽에서 거북이 한 쌍이 힘을 다해 기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짐승들은 빠르게 방주를 향해 달려왔지만 거북이에게는 역부족이었을 방주 행 달리기였다. 거북이 한 쌍이 꼴찌로 방주에 들어오자 요지부동(搖之不動)이던 문은 자동문처럼 슬며시 닫혔다. 꼴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려하고 계신 하나님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천국 백성들만이 누리는 하나님의 은혜다.

예수님의 비유 가운데 ‘포도원 품꾼’이 있다. 포도원 농장에 품꾼이 필요한 주인은 오전 6시부터 9시, 11시, 오후 3시에 순차적으로 품꾼을 고용했다. 그런데 오후 5시에도 나가보니 여전히 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에게도 일을 맡겼다. 그리고 오후 6시에 일과가 끝나고 품삯을 나누어 주는데 주인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품꾼 모두에게 동일한 품삯을 주었다. 당연히 오전 6시 품꾼의 강하게 불평했지만 주인은 괘념하지 않았다. 1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꼴찌가 받은 은혜다. 이런 은혜가 가득한 곳이 천국이다. 세상에는 꼴찌가 있다. 교회는 천국처럼 그런 꼴찌가 1등처럼 대접받는 곳이다. 팀 추월 경기를 보며 꼴찌처럼 버려진 죄인에게 따뜻한 사랑을 아끼지 않는 예수님의 온유와 겸손의 마음을 꿈꾼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마 20:16).

gkwns44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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