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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투표는 신성한 행위입니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4-14 06:12

대전주님의 교회 담임목사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선거철이 되긴 된 것 같습니다. 선거일이 가까워오자 귀찮은(?) 전화가 자꾸 오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런다고 마음을 바꿀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애쓰는 후보자들의 절박한 마음이라고 받아들여 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선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시민들에게 똑같은 투표권이 주어지는 국가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미국만 하더라도 흑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1965년부터입니다. 처음에는 부요한 엘리트 계급층인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가, 1842년 토머스 도어(Thomas Dorr) 사건 이후에 비로소 모든 백인 남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20년에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도상으로 그렇지 않았지만 ‘투표세’와 ‘문맹검사’라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남부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투표권을 달라는 흑인들의 요구는 거세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마틴 루터 킹을 중심으로 한 ‘셀마 몽고메리 행진’(Selma to Montgomery marches)입니다. 경찰은 무자비하게 흑인들의 시위를 진압했습니다. 마침 그 날이 일요일이어서 미국의 시민들은 ‘피의 일요일’이라고 부릅니다.

마침내 1965년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은 투표권법에 서명함으로써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습니다. 이 일은 남북전쟁 이후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남부지역의 주들이 공화당으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요한 엘리트들이 많은 남부 지역의 주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선거(選擧)의 영어 단어 election이 상류층, 또는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는 elite와 어원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두 단어는 모두 ‘고르다’, ‘가려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eligo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어쩌면 남부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이 자원과 시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하는, ‘골라내진’ 엘리트들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투표권은 미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힘없는 자들의 피와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한편 투표를 의미하는 voting는 라틴어 votum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votum은 ‘(신에게 하는)맹세, 서약, 기원, 서원’을 의미합니다. 즉 votum은 신에 대한 맹세와 기원을 동시에 담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예배의 첫 순서인 ‘예배에로의 부름’, 또는 ‘예배에로의 초청’을 votum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처럼 votum에서 유래한 voting(투표)는 신성한 행위인 것입니다. 우리가 투표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투표용지는 총알보다 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총알보다 강한 투표권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힘없는 이들의 투쟁의 결과물이며 피의 대가(代價)입니다. 그 권리를 무가치하게 쓰레기통에 버려서는 안 됩니다. 표(票)는 쓰레기통이 아닌 투표함에 던져야(投票)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신성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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