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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에셀나무 같은 교회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4-28 17:18

대전주님의교회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내가 나고 자란 곳에 오래된 교회가 하나 있습니다. 1907년 3월에 세워진 교회이니 올해로 113년이 되었습니다. 교회 앞 왼편에 종탑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고 그 곁에 수령을 알 수 없는 꽤 큰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는 여름 내내 그 단풍나무 아래에서 지냈습니다.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에 그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만큼 시원한 곳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 나무는 내가 초등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의 놀이터이자 쉼터이자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때문에 타지에 나갔다가 고향교회를 찾았을 때에는 그 나무가 없었습니다.

나무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 나무를 베어 버린 것입니다. 나의 추억도 함께 베임을 당한 그 후로 그 교회는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마치 어머니 없는 고향집 같아서 지금도 고향에 가더라도 교회로는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나무를 베어버린 어른들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도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가 나옵니다. 바로 에셀나무입니다. 에셀나무는 키가 10m이상 자라고 사철 푸르른 잎을 가진 위성류과(渭城柳科)의 교목(喬木)입니다.

에셀나무는 이스라엘 남부의 네게브 광야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에셀나무는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려 수분을 흡수하며 생존을 위해 염분을 잎으로 배출하는 특이한 나무입니다. 그러다보니 밤새 잎에 이슬이 많이 맺히게 되는데, 해가 뜨면 그 수분들이 증발하면서 나무 주변이 시원하게 됩니다.

에셀나무 그늘 아래는 주변보다도 무려 10도나 더 낮다고 합니다. 따라서 광야를 여행하는 나그네들에게 에셀나무 그늘은 쉼터이자 안식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브엘세바는 강수량이 연간 200mm 이하입니다. 물도 귀하고 나무도 귀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아브라함은 에셀나무를 심었습니다(창 21:33). 그 에셀나무가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높게 자란 에셀나무는 광야를 지나는 여행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어 쉬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브엘세바에는 아브라함이 심은 그 에셀나무의 후손의 후손일지도 모를 많은 에셀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교회는 에셀나무 같은 교회입니다.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지친 이들이 와서 안식할 수 있는 교회. 그런 교회가 내가 꿈꾸는 교회입니다. 또한 그런 교회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도 낮의 해가 우리를 상하지 않게 하도록 그늘이 되어 주시는 분(시 121:5-6)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는 아브라함처럼 에셀나무를 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당장은 미약할지라도 훗날 잘 자란 에셀나무가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고, 쉼과 안식처가 되어 줄 테니 말입니다. 워렌 버핏도 말했습니다. “오늘 누군가가 그늘 아래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누군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꿈을 꿉니다.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성도들과 함께 에셀나무를 심어 봅니다.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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