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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언약장로교회 유승원 목사 '메모리얼 데이에 잊어버리기?!'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5-26 00:00

시카고 언약장로교회 담임 유승원 목사.(사진제공=언약장로교회)


<요 15:9-17>

메모리얼 데이의 화두(話頭)는 기억(memory)입니다.
잊지 말자는 말입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랑을 잊지 말자는 뜻입니다.

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면 오늘 말씀에서 강조하는 ‘사랑’의 한 특성은 ‘잊는 것’입니다.
메모리얼 데이에 생각하게 되는 역설 ‘망각의 은혜’가 있습니다.

관계하여 신경 쓰는 일이 적지 않다 보니
사소한 일에 대해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할 일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쳐들어오는 다른 일에 묻혀 쉽게 잊어버립니다.

지난 주 목요일이 마감인 원고 하나를
그날 다른 곳에 신경 쓸 일이 겹쳐서 들어오다 보니 까맣게 잊었습니다.
금요일 새벽에 교회를 향해 가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평상시보다 기도를 짧게 하고(주님, 죄송...)
원고부터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망증이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기분 나빴던 일들도 젊었을 때 보다는
상대적으로 빨리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무엇을 들어도 속상함이 없다’는
공자 왈 이순(耳順)의 경지에는 달하지 못해지만
저의 경우 하룻밤을 잘(!) 자고 나면
대체적으로 지난 일들을 뒤로 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약점일 수 있지만 또 한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랑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가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는 것’(고전 13:5)임을 아십니까?

혹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듯이 이것은
‘악을 도모하지 않음이 사랑’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사랑은 내게 가해진 악을
마음에 품어 두고두고 기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얍삽한 기억의 속성을 꼬집는 우리 속담에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가페 사랑의 특성 한 가지는,
그처럼 돌에 새기는 경향이 있는 파괴적 기억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간과하시는 그 사랑을 닮은 사랑이지요.

성격과 얼굴에 과거의 부정적 기억으로 인한 피해의식과
강박관념이 새겨져 있는 사람,
그 마음속에 독기가 풀어지지 않은 영혼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많이 힘듭니다.

소위 EQ 학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뇌의 편도복합체에 충격으로 기록된 부정적 정서 기억들이
대뇌피질의 합리적 판단보다 더 강함으로 생겨나는 현상들이,
습관적 거짓말, 도벽, 성적인 도착증, 독선, 지나친 자기과시,
타인에 대한 증오, 자살충동 등이랍니다.

죄인은 원수를 돌에 새기고 은혜를 물에 새깁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된 그리스도인은 반대로
은혜를 돌에 새기고 원수는 물에 새깁니다.

메모리얼 데이.
우리를 위해 자신을 주신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마음에 새겨 늘 기억하되
마음의 응어리와 파괴적 한(恨)과 부정적 기억들은
사랑의 용광로에 다 녹여버리십시오.
잊어야 할 것을 잊는 기억의 날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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