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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항 매립지는 충남 땅이다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광희기자 송고시간 2020-06-09 11:01

당진시민들 피나는 노력 잊지 말고 충남도민 전체가 관심 가져야
아시아뉴스통신 대전세종충남본사 대표이사

[아시아뉴스통신=이광희 기자] 눈을 떠도 코 베어 간다는 말이 있다. 속담이다. 눈을 멀쩡히 뜨고 있는데 어떻게 코를 베어갈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만큼 인심이 고약하다는 말을 이른다. 

우리는 살벌한 세상을 이를 때 이런 말을 한다. 그 수법은 보이스피싱이나 전화사기 수준이다. 범죄꾼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행정당국에 의해 빚어졌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제로 당진항 매립지에서 빚어진 일이다. 발단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10월쯤이다. 서해대교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충남도와 경기도의 경계 표지판이 필요했다. 당연히 충남도는 서해대교 주탑 중앙 해상도계에 설치를 제안했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경기도가 반대했다. 평택시가 등록한 제방과 행담도 사이에 설치하자고 했다. 행담도는 해상도계에서 당진 쪽으로 한참 들어온 지점이다. 말 같지 않은 소리였다. 

알고 보니 평택시의 음모가 숨어 있었다. 그해 3월이었다. 해상도계 당진 쪽 신규제방을 몰래 자기네 행정구역으로 등록해 두었던 거다. 당진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토지대장에 등록한 셈이다.

충남도는 경기도에 도계를 넘어선 제방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경기도는 거절했다. 당진군은 99년 12월 도계이남 제방을 당진토지대장에 등록했다. 전체 3만7690㎡의 87%에 해당하는 제방면적이다. 

2000년에는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했다.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헌재는 2004년 당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헌재는 공유수면에도 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경계가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기존 공유수면의 경계가 매립지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해상도계를 따라 제방의 관할구역을 확정하라는 취지였다. 협의 6년 만이었다. 

2005년 드디어 서해대교에 도계 표지판이 나붙었다. 가로 1.4, 세로 1m 크기였다. 당진은 감격했다. 충남도도 다를 게 없었다. 6년만의 싸움이 끝이 난 셈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표지판을 달고 4년이 지난 시점이다. 2009년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구역에 관한 지방자치법의 일부가 개정됐다.

골자는 이렇다. 공유수면 매립지와 미등록 토지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에 따라 귀속 자치단체를 결정한다는 거였다. 이의가 있으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라는 거다.

평택시는 잽싸게 이의를 제기했다. 행자부장관의 결정 없이 당진시가 등록한 토지와 미등록토지 등 96만여 ㎡를 평택시에 귀속시켜 달라고 했다.

당시 평택출신이 행안부 지적책임자로 있었단다. 확인되지는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고향을 위해 관계규정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뒷얘기다. 그 탓일까.

이번에는 행안부가 평택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진항 매립제방 안쪽 28만여 ㎡는 당진에, 제방 밖 67만여 ㎡는 평택에 귀속시켰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라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었다. 정말 말 같지 않은 소리였다. 헌재가 결정한 사항을 행안부가 뒤집은 것이다. 

헌재는 분쟁심판의 최고 기관이다. 그곳에서 결정한 사항을 행정부가 뒤집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물론 당진이 발칵 뒤집혔다. 충남도도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법의 심판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감정도 있기에 한소리 하고 싶다. 이런 일이 충남이 아닌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정치권이 가만히 있었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멀쩡하게 우리 동네 땅을 67만여 ㎡나 빼앗겼는데도 보고만 있을까. 평으로 계산하면 20여만 평이다. 그것도 항만시설이 들어설 땅이다. 산간벽지라도 해도 분노할 판인데 알짜배기 20여만 평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하다. 남의 땅을 빼앗는 건 도리가 아니다. 점잖지도 않다. 하지만 빼앗겼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그것 역시 도리라고 할 수 없다. 후대에 욕먹기 충분하다. 

물론 그동안 당진시민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현재 진행형인 촛불집회만도 1700여회에 달한다. 헌법재판소 1인 시위도 1300여일을 기록하고 있다.

대법원 1인 시위도 300일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당진의 시민운동 사상 전무후무한 일들이다. 

행정당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충남도가 앞장서서 당진 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일선 시장군수들도 한목소리로 행안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충남 정치권의 움직임은 다소 형식적이다. 행사장에 나타나 얼굴을 내미는 정도다. 이런 일이 있으면 여야가 따로 없어야한다.

모두 나서서 총궐기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에게 얼굴이 선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모습은 신통치 않다.

객관적으로 신통치 않기는 충남도민들도 다르지 않다. 물론 충남도는 내일처럼 하고 있지만 도민들은 남의 동네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그래서 하는 소리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일은 당진시민들만의 일이 아니다. 충남도민 전체의 일이기에 그렇다.

당진항 매립지는 당진 땅이면서 충남 땅이다. 당진 앞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임과 동시에 충남도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도민들의 관심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탓일까. 충남도 서해안의 도계는 항아리 형이다. 전북 도계가 위로 치켜 올라와 있다. 경기도는 아래로 내려와 있다.

항아리의 주둥이처럼 좁혀져있다. 충남의 앞바다를 전북과 경기에 내주고 있는 꼴이다. 그렇게 근 백년을 살아왔다. 이 문제도 이참에 충청지역민 모두가 생각해 볼일이다.
2kwan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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