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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 원목실 교역자 이만기 목사 '천국소망'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7-10 23:07

안양중부교회 교육부 담당 이만기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천국소망

   엊그제 임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따님되시는 분이 급히 연락을 주셨다. 본인은 OO교회 집사인데 아버지가 꼭 영접받으시고 하늘나라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버님께서 교회는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아니요..1년에 한 두번이요"

"그러셨군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  "아버지가 더 안좋아지시기 전에 꼭 예수님을 영접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연락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찾아온 따님 집사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 곁에서 기도했다. 여러가지 호흡을 돕는 기계와 주렁주렁 달린 링겔, 그 위에 덮어쓴 KF94 마스크는 현실의 답답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찬송 한곡과 기도 그리고 준비해간 영접기도문을 읽으며 또박 또박 귓가에 말씀을 들려드렸다.

"제 말이 잘 들리시면 이제 '아멘' 하시면 되요! 아시겠죠?"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왜 우리가 죄인이며 우리를 위해 오신 예수님이 무슨 일을 하고 가셨는지 그리고 그 분을 마음으로 믿어 영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말씀드렸다.

    중간 쯤이었을까? 함겹게 쥐어짜낸 아멘 소리가 적막한 병실에 울려퍼졌고 흐릿했던 눈에 총기가 다시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계3:20) 말씀을 읽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그리고 아버님께 물었다.

    "이제 예수님께서 아버님과 함께 하실텐데 그 사실을 믿으십니까? 아버님이 하실건 아무것도 없어요. 노력해서 구원얻고 천국 가는거 아니예요! 이제 마음을 열고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기시면 되요. 아멘?!"

"아멘!" 

   또렷한 아멘 소리에 따님도 사위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이어 내뱉었다.

   사실 나는 이렇게 고백한 믿음이 정말 구원을 가져다주는 믿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손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어 고백한 이 아멘의 외침을 하나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확신 또한 존재한다.

   그렇기에 구원의 유무는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선하시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가운데 고백한 아버님의 믿음의 분량은 하나님께서 그 기준에 맞게 알아서 받으시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모든 기도의 순서가 끝나고 아버님은 좀 더 기운을 차린 모습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눈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생에 몇 번 경험하기도 힘든 임종 전 기도를 이곳에서 꽤 여러번 경험하며 참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연약한 인간의 실존과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허무함이란...

   동시에 문 밖을 나서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바이러스로 인한 긴장은 계속되지만 삶의 주기는 멈추지 않는다. 주님 안에서 생사화복의 서클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주어지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게 지금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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