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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남도의회 업무보고의 '불편한 진실'

[경남=아시아뉴스통신] 박유제기자 송고시간 2020-07-16 17:32

박유제(경남본부 편집국장)


요즘 경남도의회는 바람잘 날이 없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 논란에 이어 16일에는 의장단 불신임 계획까지 알려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지역정치권에 새로운 논란과 이슈를 제공한다.

여기에 지난 9일부터 열린 제376회 임시회 일정으로 15일부터 상임위원회별 집행부 업무보고까지 더해지면서 의회 청사는 여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기획행정위원회를 비롯한 4개 상임위원회가 집행부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한 15일 오전 9시30분. 도 본청과 출자출연기관 간부들이 의회로 속속 도착하면서 상임위원회별 업무보고가 정확히 10시부터 일제히 시작됐다. 

그런데 청사 주변 또는 다른 곳에서는 자신들의 업무보고 차례를 기다리는 출자출연기관 간부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들 중 한 출자출연기관의 예를 들어보자.

두 번째 업무보고를 위해 오전 10시까지 모든 간부직원들이 창원의 한 사무공간에 도착했다. 이들 중에는 가까운 곳에서, 혹은 먼 곳에서 온 직원들도 있었다. 본청에 이어 두번째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언제 어느새 끝날 지 모르기 때문에 10시부터 대기하고 있는 것을 관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지루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당초 길어야 두 시간일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본청 업무보고가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점심시간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오후 3시20분까지 꼬박 5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회의실로 들어가 업무보고에 걸린 시간은 4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이 속한 기관 외에도 당일 4개의 기관보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업무보고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한 간부직원은 "결국 형식적인 업무보고와 수박 겉핧기식의 질문에 간결한 답변으로 업무보고가 신속하게 끝났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기관 업무보고는 의회에 사전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적시돼 있고, 의원들은 회의 전 업무보고서를 검토한 뒤 질문할 내용이나 확인할 지점을 정리해 둔다. 따라서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문제점이 지적되고 개선돼야 하는지, 혹은 추궁당할 사안은 없는지가 핵심이 된다.

그러나 간부직원들이 거의 하루 일정을 도의회 업무보고에 매달린 결과가 '수박 겉핧기' 식으로 짧게 마무리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동시에 의정활동의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내친 김에 제안을 하자면 상임위별로 회의 주제나 안건에 따라 업무보고 시간을 여유있게 추정하고, 추정된 시간 이후부터 다음 차례 기관이 대기하도록 사전 협의를 한다면 공직자들의 근무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거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기관 또는 부서가 있다면 업무보고 일정을 보다 여유있게 배정함으로써 의정활동의 내실을 기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회의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실속 있게 끝난다. 의회에는 충분히 감시할 시간을, 집행부에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답변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도록 경남도의회가 개선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의장선거 과정이나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갈등의 폭발 등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당리당략에 의한 낯뜨거운 일련의 행위주체들은 지방의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초래한다.

반면 작은 곳에서부터 개선하고, 사소한 것부터 챙겨주고, 변화에 앞장선다면, 경남도의회의 후반기 의사일정도 그리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다. '혁신의 리더'가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forall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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