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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 '아부지 만나러 오지라.'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04 00:28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사진제공=아멘교회)


아부지 만나러 오지라.

 아이고, 뻣쳐라! 해남 화봉리 은혜교회에서 첫 목회할 때 매주일 아홉시쯤 서둘러 오시는 할머니가 성경가방을 교회 마루에 내려놓고 주저앉으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뻣쳐라!”는 말은 힘들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일흔이 넘었는데 도시로 간 자녀들이 모시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시고 예배 때문에 교회 산 너머 주광리 마을에 혼자 사신다.

 숨찬 모습이 안쓰러워서 어른 예배는 열한시니까 천천히 오시라고 해도 주일학교 어린이 예배시간에 맞추어 오셔서 먼저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신다. 하루는 내가 물었다. “뭣이라고 이렇게 일찍 오세요.” 그러자 행복한 얼굴로 올려다보시며 “아부지 만나러 오지라.” 마치 하나님이 바로 앞에 계신 느낌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사실 그때 어르신 교우들이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한글학교를 열고 주기도문 첫 구절을 설명해드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십니다. 그러자 손에 꼭 쥐듯 말씀을 가슴에 새기시더니...

 수 십 년이 지났는데 그 표정과 말씀이 생생하다. 나는 목사로서 평생 성경을 읽고 예배를 인도하며 살지만 가끔 예배의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게 하시는 말씀이다. 코로나 시절에 그리운 말씀이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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