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ANDUS 김형철 대표.(사진제공=JESANDUS) |
풍성함은 아픔입니다
선선하다 못해 아침 저녁에는 한기가 느껴지는 계절이 찾아 왔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날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었고 과실은 풍성히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이 풍성함이 농부의 수고로움 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었겠습니까? 그 무더운 여름날의 폭염이 없이 어찌 이 풍성함이 이루어졌을까요? 혹독했던 겨울의 추위를 견디어 낸 대지의 견고함이 없이 어찌 이 풍성함이 있을까요? 참담하기까지 했던 여름 날의 무력감과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는 추위의 혹독함을 겪지 않고 어찌 이 풍요로움을 만끽할 자격이 주어질까요?
널리 알려진 시 “대추한알”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저게 저 혼자 둥그러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끝-
유난히 태풍이 잦았던 여름이었습니다. 마음 졸이고 안타까운 현실을 어찌할지 몰라 동동 거리던 발마져 새까맣게 타들어 갔던 지난 여름이기에 오늘의 이 풍성함은 아픔입니다.
대추 한알에도 그 무수한 아픔이 녹아 있는데 어찌 아픔없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몸과 맘이 아프신가요?
힘이 들어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없으신 가요?
이제는 모두 다 포기하고 싶으신가요?
그러나 일어나야 합니다.
풍성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더 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다 왔습니다.
한 여름 날의 더위가 언제 끝날까 지쳐 밤잠조차 설쳐 댔지만,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고 봄에 대지를 갈아 엎고 희망의 씨를 뿌렸듯이 계절은 바뀌도록 되어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아픔이 소망이 되듯이 우리의 고난과 어려움도 한 뼘 봄볕에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는 눈처럼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지금의 고난은 필경 풍성함 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구절입니다.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거래 -끝-
성경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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