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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신학대학원 채영삼 교수, '분별'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10 01:05

백석대 신학대학원 채영삼 교수(신약학)./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분별 

낙태에 관한 구체적 법령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어 속담에, ‘욕조의 물을 버리려다가 그 안에 있는 아이까지 버린다’(‘Throw away the water in the bathtub, even the child’)는 말이 있다. 아이는 목욕을 시켜야 한다. 남은 더러운 물은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 더러운 물을 버리려다가, 아이까지 버리면 큰 낭패다. 

반대로, 그런 위험을 없애자고 아예 아이를 씻기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아이는 씻기고, 더러운 물은 버리면 된다. 그런데, 그런 분별과 그런 분별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분별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아이를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 아직도 가부장적으로 아이 돌보는 일은 아내만 하고, 아내는 직장생활에 육아에 지쳐버리는 환경, 원치 않는 임신이 자주 일어나는 폭력적인 사회, 여자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따가운 시선과 열악한 복지 환경, 이런 것들을 그대로 두고 ‘낙태는 죄!’라고 정죄만 하는 태도가 바로, 분별력이 없는 주장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모든 폐단들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며, ‘임신은 거의 질병에 가까우며’, 심지어는 ‘임신할 수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이 싫을 뿐 아니라, 아예 ‘남성’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풍조(風潮) 역시, 분별을 잃은 불행한 생각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 존귀하다. 그것이 여성의 생명이든 태아의 생명이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의 가치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도 오직 여성만이 가진 특권이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것처럼 고귀하고 거룩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버려야 하고, 어떤 것을 지켜내야 할지를 분별해야 한다. 구체적인 법령들과 조치들은 행정가들의 몫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의 환경을 열악한 채로 그대로 방치하는 일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태아는 아무렇게나 없애도 되는 생명으로 취급되거나, 여성이 임신하는 것이 부정적인 일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사회 전체가 ‘생명을 더욱 존귀하게 여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분별이 필요한 때이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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