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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가족공원 잔디장에 고히 잠든 '라면형제' 중 동생

[인천=아시아뉴스통신] 이채현기자 송고시간 2020-10-25 08:21

2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빌라주택 화재로 숨진 '라면형제' 중 동생이 머물렀다 떠난 인천 연수구 한 장례시장 모습./아시아뉴스통신=조기종 기자

지난달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빌라에서 형인 A군(10)과 동생 B군(8)은 아빠없이 엄마와 생활하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라면을 끓여 끼니를 해결하려다 불이 나 중화상을 입고 서울 영등포구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등교하지 않고 가정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서울 영등포구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 두 형제는 다소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나 지난 20일 상태가 악화된 동생 B군은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21일 오후 4시쯤 동생이 결국 숨졌다.
 
2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빌라주택 화재로 숨진 '라면형제' 중 동생의 생전 모습.(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형인 A군은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휴대전화로 원격수업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 됐다. 동생 B군도 화재 당시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셔 호흡기 손상으로 집중 치료를 받고 눈을 뜨며 엄마를 알아보는 상태까지 호전됐다 .

하지만 동생 B군은 모든 국민들의 바램과 염원을 외면한 채 지난 21일 오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인천 미추홀구 '라면형제'의 빌라주택이 불에 탄 모습.(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유가족들은 21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장례식장에 동생의 빈소를 마련했다. 비공개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지인 등 일부 조문객만을 받고 일반인 조문은 받지 않았다.

22일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빈소를 찾아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돌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국민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돌봄과 안전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참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동생을 추모하는 가슴아픈 글들이 이어졌다. SNS를 통해 애도의 글과 후원도 이어졌고 학산재단이 모금한 2억 2700여만 원 중 일부는 장례비용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글귀 중 “그곳에선 아픔 없길”, 국화꽃 아래에는 친구를 추모하는 사진과 함께 "친구야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입은 ‘라면형제’ 중 숨진 동생의 조문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한 일이 있었다. 그 형제 중 끝내 숨진 동생의 빈소에 어젯밤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국민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돌봄과 안전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참담한 사건”이라고 했다. 또한 “현행 돌봄 체계에서 지자체, 지역사회 등이 맡은 역할을 점검하고 확실히 보완해 돌봄의 실효성을 높여야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문제의 기본에는 빈곤 문제가 놓여있다. 절대 빈곤을 해결하고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강력한 포용 정책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민주연구원 내에 구성하기로 한 ‘신복지 체계 연구기구’가 빨리 가동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동생 B군은 23일 오전 인천가족공원내 잔디장에 묻혀 배고픔과 아픔의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나 영면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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