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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주일 강론전문] "두려워하지 말고 준비합시다 "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유병철기자 송고시간 2020-11-08 18:37

천주교 전주교구 효자4동성당 사목회장 송병운 미카엘 강론
8일 전북 전주시 천주교 전주교구 효자4동 성당 송병운 미카엘 사목회장이 제 53회 평신도 주일을 맞아 평신도 대표로 강론을 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유병철 기자

찬미예수님! 
나이 드신 분들은 최희준이라는 가수를 아실 것입니다. 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알려진 것은 <하숙생>입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가사로 시작되지요. 우리 인생을 비유하는 노래로 가슴속 깊이 울림을 줍니다.
 
저는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는데 예비자 교리 첫 시간에 수녀님께서 이 노래를 칠판에 적어놓고 불러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왜 하느님을 알아야 하는지, 인생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슴 깊이 다가왔었습니다. 저도 예비자 교리를 하게 되면 수녀님의 가르침을 활용하여 교리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하숙생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가끔 우리 인생살이가 하숙 생활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신앙적인 면에 비유해 보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의 본향은 하느님이 계신 하늘나라입니다. 우리는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지상이라는 낯선 곳으로 떠나온 하숙생이죠. 하숙생은 언젠가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듯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의 본향인 하늘나라에 돌아가야겠지요.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늘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보는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하늘나라의 문을 두드릴 때 ‘네가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나는 모른다’라고 외면하실 것만 같아 염려가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하느님 만나는 날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묵상을 하게 합니다. 열 명의 처녀 중에 기름을 준비한 다섯 명의 슬기로운 처녀와, 게으름에 등잔은 있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결혼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다섯 명의 어리석은 처녀. 과연 우리는 어느 쪽에 해당될까요. 이 비유는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준비가 필요하며 그 준비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통제되고, 어느 곳에 가는 것이 무서워집니다. 경제는 침체되어 앞날이 걱정됩니다. 직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며칠 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후배를 만났습니다. 전주에서 꽤 잘 나가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더니, 여행사를 폐업했다며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비닐 봉지에 소주병을 들고 힘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은 시대이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잘 아실뿐만 아니라 그러한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 자녀로 삼으시고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지혜”(1코린 1,24)인 그분을 통하여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찾기만 하면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이럴 때야말로 혼인잔치에 들어갈 준비를 제대로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게으르게 살다가 뒤늦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구르지 않도록 마음을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요즘 우리는 신앙생활에 방심을 하는 듯합니다. 주일 미사에 빠져도 예전처럼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기도도 소홀히 하며 편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등잔은 있되 기름을 준비하지 않는 어리석은 처녀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됩니다.

작년 10월, 익산 실내체육관에서 <레지오 100주년 선교 전진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신부님의 강론 중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스쳐 지나가는 말씀이었는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던 내용입니다. ‘기도가 막히면 사람은 죽습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숨을 쉬는 목구멍의 기도가 막히면 우리의 육체가 죽듯이,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습니다라고 설명하셨지요. 아마도 숨을 쉬는 기도가 막힐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영혼의 죽음을 가져오는 하느님께 대한 기도는 왜 소홀히 하느냐는 책망이었을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평신도 주일에 무엇보다도 가정과 직장과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불림을 받은 우리가, 평신도의 소명을 깊이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로 근심 걱정에 빠져있는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평신도가 됩시다. 교회 공동체 생활에 소홀하지 말고 열심히 미사에 참여하고 기도생활을 하며, 하느님께 매달리는 평신도가 됩시다. 우리들의 기도에 하느님이 감동을 받으시어 지금의 이 어려움을 확 풀어주시도록 매달려 봅시다.
 
이것이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시아뉴스통신=유병철 기자]
ybc9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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