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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경수 "예술도 비즈니스, 경제적 이득은 정당한 일"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11-28 16:49

사진=양경수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으로 직장인 폭풍 공감을 끌어낸 양경수 작가가 올해는 독립운동가를 그렸다.
 
최근 아시아뉴스통신은 양경수 작가의 자택에서 만나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의 작업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림왕 양치기’라는 예명으로 SNS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는 그림으로 유명한 양경수 작가가 독립운동가를 그리게 된 계기로 “출판사에서 작년 10월에 독립운동가 복원 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 카드를 보는데 삽화 수준으로 넣기에는 내용이 정말 좋아서 전신으로 현대 복장 복원을 하자고 제가 다시 제안했다. 이분들이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한 권을 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학창 시절 역사 교과서처럼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 “1시간이면 후루룩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 생각하면 되지, 무거운 이야기로 누구를 갱생시키는 건 관심이 없어요.”
 
책을 보면 왼편에는 현대 복장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와 오른편에는 그의 정보와 수감자 카드가 나와 있다. 이 중에 어떤 정보도 적혀있지 않는 분들이 있었다. “저는 천 명 정도 파일을 받아서 봤는데 정보가 아예 없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정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다고 해서 그 당시 삶의 주인공이 아닌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 움직임이 크던 작던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잖아요. 제가 받아본 독립운동가는 천 명 정도였지만 4~5천 명 정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걸 다 그렸으면 10년 정도 걸렸겠지만 그래도 의미는 있었겠죠? (웃음) 우리가 국가 공휴일에 ‘잊지 않겠다’고 하는 게 일회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 사건이나 인물보다 그 사실 자체는 마음속에 두고 사는 게 그들을 기리는 거 아닐까요. 독립운동은 정치적으로 좌, 우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진=양경수
 
양경수 작가는 독립운동가 복원 작업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이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요즘으로 치며 직업, 나이, 인물이 나오니까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건데 혹여나 후손들이 왜 우리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냐, 왜 굳이 현대 복장으로 그렸냐고 할까봐 걱정이 돼서 수정 작업을 진짜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어 “다행히 후손 몇 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그 중 한수자 선생님 손녀께서 연락이 왔는데, 할머니께서 본인 엄마의 모습과 정말 똑같다고 해주셔서 그 그림을 뽑아서 싸인 책과 함께 보내 드렸다. 이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직장인, 아기 엄마, 각종 직업군을 그려 독자들의 공감을 크게 산 양경수 작가는 그림 작업만 오롯이 했을 거 같지만 몇 개의 직업을 거쳐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인테리어 사업, 벽화 작업, 소셜 커머스 영업, 바에서 일하고, 불교 박람회에서 미술감독도 했다”며 “그때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했고 돈 주니까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서 일했다”고 전했다. “어쨌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다 보니까 제 실력을 써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게 정당한 일이라는 게 확고히 생각됐다. 그러다 보니 종종 작가들이 "돈 생각 안 하고 일합니다"하는 게 웃기다. 그에 합당한 경제력을 취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히 예술 쪽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싸게 가려는 것을 보고 실력만 갖춰서 될 게 아니고 탄탄한 체계를 갖춰야겠다고 느꼈다. 콜라보를 하더라도 프로세스가 있어야 하는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경영이나 마케팅을 공부하지 않으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 예술도 엄연히 따지면 비즈니스인데, 똑같이 시간을 투자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어떻게 잘 보이고, 어떤 보상을 받을 건지 갖춰져야 한다. 그래도 예전보다 요즘은 이런 부분이 나아진 거 같아 다행이다”며 그동안 예술계에 느낀 바를 전했다.
 
“제일 재미있었던 광고는 정관장이었는데, 제 그림 한 컷을 풀어서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복권! 천 원짜리 선물을 주는데 의미도 있고, 긁으면 쓰레기일지 모르지만 안 긁으면 5억짜리 선물일 수 있잖아요. 또한 ‘약치기 빵’이 나왔을 때도 좋았는데, 예전에 국진이 빵처럼 빵이 나온 작가가 얼마나 있겠어요.”
 
양경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그의 그림만큼이나 사람 자체가 위트가 있고 말을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유튜버 할 생각 없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터. “제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보다 훨씬 잘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제 작업을 토대로 같이 알려지면 좋겠지만 저만 알려지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가고 싶어요. 자극적인 방송이 판치는 세상에 요즘 감성이 아닌 곳에서 편히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림 그릴 때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입금”이라고 바로 외치는 답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제 그림의 ‘좋아요’ 수나 ‘공유’ 수도 좋지만, 사회에서 콘텐츠 자체로 인정받고 정당한 가격으로 거래가 될 때 원동력을 받아요.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태블릿, 펜촉, 작업공간, 식사가 다 돈인데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한편 양경수 작가는 ‘그림왕 양치기’로서 2021년 달력을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수의사와 함께하는 새로운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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