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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블랙메리포핀스' 신주협 "숲은 요나스 그자체"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12-14 19:05

제공=컴인컴퍼니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저는 어떤 컨텐츠를 가진 사람일까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2016년 이후 4년 만에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2012년 초연 ‘한스 버전’에서 2016년 ‘헤르만 버전’에 이어 이번에는 ‘요나스 버전’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이하 ‘블메포’)는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진실과 함께 사라져버린 유모와 남겨진 네 남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신주협은 극 중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에 입양된 네 남매의 막내이자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요나스 엥겔스’ 역을 맡았다.
 
아시아뉴스통신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신주협을 만나 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신주협은 ‘블메포’에 함께 하게 된 계기로 “감사하게도 요나스 역할로 연락을 받았고, 이번 시즌은 요나스 버전으로 공연을 할 거라고 하셨다”며 “심리적으로 추리하는 재미도 있을 거 같고, 한 시간대에서 기승전결로 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간대가 섞여서 공연이 이뤄지는 것을 저만의 재미난 표현으로 만들고 싶어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이 요나스 버전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지난 시즌은 헤르만이 서술자였고, 이번은 요나스로 바뀌는 것인데 단순히 서술자가 바뀌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요나스의 특징을 닮은 서술자의 표현과 ‘왜 이 아이는 언어장애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가?’, ‘사건 전에는 어떤 아이였는가?’, ‘이 아이가 나랑 어떤 게 비슷한가’를 계속 고민했다”고 답했다.
 
신주협에게 대본 속의 요나스 이미지는 어땠을까.
“작고 사연이 많은 꼬마 소년 같다는 게 첫 번째 이미지였어요. 지금은 모든 걸 기억하지만 영리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고통을 안고 가려고 했던 소년으로 느껴지죠. 현재는 언어장애를 앓고 있고 표현에 미숙하지만 과거에는 동화를 쓸 만큼 자기주장을 표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아이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술자로 나올 때 다양한 목소리와 역할로 보여주려고 해요. 요나스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서술자에 담았죠. 요나스라면 다양하게 표현을 하지 않을까요?”
 
제공=컴인컴퍼니
 
다음은 신주협과 일문일답이다.
 
Q. 이번에 연기하면서 주안점으로 둔 부분은.

 
"요나스를 단순히 작고 소중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요나스의 전체 맥락으로는 그렇게 연기하려고 하지만, 화자 입장에서는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데 ‘굳이 어눌해야 할까?’싶더라. 서술자로서의 표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첫 장면에서 흡인력 있게 못 끌어내면 다음에 한스와 헤르만의 스토리를 건네줄 때 이 공연의 무드와 방향성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초반에 흥미를 끌 만큼 서술자의 연기를 다양하게 표현하게 됐다. 관객들이 이 변화를 확실하게 느끼게끔 해주려면 세세하게 나눠놓은 역할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목소리 톤을 연구하면서 최대한 디테일하게 하려고 했다."
 
Q. ‘블메포’에서 숲은 그라첸 박사의 집을 둘러싸고 있으며, 네 명의 아이에게도 도망치려는 공간이다. 요나스에게 숲은 어떤 존재로 느껴지나.
 
"제가 설정한 숲은 저 자신이었다. 서윤미 연출님도 얘기하신 건데 "숲은 너무 포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배우들이 해석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 사건을 진짜 바라본 게 숲일 수 있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대상을 숲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는 대본을 읽자마자 숲은 요나스라고 생각했다. "숲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모든 걸 다 지켜봤거든" 이 부분이 요나스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한스와 헤르만은 기억이 없지 않나. 그들은 한 그루의 나무라고 치면 요나스는 숲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숲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비를 맞고 돌아오는 장면은 요나스가 어린 나이지만 영리한 거 같다. 다시 돌아가자고 떼를 쓰지만 진짜로 메리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행동을 취한 거 같다. 메리를 위해서 요나스가 한스, 헤르만, 안나를 주체적으로 끌고 돌아오지 않나."
 
Q. 극에서 헤르만이 요나스 대신에 아버지를 죽인 거로 스스로 누명을 쓴다. 요나스에게 헤르만이란.
 
"복선인데 ‘두려운 새처럼’ 넘버가 끝나고 괴로워하는 요나스에게 헤르만이 자기 이름이 뭐냐고 물을 때 헤르만이라는 이름을 말하기 힘들어한다. 아버지를 죽인 건 헤르만이라고 세뇌를 시켜서 고통으로 헤르만의 이름을 꺼내는 게 정말 힘들고,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이 장면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어린아이니까 고통에 마주할 거 같은 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요나스에게 헤르만은 가장 부르기 힘든 이름이다."
 
Q. ‘블메포’의 특성상 시간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감정의 고저가 있는데, 힘들지 않나.
 
"감정을 다 연결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해서 단락으로 나누고 시간대를 확실히 나눴다. 보는 사람은 시간의 격차로 보이겠지만 배우로서는 사건을 끊어가는 거로 표현했다. 파트별로 연기한다는 느끼게 했다."
 
제공=컴인컴퍼니

Q. ‘Silent Wednesday’라는 넘버처럼 아이들은 수요일마다 기억을 잃지만, 신주협에게 수요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나.
 
"수요일마다 학교 수업이 있어서 힘들다. (웃음) 마지막 학기여서 수업에 빠지면 F 학점이기 때문에 수업을 나가야 한다."
 
Q. 요나스는 동화작가가 꿈이었는데, 신주협이 어렸을 적 읽은 동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어머니가 미술을 하셔서 동화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그게 참 재미있었다. ‘오즈의 마법사’ 팝업북을 너무 좋아서 엄마랑 같이 팝업북을 만들기도 했다."

Q. ‘블메포’의 키워드 중 하나는 ‘기억’이다. 이왕이면 슬프고 아픈 기억 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해 달라.
 
"매 순간이 행복하다. 긍정적인 사람인 편이라 힘든 거는 빨리 잊고 좋은 건 뚫어지게 본다. 맛있는 거 먹으면 힘든 것을 다 잊는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국시장국은 정말 만능키이다. 이거 하나 만들어 두면 어느 요리든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또 잘 때가 가장 행복하다."
 
Q. 그럼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콘텐츠를 갖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저라는 사람이 대중들과 어떤 걸 소통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 중이다. 요즘 운동하고 자기관리 하면서 저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Q. 올 한해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무엇을 이뤘고, 2021년에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게 목표였는데 잘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밀집 지역을 안 간 거는 굉장히 잘 한 거 같고, 내년 계획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Q. 코로나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스페인으로 여행 가기.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탱고, 토마토, 투우인데 열정이 많은 나라 같다. 또 제가 식탐이 많은데 스페인 음식이 굉장히 맛있다고 들었다. 삶의 행복은 오로지 먹는 것이기 때문에 스페인에 꼭 가고 싶다."
 
Q. 2020년을 자평해보자면.
 
"저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이지만 주변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주위에 공연이 엎어지기도 하고, 제작사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저는 일을 하고 있고, 저만 좋다고 일을 하는 게 아닌데 남 일 같지 않더라. 그래서 사람들에게 안부 연락을 좀 더 돌리고, 얼굴을 보려고 했던 거 같다. 저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다."
 
신주협은 올해 뮤지컬 ‘스위니토드’, ‘제이미’, ‘블랙메리포핀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 남자의 기억법’, 예능 ‘장르만 코미디’에서 활약을 선보이고 있으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강단 있게 전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ent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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