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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은빈 "서른이요? 처음으로 되돌아가야죠"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12-14 19:04

박은빈.(제공=나무엑터스)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차기작은 서른으로 처음 하는 작품이니까 다 카포(da capo)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올해 스물아홉을 보낸 배우 박은빈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최연소 운영팀장 이세영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에서 늦깎이 음대생 채송아를 연기하며 극과 극의 모습을 선보였다.
 
박은빈은 ‘브람스’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 몇 달간의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박은빈 또한 레슨을 받으면서 바이올린을 잘하고자 하는 열망 덕분에 극에서 늦깎이 음대생으로 고군분투하는 채송아에게 좀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한 가운데, 초등학생 때 특별활동으로 바이올린을 배웠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을 초등학교 특별활동 수업 때 선택해서 잠깐 배웠지만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어요. 중학생 때는 바이올린을 켜는 연기를 잠시 했는데 바이올린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얕은 인연들이 있었더라고요. 12년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께서 입학 선물로 바이올린을 선물해 주셨는데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봐라’는 의미로 주셨어요. 제가 학창 시절에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브람스’를 연기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음계를 망각할 정도여서 0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웃음)”
 
박은빈.(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촬영 중에는 시간이 날 때 짬짬이 레슨을 받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와 한 걸음 가까워져 갔다.
“선생님께서 이 정도 수준이면 됐다고 했지만 저는 전공생 수준으로 보이기 위해서 세밀하게 파고들다 보니 실력이 빨리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런 과정이 스스로 힘들게 했죠. 15회에서 송아의 졸업 연주 장면에서 옆에서 보고 계시던 엄마가 우시더라고요. 졸업 연주 장면이 끝나니 저를 안아주셨는데, 그동안 제가 열심히 한 걸 아니까 그러셨던 거 같아요. 처음에 집에서 연습했을 때는 소음공해였을 텐데, 엄마의 감상이 남다른 거 같아서 뿌듯했어요”
 
‘브람스’는 ‘잔잔 마라 맛’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호흡이 빠르고 서사가 극변하지는 않지만 클래식 드라마답게 잔잔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저도 처음 드라마 대본을 봤을 때는 잔잔한 서정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송아와 준영(김민재 분)이 사이에 별 대사가 오고 가지 않아도 청춘들의 치열한 고민이 드러나니 정적에서 오고가는 지루함이 없지 않았나 싶다”며 “송아와 준영이가 기질적으로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심과 사려가 깊어서 남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본인이 상처 받는 사람이다. 많은 시청자가 원하는 사이다 같은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이다 같은 성격을 원하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로 송아와 준영이의 캐릭터가 좀 더 현실적이고, 치열하게 쌓아 올린 감정선을 포착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은빈.(제공=나무엑터스)

극에서 채송아는 최고 대학인 서령대 경영학과에서 4수를 한 끝에 같은 대학 음대 신입생으로 입학한 캐릭터로 박은빈은 “송아는 여려 보이지만 엄청난 뚝심이 있는 사람이다. 저였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길을 가고 있고, 마지막에 정말 사랑하던 바이올린을 포기한다. 많이 사랑한 만큼 놓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포기할 줄 아는 게 강인하고 더 단단한 사람으로 보이고 내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장선 상의 이야기로 마지막 회에 바이올린을 떠나보내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이 대본이 송아가 바이올린을 놓아주는 드라마라 마음이 갔다고 하셨어요. 판타지적으로 송아가 갑자기 재능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자신이 더 행복한 길을 가는 거여서 바이올린과 작별하는 씬을 찍을 때 정말 부담이 됐어요. 잘 보내주고 싶어서요. 바이올린 볼에다 되고 더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라고 말을 하는데 저도 6개월간 이 바이올린과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많이 이입했었죠.”
 
“너 재능은 있니?” 극에서 송아의 아버지가 송아에게 묻는 말이다. 상위권 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와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딸에게 묻는 아버지의 질문, 어딘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작품 속 채송아가 아니어도 저 대사를 듣고 마음 아팠을 시청자들도 있을 터. 박은빈은 “가족일수록 모르는 부분도 많고 가족이기 때문에 상처가 되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다 이해한다. 1화에서 꼬마가 송아에게 "언니 바이올린 잘해요?"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송아의 마음에 포커스를 맞춰서 연기했다. "나 잘해"가 아니라 "좋아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나타내고 싶었다. 제 쪽으로 생각하면 "연기 잘해"가 아니라 "연기 좋아해,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대답해야 할 거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박은빈.(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올 초에는 ‘스토브리그’에서 당찬 캐릭터로 ‘브람스’에서는 서정적인 캐릭터로 극명한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으로 “재미있었다. 비슷한 결을 가진 캐릭터였다면 차별점을 더 두려고 고민했을 텐데 대본과 정서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 다른 인물이다 보니 구분 지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여러 삶을 살아보는 거 자체가 큰 축복인데 올 초에는 야구 운영 팀장으로 살아보다가 늦깎이 음대생으로 바이올린을 잘 보내주며 바쁘게 살았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콕 시간이 늘어난 가운데 박은빈은 집에서 쉴 때는 이불 속에서 자력을 키운다며 웃어 보였다. “주위에서 운동을 권유해서 운동을 안 할 변명거리만 열심히 찾고 있는데 먹히지 않을 거 같고, 세상으로 나가야 할 거 같다가도 지금은 세상이 위험하잖아요. (웃음) 저는 이불 속에서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있어요. 내면이라도 건강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저에 대해서 자문자답하는 거로 시작을 했어요. 때로는 필요 없는 우울함에 빠지고 몰랐던 저와 직면 해야 해서 힘든 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것마저 견디고 버텨내면 지나고 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성숙해 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해요.”
 
박은빈.(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과 ‘스토브리그’ 종영 인터뷰 때 만났을 때도 한 권의 노트를 함께 가지고 나왔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궁금한 점과 생각을 정리한 노트라고 소개했는데 이번에도 노트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적혀있냐고 묻자 “초반에 의문부호가 생기는 걸 많이 적어놨다. 그런데 촬영 시작하고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브람스’는 생각을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듯 연기하는 게 중요했다. 초반에 생각한 송아의 내성, 특성, 제작진에게 묻고 싶은 부분이 적혀 있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봤는데 잘 기억이 안 나더라.(웃음)”고 답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린 박은빈은 2021년 서른을 맞이한다. 그는 “인간 박은빈으로 29살과 30살이 뭐가 달라질까 싶긴 한데, 주위에서 경고한 게 삼십 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저는 신년 계획을 안 세운 지 좀 됐다. 계획을 세우고 못 지키면 자괴감이 들어서 그랬는데 계획을 세워보자면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하고 싶다”며 차기작에 대해서 “서른으로 처음 하는 작품이니까 ‘브람스’의 부제 중의 하나였던 ‘다 카포(da capo)’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거 같다”고 전했다.
 
선한 인상 속의 단단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박은빈의 차기작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nt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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