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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 '인도에 피는 이야기 꽃'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1-15 19:38

열린벧엘교회 담임 손희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인도에 피는 이야기 꽃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까 하품이 그렇게 쏟아졌다. 그런 날이 있다. 온 몸의 세포가 일찍 잠자리에 들라고 보이콧을 하는 듯한. 그래서 누웠다. 그런데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잘 수가 없었다. 속이 더부룩했다. 저녁을 다소 늦게 먹었더니 소화가 덜 된 듯했다. 몸을 일으켜 조금만 더 소화를 시킬 양으로 거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 오늘 도착한 주성학 목사의 “인도에 피는 이야기 꽃” 책들이 올려져 있었다. 안경을 쓰고 책을 펼쳐 들었다. 다리를 한껏 꼰 채 심드렁 읽던 책이 어느 순간 정중한 자세로 바뀌었다. 딸아이는 옆에서 드라마를 보며 배꼽을 잡고, 나는 주방에서 안경을 벗고 울고 있었다. 왁자지껄했던 TV는 꺼지고 어느 새 거실 불도 다 꺼졌다.

그렇게 자정이 넘도록 나는 책의 내용에 흠뻑 빠져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이란 우리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볼 줄 알고, 우리 앞에 서신 예수를 따라가고, 우리 안에 계신 성령과 함께 오늘을 사니, 그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매인 것 같으나 자유로우며, 홀로 있는 것 같으나 공동체 안에 있으며, 십자가를 지는 것 같으나 부활의 영광을 가슴에 품은 자다.”라는 마지막 글귀을 읽고 한 번 더 어깨를 들썩여야 했다. 안방에 있던 아내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내 눈가는 뻘겋게 부어 있었다.

카타디말라이 바위에서 순교하기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던 데바샤하얌, 8천 미터가 넘는 에베레스트 산에서 트라반코르의 불가촉천민들에게 내려온 소머벨의 별, 인도에 대기근이 덮쳤을 때 판디타의 선교회에서는 우물이 마르지 않았던 이야기, 힌두 카스트들의 허드렛일을 돕던 나다(Nadar) 부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6일은 당신들을 위해 노동하겠지만 7일은 하나님을 위해 노동하겠다.”며 하나님을 예배했던 이야기, 왓킨 로빈츠와 호마르 부족의 로충아 이야기는 옆에 티슈를 두지 않고는 읽지 못하리라. 

호남신학대학교 시절, 나는 잠시 야간에 학교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났던 친구가 주성학 목사다. 주간에는 공군 비행장에서 근무하고 밤이 되면 특유의 항공잠바를 걸치고 해저문 선지동산 위로 터벅터벅 올라오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명랑하고 산뜻하면서 발음도 또박또박했던 주목사, 어깨를 툭치며 “희선아”라고 부를 때 발그레 웃던 표정이 생생하다. 한 손에는 신학 책을, 한 손에는 늘 영어책을 품고 다녔던 친구였다. 2년 전, 교회에서 인도로 선교지 심방을 갔다. 주목사는 공항까지 나와 우리 팀을 마중했다. 주목사와 함께 한 7박 8일의 여정 중 나는 책에 나오는 코너스톤 목회자 아카데미에서 말씀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 척박한 인도 땅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자의 삶을 살고 있는 현지인 사역자 분들과 말씀을 나누는 것도 영광스러웠으나 그보다 더 영광스러웠던 것은 그 날 내가 한국말로 설교하면 친구는 옆에서 영어로 통역하면서 말씀을 나눴던 것이다. 그렇게 선지 동산의 불꺼진 학교에서 동문수학했던 친구와 근 30년이 지난 어느 날, 인도 남부의 첸나이에서 함께 복음을 나누는 동역자가 되었던 것이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듯 주목사는 하나님의 때를 따라 17년간의 인도 사역을 마감하고 지금은 또 다른 선교지인 섬, 제주도로 왔다. 얼마 전에는 “귤하면 제주도지.”하며 조수교회에 부임하자마자 귤박스를 보내왔다. 귤도 받고, 책도 받았으니 이제는 내 차롄가 싶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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