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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 '목사는 외로워'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4-17 05:00

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목사는 외로워 >

모자란 놈들이 책을 쓴다. 솜씨 좋은 목수나 토수들은 한두 개의 연장만으로도 무언가를 뚝딱 해내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 같은 놈들이 책을 쓴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또 한 권의 책을 써보겠다고 발정이 나서 요즘 원고를 시작했다. 원고를 마치기도 전에 책 제목부터 정해놓았다. 원고가 써지지 않을 때는 붓을 든다. 책 제목을 몇 번이고 써본다. 그런데 마음이 어질지 못해서 획은 빗나가고 숨은 고르지 않아 손끝마저 떨린다. 몸도 마음도 온전치 못하다.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는 놈이 이마저도 안 된다. 애먼 종이나 버리고 있다.

아는 건 없고 말만 많은 치들이 책 쓰기를 좋아한다. 아는 게 없으니 아는 체하고 싶은 거다. 그나마 원고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몸도 마음도 힘들다. 붓도 내려놓고 컴퓨터 자판도 치워버리고 니체를 들었다 놨다, 스위프트를 들었다 놨다, 카프카를 들었다 놨다....

모처럼 주어진 시간을 이렇게 종이조각과 함께 구겨 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목사라서 외롭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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