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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사회성'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4-28 05:00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사회성

몇 년 전 이사를 준비하다가 숨어 있던 고교 시절 통지표를 보았는데, 거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평가를 본 적이 있다. 잘 보셨다. 나는 오남매 중 넷째로 살면서 어려서부터 말이 없었다. 내 방에서 하루 종일 보내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 나왔다가 다시 방 속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 나의 삶은 책상 앞의 삶이었다.

혼자의 시간이 편안하고, 형이라도 옆에 있으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을 느꼈던 것으로 추억된다. 왜 그렇게 혼자의 세계 속에 머물러 있를 좋아했을까? 아마 초등학교, 같은 반 학생의 익사를 경험하고 나서인 것 같다. 항상 죽음이 가까이 의식되어, 그것과 싸우며 지냈다. 그런 의식이 중학교 3학년 때, 나를 발만 발만 교회로 이끌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혼자 시작한 교회 생활이지만, 입시 준비 중에도 수요 예배를 참석하였다. 그때 수요 예배의 분위기, 목사님의 메시지가 아직도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교회 생활 이후, 죽음의 문제로 부터 자유로와 졌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목적이 정해지고, 정말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 중 3년때처럼 공부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 장차 의료 선교사의 꿈을 위해 서울 의대를 목적하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후 눈이 적록생맹임이 밝혀져 의대 꿈을 접어야 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 목회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런데 왜 목회의 길로 들어 섰을까? 청년들을 맡아서 지도하면서, 목회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서였다. 그들을 가르치고, 함께 어울려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 신학교 공부를 소홀히 할 정도였다.  같은 교회에서 집사, 전도사, 부목사의 사역을 감당하였다. 그런데 새벽 기도회 때, 맨 앞에 앉에 앉아 기도하던 경계호 권사님 기도 소리가 항상 내 귀에 들렸다: 김희건 목사님이 신학교에서 주의 종들을 가르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그 분은 내가 목회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에 합당한 것을 나보더 더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니면, 교인들을 가르치는 은사를 보았을까?  목회란 사람들 속에 살고, 사람들을 돌보는 사역인데, 나는 그렇게 살아 본 적이 없었고,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주로 혼자 살아왔다. 혼자 있는데 익숙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까? 아니다. 나는 지금도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편하게 느껴진다. (동료들과 야외로 운동나갈 때는 신나는데...) 

미국 와서 30년 째, 목회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교인과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목회 현장에서 미국 정서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불가원, 불가근," 너무 멀리도 하지 말고, 가까이도 말라는 것이 목회자의 불문율이다. 나는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잘했지만, 교인들의 입장에서 자상한 목사가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난 날을 돌아 보면, 교인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목사 자질 없는 사람이 목회의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나 자신을 진작 알아 보고, 차라리 가르치는 길로 나갔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생각을 갖지만 너무 늦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갈수록, 한국의 교회 시절, 그 권사님의 기도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기도를 깊이 하시는 그 권사님은 나를 더 잘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20년 전 신학교 강의를 위해 조지 워싱턴 다리를 지날 때, 그 권사님이 기억나서, 놀라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권사님, 기도가 이루어져 이곳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사역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람의 됨됨이를 따라 사용하신다. 세상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도, 하나님은 자기 필요를 따라 사용하신다. 예수님은 마태의 자질을 알아 보시고 제자로 부르셔서, 마태 복음이라는 탁월한 주제별 예수님의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 요한은 그믈을 고치다가 부르심을 받고, 복음서를 완성하는 책(요한복음)을 썼다. 

한 사람이 살다가는 길에 가장 보람된 일은, 창조주, 구원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를 섬기다 가는 것이라 믿는다. 사회성도 부족한 사람을 불러, 이날까지 복음과 기독교 진리의 일꾼을 삼아 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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