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4일 토요일
뉴스홈 연예/문화
'다큐ON', '아흔 하나, 꽃보다 할배'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상진기자 송고시간 2021-04-28 06:00

(사진제공=KBS)


[아시아뉴스통신=이상진 기자] # 묵묵히 한길을 걷는 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거제도 끝자락에 위치한 공곶이. 거제팔경 중 하나인 이곳은 강명식씨(91)가 평생을 땀과 눈물로 일군 정원이다. 한 겨울에는 동백꽃, 봄이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수선화와 산비탈 다랭이밭에 소복이 눈 내린 것처럼 새하얀 설유화.. 4만여 평 정원에 사시사철 피고 지는 꽃만 해도 50여 종. 황무지 야산에 불과했던 공곶이는 이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그에게 꽃과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평생 한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맨손으로 수선화천국을 일구다.

거제도 남단. 자동차 길도 끊긴 가파른 산길을 숨차게 넘어가면 문득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와 산으로 가로막혀 비밀처럼 숨겨져 있는 비밀의 정원, 공곶이. 해마다 봄이 되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정원을 찾는 관광객들로 들썩이지만 예전에는 1년에 한 명 볼까 말까 사람 구경조차 힘들던 곳. 그 흔한 가게는커녕 함께 사는 이웃도 없는, 거제도 섬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강명식(91) 지상악(87)부부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것은 오십여 년 전. 진주 출신인 강명식씨에게 섬은 그저 죄지은 사람들이 귀양살이 가는 곳이라고만 여겼던 곳. 하지만 부모님 뜻 받들어 거제도 섬처녀 지상악씨와 백년가약을 맺었고 혼례를 치르던 날, 산책길에 들른 공곶이는 그의 운명이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황무지나 다름없는 산을 맨손으로 일구어 지금의 수선화천국을 만들기까지 굽이굽이 고비요, 시련이었다. 빚까지 내서 5-6년 공들여 심은 귤나무 이천 주는 수확을 앞 둔 1976년, 60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모두 얼어 죽고 말았다. 거듭된 실패와 시련의 연속. 추운 겨울을 지내야 예쁘게 피어나는 수선화처럼 그는 이제 가장 찬란한 봄을 맞고 있다.

# 남편은 꽃을 피웠고 저는 남편을 꽃피웠지요

평생 꽃만 바라보고 산 남편. 하지만 아내는 꽃보다 바다가 좋다. 오랫동안 돈도 되지 않았던 꽃. 하지만 바다에 나오면 미역, 김, 우뭇가사리, 성게, 전복.. 물때만 잘 맞추면 먹을 것이 지천, 자식들 고픈 배도 채우고 아쉬운 생활비도 됐다. 답답한 거제도 섬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보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옛 어른들 말씀대로 남편 뜻 거스르지 않고 함께 정원을 일궜다. 이발하러 한번 나갔다 오는 시간도 아까워하는 남편을 위해 이발사도 되고 낡은 작업복을 수선하는 재봉사도 됐다.

아흔한 살에도 여전히 꽃보다 찬란한 봄날을 살고 있는 강명식씨와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삶을 통해 나이듦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시간. 다큐온 '아흔하나, 꽃보다 할배'는 30일 밤 10시 50분 KBS1TV로 방송된다. 

dltkdwls3170@naver.com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