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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신대원'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7-28 05:01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신대원

신대원은 목사가 되기 원하는 사람이 다니는 3년제 대학원 과정이다. 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뜻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리고 대학 졸업, 군입대, 잠깐의 직장 생활 후 마침내 신대원에 들어갔다. 1983년이다.

신대원에 들어가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실망이 보통이 아니었다. 180명 1학년 학생이 큰 강당같은 데서 수업을 들으니, 무슨 질문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이크를 사용해서 수업을 하니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는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도 않았다. 수업 과목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는 모습이 "이게 뭐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신학- 대학원"이 아니라 "신학대- 학원"으로 부르고 싶었다. 대성 학원, 양녕 학원처럼, 백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다니는 학원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다.

사회성이 별로 없던 나는 180명 중 기껏 10명 정도밖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중 조성기라는 소설가를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경기고, 서울 법대를 나오고는 무슨 생각으로 신대원에 들어왔다. 동년배요, 비슷한 처지라서 늘 붙어 다니면서 3년을 보냈다. 그랬더니 그의 소설 "라하트 하헤렙-회색 신학교" 속의 주인공으로 내가 묘사되었다.

신학교 생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많이 묘사된 가운데, 내 과거, 신학교 생활이 그대로 묘사되었다. 수업에 실망해서 멍하니 창밖의 아차산을 바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과감하게 수업을 빠지고 안양, 과천 주변 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고 들어간 신학교 생활이 참 허무하고 불성실하게 지나갔다. 

나를 실망시킨 것 중에는 교수님들의 언행이었다. 겸손하고 자상하고 친절하기를 기대했던 교수님들 중에는 왜 그리 자기 자랑이 많았는지? 하긴 시골 학교를 나와서 신학교 교수가 된 것은 자랑할만도 했을 것이다. 설교학 강의는 필수만 아니었으면,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형기 교수님, 서정운 교수님, 박창환 교수님을 만난 것을 감사하게 된다. 진실함과과 학자다운 모습 때문이다. 

한경직 목사 장학생으로 들어갔던 학생이 졸업할 때는 B학점도 눈에 띈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었다. 제일 실망한 과목은 조직신학이었다. 신학이 그렇게 매마를 수 있을까? 그렇게 3년을 보내고 졸업했다. 지난 3년 무엇을 배웠는지, 한심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2년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중학교 교사 집 사람 학교 간 사이) 책을 읽고 요약하는 시간을 보냈다. 과천 아파트 방바닥이 푹 들어갈 정도로 걸상에 오래 앉았다. 그제서야, 신학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고, 교회 사역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신학은 학문의 꽃으로 불리운다. 다른 학문과 다른 것은, 이 신학은 생명과 경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에 관한 거룩한 학문이다. 잘 듣고 배우면, 눈이 밝아 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믿음과 삶에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신학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신학을 어떻게 수용하고 가르치는가? 가르치는 자의 마음과 삶이라 여겨진다. 겸손과 진실과 믿음과 삶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세상 학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조직신학에 실망했던 내가 이제는 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성경이든 신학이든 가르칠 때, 내 영혼이 새롭게 살아나는 기분을 갖는다. 이 생명의 학문을 붙들고 지난 20년을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내게 베푸신 큰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이 학문은 지식의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진리와 함께 생명의 영이 전달되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가을 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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