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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현장의 천사가 코로나 전사로 나섰다"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최상기기자 송고시간 2021-12-14 12:13

부산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
2015네팔지진·2008미얀마 사이클론 참사 현장 등서 응급의료 지원
그린닥터스 재단 통해 외국인근로자·다문화가정·탈북자 무료진료도
사진=온종합병원 제공

[아시아뉴스통신=최상기 기자] 부산 온종합병원 14병동 앞. 마치 우주인을 연상하는 복장을 한 사람이 병동으로 들어서기 직전 마지막 차림새를 점검하고 있다. 하얀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쌌다. 손발과 목까지 칭칭 둘러맨 듯하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답답해 보이는데, 그걸 입고 있는 이의 압박감은 가히 공포 수준 아닐까. N95마스크에 실드까지 착용해서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는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69·소아청소년과전문의)이다. 온종합병원의 코로나19 음압병동에는 12월 13일 현재 모두 18명의 코로나 환자들이 입원해 있고, 그 가운데 오 센터장이 16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본업인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를 하면서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14병동의 코로나 환자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이 병원에 있는 코로나 환자들은 대개 중등도 증상이어서 의료진의 손길을 덜 가는 편인에도, 그는 굳이 레벨D의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서 병실에서 환자들을 대면하고 하루하루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5차 대유행기에 접어든 국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 전국 7천명대인 하루 확인자 수가 멀지 않아 1만 명 선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을 의료계에서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루 50명대를 오르내리던 부산의 확진자 수도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 발생 이후 부산 의료계에서는 비로소 의료현장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 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행정명령에 의해 온종합병원이 마련해 놓은 코로나 음압병상 25병상 가운데 지난주까지 23명이 입원했고, 단 두 병상만 비어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첫 환자를 받은 지 겨우 2주 남짓 만에 음압병동이 포화상태 이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무엇보다 음압병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감염내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병원들마다 코로나 주치의 확보에 비상이 걸린 거다. 온종합병원도 처음엔 심장내과·호흡기내과·내분비내과·신장내과 등 내과계 의사들의 도움을 받았으나, 입원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외과계 등 병원 전체 의사들에게 협조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저마다 원래 자기진료 파트의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도, 별도로 코로나환자를 돌봐야하는 처지여서 선뜻 ‘내가 코로나환자를 맡겠다’고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 온종합병원에서 과감하게 나선 의사가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이었다. 그도 처음엔 코로나 환자 주치의로 나서는데 망설였다. 3년 전 인제대 의대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터라 어느새 나이가 일흔을 코앞에 뒀다. 그도 코로나에 취약한 연령대인 셈이다. 행여 치료 도중 자신의 확진으로 인해 가족들까지 감염시킬까 하는 것도 걱정스러웠다. 코로나환자 치료를 하지 않아야 하는 여러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를 코로나 전사로 내몬 것은 그동안 그린닥터스재단과 함께 벌였던 숱한 재난지 긴급의료지원 활동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목숨 걸고 남의 나라 지진 현장에도 나섰는데, 정작 내 나라 보건위기는 외면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무영 센터장은 2015년 네팔 지진 때 그린닥터스와 함께 네팔의 산악오지 마을에 가서 숱한 재난 피해자들을 진료했다. 1주일 체류 내내 크고 작은 여진에 가슴 졸였지만 눈앞의 네팔 이재민들을 외면할 수 없어 작은 트럭에 몸을 싣고 천 길 낭떠러지 길을 위태위태하게 이동했다. 2008년엔 미얀마에 초강력 사이클론이 덮쳤다. 해변 백사장에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주검이 즐비해 있을 만큼 인명 피해가 컸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당시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그린닥터스와 함께 오 센터장은 통행조차 자유롭지 못한 세계 최악의 군부독재국가인 미얀마 정글로 뛰어들어드는 등 지금까지 수십 차례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의료낙후 국가에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오 센터장은 또 자신이 이사로 재직 중인 국제적인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의 국제진료센터(온종합병원 내 설치)에서 20여 년째 외국인근로자·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들을 무료 진료 봉사하고 있다.
 
오무영 센터장은 “지금 입원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에크모를 돌릴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환자들이 분명히 나올 것인 만큼, 코로나로 인한 우리나라 보건위기 상황은 그동안 겪었던 다른 나라의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난 피해상황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5차 대유행이 장기화되면 의료 인력의 육체·정신 피로도가 한계치에 이르고, 의사·간호사 등의 ‘번아웃’(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과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 대책수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겨우 보름 지났는데 슬슬 피로해지는 느낌”이라면서도 레벨D의 방호장구를 챙겨 입고 코로나 음압 병실로 들어서는 뒷모습에서 지진현장에서의 그가 오버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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