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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체조 국가대표팀 의무 트레이너가 말하는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대구경북=아시아뉴스통신] 윤석원기자 송고시간 2022-01-29 10:22

대한민국 기계체조 국가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신경환씨가 대구보건대학교 연마관 물리치료과 실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대구보건대학교)

[아시아뉴스통신=윤석원 기자] "최근 의료 및 재활 현장에서는 물리치료사가 미래 유망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병원 등 의료기관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물리치료사 수요가 운동선수 전담 트레이너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리치료사의 꿈을 가지셨다면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서 펼쳐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015년 대구보건대학교(총장 남성희)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신경환(31)씨의 말이다. 신씨는 2019년 1월 기계체조 국가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로 합류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지내며 올해 9월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씨는 이미 한차례 금빛을 맛 본 터라 기대가 크다고 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신재환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운 숨은 주역이 바로 신씨다.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신씨가 누구보다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포착돼 외신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씨가 물리치료사의 꿈을 키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운동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크게 다쳤다. 신씨는 "몇 달 동안 목발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는데 재활을 도와주신 병원의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매우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왜 아픈지와 어떤 이유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지 등을 매우 상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큰 관심을 갖고 진로를 희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한 신씨는 2015년 졸업 후 대구 박병원에 취업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료적인 역할 이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신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2018년이다. 어느 날 그에게 한 남성이 허리를 부여잡고 찾아왔다. 거동조차 힘들어보였던 그는 자신을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소개했다. 심각한 허리 디스크 통증을 앓고 있던 그는 은퇴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신씨는 "남성의 표정을 보고 통증을 없애 주는 것을 넘어서 반드시 재기를 돕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기억했다. 신씨는 남성을 정성껏 치료했다. 퇴근 후에도 재활 관련 지식을 채우기 위해 책상을 떠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선 남성은 결국 챔피언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신씨는 "남성이 챔피언에 등극한 바로 다음날 온 몸이 멍이 든 채로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너무나 큰 보람을 느낀 순간 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신재환 선수(오른쪽)와 기뻐하는 신경환 의무 트레이너.(사진제공=대구보건대학교)

이 일을 계기로 신씨는 운동선수 전담 물리치료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신씨는 곧바로 도전에 나섰다. 어떤 스포츠 팀에서든 물리치료사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입사 원서를 넣었다고 한다. 신씨는 "줄곧 병원에서만 근무해 어떻게 취업해야 할지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면접 기회를 얻으면 어디든 반드시 찾아갔다"며 "같은 면접자들을 경쟁자라 여기지 않고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물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신씨는 2019년 1월 체조 국가대표팀 트레이너에 합류할 수 있었다.

신씨는 요즘 물리치료사를 희망하는 이들이나 학과 후배들을 만날 때면 "물리치료사들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말부터 꺼낸다고 한다. 신씨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에서 무자격 팀닥터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각 종목 스포츠 팀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력을 뽑기 위해 혈안이다"며 "병원 등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스포츠팀에서도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져 현재 이 분야는 블루오션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물리치료사로서 도전을 권하면서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입학 권유를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모교를 추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오랜 역사에 걸맞은 확고한 인프라다.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는 1975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최초로 개설됐다. 현재까지 68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신씨는 "현장 곳곳에 선배들이 포진해 있어서 서로 도움 주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물리치료사로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선배들께서 관련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 주신다"고 말했다.

국가고시를 마친 3학년 때 학교가 제공하는 각종 특강 프로그램은 대구보건대가 가진 특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졸업 후 도수치료 등 개인 역량과 기술력을 쌓기 위해 수백만원을 들여가며 세미나에 참여하는데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특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졸업 전에 역량을 강화해 현업에 나갈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보건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카데바(인체해부)실습과 근골격계 물리치료, 신경계 물리치료 등 다양한 특강을 재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국 물리치료과 가운데 유일하게 야간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신씨는 "물리치료사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면서 학력 유턴자들이 늘고 있는데 현업에 종사하면서 야간에 공부할 수 있는 야간학과가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고 했다.

각종 첨단 실습 장비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의 큰 자랑거리다. 대구보건대는 교육환경 고도화를 목적으로 2018년 수중치료실을 구축했다. 전국 물리치료과 가운데 처음이다. 이 외에도 등속성 운동장비, 보행훈련 분석 장비, 초음파 진단기 등 고가의 첨단 실습 장비를 보유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중이다.

신씨의 목표는 어린나이에 원치 않은 부상을 당해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잃은 선수들의 재활을 돕는 일이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 있다 보니 어린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한다. 어린 선수들이 재활에 성공해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물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seok19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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