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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담은옥합교회 안양준 목사, '온유한 사람!'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2-06-13 05:00

향유담은옥합교회 담임 안양준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그 동안 아무런 활동도 없었던 협우회 모임을 원통감리교회(나희균 목사)에서 가졌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만나왔던 친구들... 속초에 내려가 승진호 무한리필이란 곳에서 홍게를 원없이 먹고 숙소인 현대 수 콘도에서 새벽까지 끊임없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인간적으로 볼 때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음에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대해서는 나름 신실하고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며 얼마나 감사한지...

요즘 교회나 목회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얌전해 보이던 사람들이 교회가 커지면서 정치적인 알력에 휩싸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친구들만큼은 그렇게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큰 욕심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을 기쁜 마음으로 감당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거스틴이 그렇게 강조하던 단어가 겸손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교회가 커지고 교인수가 많아진다는 것이 결코 잘못일 수 없습니다. 모세에게 60만이 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게 하신 것이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민수기 20장에 므리바 사건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데스 바네아에서 하나님께 범죄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의 방랑 생활을 마치고 다시 가데스 바네아에 모였습니다. 그럼에도 물이 없다고 불평을 쏟아내는 이들을 위해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모세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나를 믿지 않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것이라 하여 회중을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고 하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의 뜻과 구원 계획을 믿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전 가데스 바네아에서 불평을 쏟아냈던 1세대들이 광야에서 이미 사멸한 상태였고 가데스 바네아에서 다시 모여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반석을 쳐서 물을 내어주시는 사건을 통해 구하는 자에게 생수를 주시며 자신에게 나아오는 자들을 통하여 거룩함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계획을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모세는 온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보며 화를 참지 못했던 것입니다. 므리바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글에 제임스 패커가 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는 책의 ‘하나님의 지혜와 인간의 지혜’에 대한 글을 그대로 올렸었습니다.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한 모세에 비하면 감히 온유하다는 표현조차 갖다붙이지 못할 저같이 부족한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모세에게조차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고 말씀하실 때 저같이 부족한 자가 감히 믿음이란 단어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겸손이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씩 알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겸손의 덕을 갖추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조금은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정말 부족하지만 여전히 교만하기 그지 없지만 –감히 드러내지 못함에도 여전히 속에는 그런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그래도 겸손만이 나같은 자라도 종으로 세워주신 하나님 앞에서 결코 잊지말아야 할 유일한 자세 임을 깨달아 간다는 말입니다.

참 천방지축같이 날뛰던 학창시절의 친구들의 모습이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철모르는 아이들처럼 하나도 안 변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렇게 부족한 우리를 주님의 종으로 세워주신 하나님 앞에선 나름대로 겸손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하룻밤을 보내고 콘도에서 내다보는 울산바위 옆에 무지개가 떠올라 또다시 하나님의 약속을 되새기며 각자의 사역지를 향해 돌아가는 친구들이 끝까지 승리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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