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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자유인의 삶'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2-10-13 15:09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자유인의 삶

집 사람은 원래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집에 붙어 있기를 원하는 나는 늘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것은 내 천성에도 맞은 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혼자 방에서 머물려 살았기 때문에, 옆에서 소란스러운 것이 거스린다. 내 사는 공간은 절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항상 고요했다. 애가 없었기 때문에도 가능했을 것이다.  사회성이 없다고 평가했던, 옛날 고교 선생님의 학생 기록부가 생각난다.

그런데 나이를 들어서인가, 집 사람이 밖에 나다는 일이 드물어졌다.  가까이 와싱턴 다리 밑 산책 길을 매일 다니던 것이 뜸애 지고, 집에서 전화하고 자기 일보느라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니 조용히 설교를 준비하고 강의를 준비하는 나에게 은연중 방해가 된다. 아파트의 좁은 공간 때문이기도 하다. 

옆에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많다.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 이것 저것 물어본다. 때론 질문같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저 선수는 연봉이 멀마나 되?" 몹시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집 사람과, 침묵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40년 넘게 살아 왔다.  집사람은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 말을 시키고 금새 전화 번호를 주고 받는다.

그런 데 집 사람이 두 주간 교단 총회에 참석하러 스페인, 포르투갈로 떠났다. 무슨 총회를 유럽까지 가서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서 혼자 있게 되었다.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에 자유를 찾은 것처럼 좋아했는데, 나이 탓인가, 비어 있는 느낌이 크다. 혼자 세끼 밥을 차려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냉장고에는 어것 저것 준비를 해놓고 떠났다. 

집 안에 갑자기 고요가 흐르고 낮은 음악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화분이 너무 많다고 푸념하는 소리에 절제했던 마음이 당장 꽃 집을 찾아가서 화분 두 개를 사왔다. 집 가까운 곳에는 식당이 30개가 넘고, 커다란 꽃 가게도 있다. 참으로 편리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 나는 화분의 식물을 보고, 꽃 피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살아 있는 것들이 내 가까이 함께 있다는 것이 좋고, 성장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생명 있다는 것은 은연 중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 같다.  아침마다 꽃들과 식물을 바라 보며 창가에서 먹고 마시는 식사가 즐겁다. 

사람이 무슨 일에나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사람이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태 내려 주는 선물이다.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물질적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내 시간과 공간에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큰 자유요, 축복이다. 모두 하늘에서 내려 주어야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사실 한 주간 안에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매일의 새벽 설교 준비, 한 주간 네 번의 강의, 수요 예배, 주일 예배, 적지 않은 일을 하지만, 항상 마음은 자유롭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고,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도 마음에 얽매이는 것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무슨 욕망에 끌려 이리 저리 다녔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자유가 크고 놀랍고, 감사하다. 

이 자유는 하늘의 축복이다. "주의 영이 계신 곳에 자유함이 있다"고 했고,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내 제자가 되고, 너희가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자유는 진리 안에서 성령의 임재와 다스림 속에서 누리는 자유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하는 줄 알고 산다. 그렇지 않다. 루터는 자유란 말은 "허구적 단어(fictious word)"라고 했다, 그런 말을 사용해도, (하나님의 은혜를 떠나서는) 실제로는 사람이 그런 자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서 자유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마음이 자유롭다. 무슨 염려나, 욕심에서 자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겠다. 육신의 제한, 고통에서 자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 자유는 자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신 구원의 주님을 섬기기 위한 자유이다. 그러므로 이 자유를 남용해서는 안된다. 이 귀하고 복된 자유릉 잃지 않기 위해, 남모르는 수고를 하는 것이 또 자유인의 삶이라 하겠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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